[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코치 변신’ 양궁 오진혁 “국가대표 만들어 선수촌 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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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현대제철 코치가 인천 서구 현대제철 남자양궁훈련장에서 자신의 활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활을 잡은 게 4개월 만이라고 한다.
사진=김두홍 기자

”후배들 훈련 잘 시켜서 국가대표선수촌에 보내야죠!“

푸근하던 인상이 살짝 날렵해졌다.
양궁 레전드 선수에서 전업 코치로 변신한 오진혁 현대제철 남자양궁팀 코치는 연신 활을 쏘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제 더 이상 선수로 사로에 서지 않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
코치로 나선 지 이제 4개월 차. 레전드 선수에서 초보 코치로 변신한 그는 양궁 레전드를 키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 때보다 몸무게가 8kg 정도 빠졌어요. 알아가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바쁘고 조금 낯설지만 재미있습니다.


코치로 바쁘지만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올림픽에 나서지 않았던 지난해 그는 무더운 여름을 에어컨 바람 밑에서 보냈다.
선수 시절 국가대표선수촌에만 머물면서 휴가 없이 훈련에만 매진했던 그에게는 난생 첫 경험이다.

”휴가가 좋더라고요. 선수가 되고 나서 여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쐰 게 진짜 처음이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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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현대제철 코치가 인천 서구 현대제철 남자양궁훈련장에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슬럼프도 이해한다

오 코치는 지난해 9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12살 때 교무실에서 우연히 본 활을 만져보고 싶어 양궁을 시작한 작은 소년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양궁 레전드로 이름을 날렸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대회에 나가는 족족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마지막 활을 쏘며 ”끝“이라고 외쳤던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소속팀 현대제철에서 이미 플레잉코치를 하고 있던 그는 은퇴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후배 지도에 전념하고 있다.
오 코치는 ”예전부터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었다.
제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선수 때는 몰랐던 것들이 코치를 하니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플레잉코치를 할 때는 아무래도 활을 쏴야 하니 제게 좀 더 포커스를 맞췄지만 지금은 오로지 선수들에게만 집중하니 좋다“며 ”선수들이 워낙 낙천적이어서 그런지 내게도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그러다 보니 지도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허허 웃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편하게 술 한잔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냈던 후배들이다.
오 코치는 ”아예 몰랐던 선수들이 아니다.
선수들도 저와 대화하는 게 편할 거다“고 선수들을 바라봤다.

오 코치의 자산은 실력에만 있지 않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떻게 선수들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에 뽑혔지만 정작 20대 중반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다른 직업까지 고민했기에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활이 안 맞으면 속상한 건 선수 본인이다.
그래서 다그치려고 안 한다.
다그쳐도 풀리지 않는다.
활이 안 맞으면 선수들이 흥분하곤 하는데 그 옆에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오 코치의 지도자 데뷔전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다.
그가 이끈 제주(현대제철)는 남자 일반부 단체전 금메달과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은메달(남유빈)을 따냈다.
오 코치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메달을 많이 따줬고 올해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남겨 놓고 있으니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라며 “지난해 경기를 치르면서 발견한 문제점을 수정하고 있는데, 올해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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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현대제철 코치가 인천 서구 현대제철 남자양궁훈련장에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은퇴? 시원섭섭하지만…

은퇴한 지 4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선수로서의 미련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는 “은퇴를 하니 시원섭섭했다”면서도 “활을 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조금 남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은퇴를 공식화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활 자체를 안 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옆에서 몇 발 쏴 본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가 될 자신도 있다”고 웃었다.
“지금은 체력과 전문 근력이 다 빠졌지만 제대로 스케줄 짜서 몇 개월 준비하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 코치가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쉬지 않고 활을 쏘며 슬럼프를 극복했고 결국 국가대표에 재승선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훈련했다.
1년에 설날과 추석, 단 이틀만 쉬고 훈련에 매진한 적도 있다.

결국 서른이라는,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결국은 레전드의 반열에 섰다.
철저한 몸 관리로 마흔 넘어서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한국인 역대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39세11개월)로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낮춘다.
“나는 노력형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오히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을 향해 “천재다.
천재가 노력하니 다른 선수가 이길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11살이나 차이 나는 후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우진, 이우석(코오롱)… 어마 무시한 선수들이에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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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현대제철 코치가 인천 서구 현대제철 남자양궁훈련장에서 스코프망원경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감독·행정가… 저 너머를 꿈꾼다

지도자로 막 첫발을 뗀 그의 시선은 저 너머를 향해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감독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것도 목표다.

오 코치는 “기회가 된다면 감독 자리에도 서보고 싶다.
일단 제가 준비돼야만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먼저 지금 코치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방면으로 양궁과 스포츠에 헌신할 각오도 있다.
2023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한국 선수위원에 도전했다.
전지훈련 때문에 면접에 불참하며 기회가 무산됐지만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의 스포츠 발전 쪽으로 힘을 실어보고 싶었다“며 “우리가 스포츠 강국이라고 하지만 일반 실업팀 선수들은 못 느낄 부분도 많다.
선수들 처우를 비롯해 훈련 환경, 은퇴 후의 진로 등 고민거리가 많다.
그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평생한 양궁.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제일 잘하는 게 양궁이다.
평생 헌신하고 싶다”며 “파리 올림픽 이후 양궁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얼마 전 초등학생들이 양궁장에 와서 직접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잘 따라 하고 만족도가 높았다.
그 친구 중에서 잘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유망주들에게 관심을 계속 가지겠다는 뜻을 보였다.

“한국 양궁이 계속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김진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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