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농구③] ‘추락한 경기력’ WKBL, 계속되는 저득점…전문가들은 하드콜·일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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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침전(沈澱)’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의 경기력 저하를 향한 우려가 깊다.
올 시즌 50~60점대의 저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리그 평균 득점은 60.4점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59.9점), KB국민은행(58.1점), 하나은행(56.3점) 3팀이 60점 미만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6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홈팀 우리은행이 1쿼터에 단 한 점도 득점하지 못한 것이다.
한 쿼터 무득점 기록은 1998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출범 이후 최초다.
그보다 1년 앞서 출범한 남자프로농구의 경우에도 한 쿼터 무득점을 기록한 팀은 없다.

‘공격 농구’ 시대를 자랑했던 게 불과 4, 5년 전이다.
70점대 평균 득점을 뽐냈다.
그러나 2020~2021시즌(70.0점), 2021~2022시즌(71.3점) 이후 연일 하락세다.
이전 두 시즌에선 69.2점, 66.4점에 머물렀다.
올 시즌엔 50점대 진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도 그럴 게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6경기서 평균 53.4점에 그쳤다.
라운드별 평균 득점도 심상치 않다.
1, 2라운드만 해도 각각 62.8점, 60.8점을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는 단 57.5점에 그쳤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저득점 경기 양상으로 흘러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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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계 한 관계자는 하드콜 기조를 콕 집었다.
거센 몸싸움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판정 기준을 뜻한다.
WKBL은 최대한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국제무대의 기준을 따라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선수들도 경합 과정에서의 파울 콜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이 점을 주목한 관계자는 “저득점 및 수비 위주의 전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번 시즌부터 심판들의 개입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앞선 공격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어려워졌다.
‘이래도 반칙을 안 부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도 여럿이다.
부상 위험을 피하고자 인사이드에서의 거친 몸싸움을 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소극적으로 변했고, 팬들은 흥미를 잃었다.
그 누구도 득을 보지 못한 변화”라고 강력하게 꼬집었다.

선수들이 높은 수준의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인 중 하나로 촘촘한 경기 일정이 꼽힌다.
올 시즌 도중 8일 동안 4경기를 소화한 KB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해 20일까지 우리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신한은행과 맞붙는 강행군이었다.

김연주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즌 초만 해도 지금 같은 흐름은 아니었다.
2라운드 들어 타이트한 일정에 조금씩 흔들리는 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력 측면에서 체력적인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과부하 차원으로 보면 선수가 다칠 가능성 역시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은주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체력이 떨어지면 슛이 안 들어가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리그의 일정을 못 따라가고 있다.
한 경기서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은 데다가 회복할 시간도 많지 않다.
좁은 선수 풀은 여자농구의 현실적인 측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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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교훈을 안겨준 전반기였다.
이제는 복기의 시간이다.
연맹을 포함해 모든 선수단, 관계자 등이 한 번쯤은 되돌아볼 주제다.
취재에 응한 해설위원 전원은 “리그 50점대 평균 득점은 말도 안 된다”며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일각에서는 튀르키예 리그 도전을 택한 여자농구 최고 스코어러 박지수(갈라타사라이)의 공백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리그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적색 신호다.
이를 두고 김은혜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누군가 새로운 얼굴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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