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농구①]악재에 악재가…벼랑 끝으로 향하는 한국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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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코트 위 열기가 식어간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 농구계가 들썩거렸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봤다.
스포츠 열풍이 불면서 농구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정규경기 73만8420명에 플레이오프 9만8497명을 더해 총 83만6917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여자프로농구 역시 지난해 박신자컵 시청자 수가 직전 년도에 비해 248%(9만5962명→33만3984명)로 오르는 등 한 단계 올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에 취해 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이번 시즌 경기력, 흥행 모두 적신호가 켜졌다.

◆ 비시즌부터 감지됐던 불안감
비시즌 호재보다 악재가 많았다.
‘슈퍼스타’ 허웅(KCC)이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전 여자친구로부터 성폭력 혐의를 고소를 당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법적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대성은 국내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친정인 한국가스공사 대신 삼성을 택해 여러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여자프로농구는 박지수(갈라타사라이), 박지현(토코마나와) 등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며 전력 약화 문제가 대두됐다.

시즌 시작 후엔 각종 사건사고들로 몸살을 앓았다.
폭력, 폭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승기 전 소노 감독이 수건 폭행 사건으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해자였던 김민욱은 연세대 재학 시절 폭력 의혹으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김주성 DB 감독, 전창진 KCC 감독은 작전시간 중 원색적인 욕설을 뱉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바. 한국 엘리트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 대물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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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 경기를 치를수록 드러나는 민낯
그 사이 경기력은 퇴보했다.
여자프로농구는 저득점 현상이 심화됐다.
18일 기준 44경기를 치르는 동안 6개 구단 평균 득점은 60.44점에 그쳤다.
단일리그가 도입된 2007~2008시즌 이래 역대 최저 점수다.
불명예스러운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신한은행과의 홈경기서 1쿼터 0점을 기록했다.
남자프로농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91경기서 평균 득점 76.8점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시즌 연속 평균 80점대 득점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저조한 경기력, 새로운 스타 부재, 나아가 사건사고까지. 팬들의 마음이 멀어진다.
수치적으로도 나타난다.
남자프로농구는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평균시청률 0.057%로,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 0.1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자프로농구보다는 높지만 여자프로농구(0.152%)도 위태롭다.
프로배구 V리그 시청률과 비교하면(여자부 1.102%, 남자부 0.459%)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tvN 등 유료화 여파도 있지만 볼거리 자체가 많이 없다는 비판이 크다.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간다.
‘2024 파리올림픽’ 당시 한국은 남녀 농구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과거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오히려 격차는 더 커졌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우수한 자질을 지닌 어린 유망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른 종목들에게 뺏기며 선수층은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좀 더 장기적 차원에서 처절한 반성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때다.

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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