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맛집'의 '엔돌핀 진행자' 박소영 MBC 아나운서 [김대호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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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진행으로 야구 팬심 사로 잡는 야구계 '여신'
시청자에게 편안함 주기 위해 노력 멈추지 않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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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아나운서는 '행복을 주는 사람'을 꿈꾼다./박소영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속이 꽉 찬 사람이다. 때론 거침없이 발랄하고 한없이 낙천적이다가 프로페셔널할 땐 무섭게 진지하고 집중한다. 넘치는 열정은 겸손과 배려로 무게 중심을 잡는다.

박소영(31) MBC 아나운서를 보고 있으면 엔돌핀이 솟는다. 옆 사람에게 긍정적 힘을 전달하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다. 박소영 아나운서 스스로 ‘선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니 타고난 달란트인 모양이다.

야구 팬들은 야구 방송 2년 차의 신참 박소영 아나운서를 보며 "참 맛깔나게 진행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보통 내공이 아니다. 뉴스 앵커를 비롯해 교양 프로그램 진행과 올림픽 메인 MC까지 두루 섭렵한 ‘방송 장인’이다.

자신이 진행하는 야구 프로그램이 팬들 사이에 ‘야구 맛집’으로 자리 잡았지만 갈 길이 멀다며 몸을 낮춘다. 자신감과 진지함 그리고 직업적 신념으로 똘똘 뭉친 박소영 아나운서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보자.

-스포츠 아나운서를 '여신'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느낌이신지요.

예전엔 ‘예쁘면 여신이라고 하나?’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스포츠 팬분들이 붙여주시는 이 호칭 속엔 ‘이제 조금 아는구나! 이 세계에 받아주겠다!’하고 아주 조금씩 인정해 주시는 말 같아요. 단어는 ‘여신‘이지만, 스포츠 세계에선 예쁘기만 해서 좋은 소리를 듣진 못하더라고요. 워낙 전문적인 분야잖아요. 그래서 스포츠 관여도가 낮았던 여자 아나운서가 좋은 호칭이 생긴다는 건 거대한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첫 관문은 통과했다는 느낌이 들고, 저에게 그 호칭을 붙여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요. 롤 모델이 있다면.

롤 모델은 딱히 없는데 ‘아나운서로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뭘까?’ ‘나는 ‘어떤’ 아나운서가 되면 좋을까?‘ 이런 고민은 많이 해봤어요. 프로그램 종류와 상관없이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것, 제 가치관과도 맞는 지향점을 찾아야 했어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와 정말 잠깐 시간을 보내도 그 잠깐 동안 일상의 고민 같은 게 놓아질 때가 있잖아요.

저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제가 하는 방송을 통해 그렇게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청자 분들도, 저와 함께 방송하는 사람들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입사하고 주로 스포츠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요. 언젠가 느낀 게 많은 선수들이 운동 할 때나 안 할 때나 몸과 마음에 늘 긴장감과 압박감을 완전히 놓진 못하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 앞에서는 더 그렇고요. 그때부터 ‘적어도 내가 하는 인터뷰 마이크 앞에서는 이 사람들이 마음의 날을 세울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부터 웃으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스스로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웃으며 대단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낼 때 인터뷰어로서 뿌듯함을 느껴요. 그러면 그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인터뷰에 담긴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더 기분 좋게 편안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아나운서로서 어떤 롤을 맡게 되든, 더 많은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 느낌은.

설레고 즐거웠습니다. 드디어 내가 오고 싶었던 자리에서 하고 싶었던 걸 한다? 너무 짜릿했습니다. 첫 방송이 '정오의 희망곡' 로컬 방송이었는데 2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너무 재미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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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아나운서는 자신이 지향하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한다./박소영

-MBC스포츠플러스 주간 프로야구 대담 프로그램인 '비야인드'에서 약간 도발적인, 요즘 말로 ‘뼈 때리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는데요. 상당히 신선하고 시원하기도 합니다.

의도적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정말 궁금해서 순수한 의도로 질문을 하는 건데, 아직도 야구를 잘 몰라서 의도치 않게 도발적인 질문이 될 때가 있어요. ㅎㅎ 어떨 땐 도발적인 거라는 걸 알지만 ‘내가 아니면 이 질문 할 사람이 없다’ 생각하면 그냥 해요. 선수 출신 위원님들이나 야구인이신 패널 분들이 언급하시기엔 예민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야구인이 아닌 제가 꺼내줘야만 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합니다. 저는 그게 제 몫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도 모두가 최대한 덜 불편하게 토크를 이끌어가는 것이 MC의 역할이자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 관련에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사실 저도 늘 어렵습니다. 프로 선수가 되어보지 못한 제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되고 값진 노력을 하루 이틀 성적을 가지고 쉽게 말하거나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방송에서 내가 뱉는 말이나 표정이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또 제가 만나는 패널들도 늘 저를 존중해 주시고 함께 앉아있지만 정말 각 필드의 대가들이시잖아요. 그래서 도발적으로 질문하지만, 그 노력이 결코 가볍게 보여 지지 않기 위해 진심으로 마음속에 존경하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을 바탕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스포츠 종목을 중계방송도 하고 인터뷰도 했을 텐데요. 종목별 차이점이 있나요.

사실 아직 많은 종목을 다루어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웠던 종목은 2024 파리올림픽 때 아티스틱스위밍 중계를 했었는데, 어떤 면에선 운동보다 예술에 가까운 종목이었어요. 중계를 준비하면서 기술 요소만큼이나 작품의 테마, 음악, 표정, 의상 등 예술적인 요소들과도 가까워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음악도 듣고, 테마가 되는 영화도 보고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처음 준비해 봤습니다.

또 보통 스포츠 방송을 할 때는 텐션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생생함을 살려서 멀리 있는 시청자들을 경기에 몰입시키는 편이었는데, 아티스틱스위밍은 이것도 반대였어요. 제가 최대한 말을 줄이고 톤을 낮추고 분위기를 고요하게(?) 조성해야 시청자들이 더 경기에 몰입할 수 있더라구요. 힘차고 밝은 스포츠 방송만 했던 저에게는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을 끌어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요.

프로그램을 맡으면 그 방송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리스트업 한 다음,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는 편입니다. 야구 프로그램 2년 차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생각하다가 요즘은 매주 스크린야구장에 가서 6이닝씩 치는데 손목 아래쪽에 멍이 들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바로 결과물을 내는 건 아니지만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진행할 때 내 마음에 여유와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더 가질 수 있게 해줘요.

좋은 답변을 위해서는… "이 아이템에 대해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러면 내가 어떻게 질문해야 바로 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요. 방송 보면 사실 별 거 아닌데 그 관점에서 늘 대본을 받으면 제가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고민해서 각각 맞춤 질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서도 패널에 따라 해 줄 수 있는 답변이 다르거든요.

우리가 왜 이 분을 패널로 모셨지?를 생각해요. 선수 출신 위원님들은 경험을 살려 야구 메커니즘적인 답변을, 단장님은 구단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기자님은 지금 현장 상황을 말씀해 주셔야 저희 프로그램이 다채롭고 깊이 있어져요. 이걸 잘 살려서 술술 풀어내실 수 있게 질문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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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아나운서에게 이제 스포츠는 떼어 놓을 수 없다. 스포츠는 박 아나운서의 추구 미가 되었다./박소영

-그동안 인터뷰하면서 특별히 인상에 남는 만남이 있다면.

특별히 인상에 남는 만남 보다는 많은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공통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종목 불문 정말 잘하는 선수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생각 많이 하지 않고, 그날 경기를 잘해도 못해도 매일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더라고요. 저에겐 이게 너무 인상적이었고 제 삶의 추구 미가 스포츠 선수가 되었습니다. ㅎㅎ

-학창시절 꿈을 이뤘습니까?

대부분 다 이룬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학창 시절 꿈이었습니다. 처음엔 모교에서 졸업생 인터뷰로 시작했고, 이번이 제 첫 매체 인터뷰예요.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위인전집을 보면서 언젠가는 제가 멋진 사람이 되어서 신문, 교과서, 위인전(?)에 나와야지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잘 가고 있지 않나요?ㅎㅎ

-거창한 질문 같은데 행복이란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저는 큰 행복, 먼 행복은 잘 생각 안 하는 편이에요 저에게 행복은 하루하루가 중요해요. 일상적인 하루를 보냈어도 그중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앗 어떻게 나한테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나지? 어떻게 이렇게 좋지??!’하는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면…. 그런 날들이 매일매일 이어지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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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아나운서는 하루하루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MZ세대다./박소영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가장 먼저 기도를 하는데 오늘 하루도 제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많이 많이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오늘 나에게 주어지는 일, 만나는 사람, 모든 걸 감사하게 느끼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진심을 다해 대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함께 행복해지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꼭 하고 ‘아 너무 좋다~~’ 생각을 해요. 좋아하는 친구랑 통화를 하거나, 좋아하는 카페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테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시거나, 좋아하는 색깔로 네일을 받거나 이런 거요!! 하루를 기분 좋게 채우려면 감정에 있어서도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늘 하루 감정의 시작을 소소하게나마 행복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철학적 질문인데 편하게 답해 주세요.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하루하루의 즐거움과 행복.’ 지금 저에게 스포츠는, 방송은 저를 가슴 뛰게 만드는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들이에요. 올해 3월부터 주 7일 쉬는 날 없는 스케줄로 일하고 있는데 잠 안 자고 해도 매일 즐겁고 행복해요. 하지만 언젠가 이것들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날이 온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만약 이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다면 지체 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을 것 같아요.

어느 날 그게 집안 일이 된다면 저는 다 그만두고 전업주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ㅎㅎ 큰 꿈과 목표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지금 내가 행복한가? 즐겁게 하고 있나? 를 솔직하게 계속 스스로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려고 해요

-살면서 자신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딱히 의미 있는 일을 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방송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저를 보면서 좀 좋은 기운을 받고, 밝은 에너지를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거기서 행복을 느끼고 저와 제 일의 의미를 찾는 거 같아요. 나는 행복을 쉽게 느끼는 편인데, 그걸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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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아나운서에게 가족 친구는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다./박소영

-감명 깊게 읽은 책과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박경리의 '토지'입니다. 부끄럽지만 삶은 즐거운 것으로만 생각하고 어렵고 불편한 것은 잘 보지 않으려 하는 제가 시대는 다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현실적인 세상을 멀리서 쭉 볼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행동과 결정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심적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떤 이유에서도 내가 남을 판단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앤 해서웨이는 기자의 꿈을 가졌는데, 같은 계열사 패션지 편집장 비서로 시작해서 관심도 없는 분야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버티다 결국 패션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요. 하지만 그때 자신이 진짜 원하던 게 뭔지 돌아보고, 결국 좋은 자리를 박차고 돌아가 사회지 기자가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들을 견디고, 싫어하는 일에서 1인자가 되고.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1인자가 되자마자 멋지게 때려치우고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던 일을 하게 되는 서사가 너무 짜릿해요

-나를 지켜주는 힘은.

가족, 친구, 주위 사람들이 큰 힘이 돼요. 저희 부모님은 30년 동안 ‘우리 소영이 즐거웠어? 재밌게 했으면 됐어’로 길러주셨어요. 또 크고 작은 고비마다 나보다 더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던 친구들, 또 아나운서가 된 후에는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럼 그렇게 한번 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던 선배들이 늘 제 뒤에 계셨어요.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니가 제일 예쁘고 재밌어!’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주위 사람들 덕분에 "아 내가 어떤 모습이든 이 사람들은 내 제일 예쁜 구석만 봐 주는구나,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가득하구나" 하는 무의식적인 마음이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세상을 좀 긍정적이고 밝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었고 힘이 되어주었어요.

-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전혀 모르겠어요. 3년 전만 해도 제가 스포츠를, 야구 관련 방송을 하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20년 뒤에 제가 방송을 하고 있을까요? 모르겠어요ㅎㅎ. 방송이든 다른 분야든 또 그때 나름대로 저를 가슴 뛰고 설레게 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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