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행진 흥국생명을 멈춰 세운 ‘세르비아 천재’ 부키리치… “최고의 천재는 연경 언니, 그의 플레이를 따라 하려고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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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에서 포지션 전향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세터로 뛰다 미들 블로커로 전향하는 일도 왕왕 있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다 아포짓 스파이커나 미들 블로커로 전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장 드문 포지션 전향이 있다면? 아포짓이나 미들 블로커로 뛰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꾸는 게 가장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웃사이드 히터의 제1 업무 중 하나인 리시브를 받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구 지도자들은 공격은 수많은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어도 리시브는 센스와 타고나는 영역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관장의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의 포지션 전향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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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로 V리그에 처음 입성한 부키리치는 공격만 도맡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었다.
스피드는 다소 느려도 198cm의 큰 신장을 이용한 공격으로 부키리치는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935득점(3위), 공격 성공률 41.85%(8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득점력은 뛰어났지만, 성공률이 다소 아쉬웠던 부키리치를 두고 재계약을 고민하던 도로공사.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트라이아웃에서 참가자들의 실력이 신통치 않자 김종민 감독은 부키리치 재계약을 원했지만, 도로공사 고위 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부키리치는 트라이아웃 시장에 다시 나왔다.

지난 시즌 7년 만에 봄배구를 치르는 등 3위에 오르고도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는 행운을 받아든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 그가 호명한 이름은 부키리치였다.
재계약을 확정한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메가(인도네시아)가 아포짓 스파이커임에도 부키리치를 영입한 것을 두고 많은 궁금증을 낳았다.
과연 메가와 부키리치의 공존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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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감독의 선택은 부키리치의 아웃사이드 히터로의 전향이었다.
두 선수 중 부키리치가 더 리시브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고 감독은 지난 9월말, 10월초 열린 통영 KOVO컵에서 “부키리치가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공격을 하는 게 더 좋더라”라고 이유를 밝혔다.

부키리치의 포지션 전향은 대성공이다.
18일 기준 부키리치는 득점 3위(343점), 공격종합 5위(42.08%), 서브 4위(세트당 0.383개)에 올라있다.
공격이야 지난 시즌에도 빼어났기에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반전은 부키리치의 리시브 능력. 워낙 장신이라 발이 다소 느려 커버 범위가 그리 넓진 않지만, 자신 앞으로 오는 서브는 확실히 받아내고 있다.
부키리치의 리시브 효율은 34.31%로 리그 전체 7위에 올라있다.
부키리치와 함께 리시브 라인에 서는 리베로 노란(리시브 효율 27.35%),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26.67%)보다 부키리치의 리시브가 더 좋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만 해도 부키리치에게 목적타 서브 세례를 집중했던 다른 팀들도 이제는 표승주나 노란에게 서브를 더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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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천재’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부키리치는 지난 10월19일 현대건설과의 개막전서 3-1 승리를 시작으로 내리 14연승을 달리며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을 넘보던 흥국생명마저 무너뜨렸다.
지난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부키리치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4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은 48.39%. 리시브 효율은 10.53%에 그쳐 평소보다 부진했지만, 공격에서 워낙 빼어난 활약을 해줬기에 그리 큰 흠이 아니었다.
특히 20점을 넘어간 승부처 상황마다 부키리치는 빼어난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흥국생명 코트를 초토화시켰다.
부키리치의 활약 속에 정관장은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며 흥국생명에게 시즌 첫 패배의 멍에를 안겼다.

경기 뒤 고희진 감독은 “제가 배구를 35년째 하고 있는데, 부키리치처럼 키가 큰 선수가 수비적인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재능이다.
세르비아 대표팀이 제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며 부키리치를 한껏 치켜세웠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부키리치는 포지션 전향에 대해 “아직도 너무 힘들다.
아포짓으로 뛸 때는 자연스러웠던 공격 각도나 이런 게 아직은 조금 어렵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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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통영 KOVO컵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부키리치를 두고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배구 천재가 나타났다”며 극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묻자 부키리치는 “김연경 선수가 리그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연경 언니가 하는 것을 보며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배구여제’를 치켜세우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1위(48.62%), 리시브 효율 2위(42.44%)에 오르며 부키리치보다 한 수 위의 천재적 재능을 뽐내고 있다.


V리그 2년차를 맞이하면서 부키리치는 자신의 배구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스피드다.
부키리치는 “V리그에 오기 전보다 빨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좀 여유가 생겨서 항상 강타만 때리는 게 아니라 코트의 빈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이 좀 나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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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감독이 말한대로 부키리치의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전향은 세르비아 대표팀에게도 큰 수확이다.
세르비아에는 세계적인 아포짓 스파이커인 티야나 보스코비치가 있기 때문에 부키리치가 주전 아포짓으로 뛰기엔 한계가 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부키리치는 “우리 대표팀에는 보스코비치가 있다.
그와 함께 뛰려면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어야 한다.
리시브 감각이나 센스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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