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눈물의 작별인사… “굿바이,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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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경기 ‘데이비스컵’ 패배
‘조국’ 스페인 4강 진출 좌절
“테니스로 잊을 수 없는 경험”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8·스페인)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던 나달의 얼굴엔 깊은 주름이 파여 있었고, 황소처럼 강력했던 파워는 동력을 잃었다.
2024 데이비스컵을 앞두고 “승리하기 위해 왔다”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나달은 결국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눈물과 함께 코트를 떠났다.

나달(세계랭킹 154위)은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 단식에서 네덜란드 보틱 판더잔출프(80위)에게 0-2(4-6 4-6)로 고개를 숙였다.
나달이 데이비스컵 단식 경기에서 패한 것은 200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데이비스컵 단식에서 1패 후 29연승 행진을 이어갔던 나달은 이 대회 통산 전적 29승2패가 됐다.
나달은 “데이비스컵 데뷔전에서 패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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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흙신 라파엘 나달이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를 끝으로 코트를 떠나며 눈물과 함께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말라가=신화연합뉴스
최고 권위 국가대항전인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2단식에 출전한 카를로스 알카라스(3위)가 네덜란드 탈론 그릭스푸어(40위)를 2-0(7-6<7-0> 6-3)으로 물리쳤지만, 복식에서 알카라스-마르셀 그라노예르스 조가 판더잔출프-베슬리 쿨호프 조에 0-2(6-7<4-7> 6-7<3-7>)로 지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나달은 이렇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열린 은퇴 행사에서 코트에 선 나달은 충혈된 눈으로 “테니스 덕분에 평생 잊기 힘든 기억과 경험을 갖게 됐다”며 “좋은 사람으로, 또 꿈꿨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달은 현역 기간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모두 22차례 우승했다.
메이저대회에서 나달보다 많은 트로피를 수집한 건 ‘테니스 4대 천왕’ 중 한 명인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24회)뿐이다.
특히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지는 프랑스오픈에서만 14차례 정상에 서며 ‘흙신’으로 불렸다.

나달은 2008 베이징 대회 단식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남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금메달 2개를 갖고 있다.

나달이 떠나며 4대 천왕 가운데 조코비치만 코트에 남게 됐다.
‘황제’ 로저 페더러(43·스위스)는 2022년 은퇴했고, 앤디 머리(37·영국)는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이 넷은 페더러가 처음 메이저 정상을 차지한 2003년 윔블던 대회부터 지난해 US오픈까지 81차례 메이저대회 중 69차례(85.2%) 정상을 밟으며 세계 테니스를 휩쓸었다.

페더러는 ‘라이벌’ 은퇴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페더러는 “나달이 있어서 나 역시 테니스를 즐길 수 있었다”며 “당신과 스페인이 자랑스럽다”고 인사했다.
정필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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