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6 대역전’ 지옥과 천당 오간 류중일호,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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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대표팀 내야수 박성한이 타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뒤늦게 시동 걸린 타선,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9-6으로 이겼다.
한때 0-6 영봉패 위기도 있었지만, 경기 막판 추격에 힘입어 접전 끝에 기분 좋은 승전고를 울렸다.

이로써, 조별리그 첫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진출을 향해 계속 나아간다.
낮은 현실성이지만, 계속해서 기적을 꿈꾼다.
희박한 가능성에도 도쿄행 ‘경우의 수’는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모든 건 대표팀이 남은 호주전까지 이겨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중 하나가 대만이 잔여 일정에서 17일 호주, 18일 쿠바 상대로 모두 패하는 것이다.
혹은 쿠바가 17일 일본전, 18일 대만전을 모두 잡아준 뒤 한국, 대만과 함께 3승2패 및 3자동률로 얽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득실 점수 차이로 순위를 결정하는 팀 성적지표(Team Quality Balance·TQB) 규칙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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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대표팀 투수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미니카 타선의 방망이는 날카로웠다.
이날 선발 중책을 맡은 임찬규는 3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 끝에 이른 시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후속 투수들도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대표팀의 강점이었던 불펜마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 이닝 점수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추격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
4회초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은 도미니카 2루수 앨런 핸슨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임찬규에 맞서 4회초 2점포를 때린 아리스멘디 알칸타라는 5회초 조병현 상대로 솔로포를 치면서 멀티홈런 괴력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경기 초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대표팀 타자들은 도미니카 선발 프랭클린 킬로메의 강력한 구위에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심지어 첫 출루가 5회말 2사에서야 나왔다.
대표팀 ‘캡틴’ 송성문이 중전 안타를 치기 전까지 아웃카운트 14개를 무력하게 헌납했다.

킬로메는 5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설상가상 대표팀 핵심타자 김도영은 6회초 수비 상황에서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결국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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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대표팀 포수 박동원이 타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대표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늦게나마 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상대 선발이 내려간 6회말이 그랬다.
박성한, 최원준이 도미니카의 두 번째 투수 헥터 페레스 상대로 연속 볼넷 출루에 성공했다.
마침내 대표팀이 이날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둔 순간이었다.

이후 1사 상황 신민재의 타구가 바뀐 투수 조엘리 로드리게스의 송구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2점을 따라붙었다.
또한 4번-지명타자로 나선 문보경은 기술적인 타격을 앞세워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올렸다.

불붙은 타선이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 좋은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박동원이 또 한 번 장타를 신고했다.
로드리게스의 직구를 때려 좌측 담장 가까이 붙는 안타를 만들어 2루 주자 문보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꽁꽁 묶였던 타선이 6회말에만 4득점을 올려 승부를 2점 차로 좁혔다.

거듭 실점하던 마운드에서 뒤바뀐 흐름에 호응했다.
7회초 김서현의 역투로 세 타자 무실점 이닝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벤치에서도 8회초 1사 마무리 박영현 투입 승부수를 꺼내면서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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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대표팀 마무리 투수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격은 턱밑까지 계속됐다.
8회말 송성문이 적시타를 때리면서 1점 차로 붙었다.
나승엽, 박동원의 안타가 나온 후 대주자(김휘집, 이주형)를 적극 활용한 점도 돋보였다.
이때 박성한은 도미니카 투수 디에고 카스티요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역전 결승타(7-6)의 주인공이 됐다.
그 뒤에도 최원준, 홍창기가 연달아 적시타를 치면서 9-6 역전극 대서사를 완성했다.
마무리 박영현은 이날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면서 승리투수로 우뚝 섰다.

한편, 같은 날 대만 타이페이돔에서 30분 일찍 시작한 일본-대만전에서는 선발 투수 사이키 히로토(5.2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앞세워 일본이 웃었다.
일본이 대만을 3-1로 제압하면서 조별리그 3승0패로 B조 단독선두에 올라섰다.
대만은 2승1패로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시점 두 팀의 슈퍼라운드 진출이 가장 유력한 건 사실이다.

반전을 노린다.
한국은 17일 하루 휴식 일정을 취한 뒤 18일 티엔무 구장에서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기적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또 한 번의 승리가 절실하다.

김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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