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도 너무 강하다, 역대 단일 시즌 최강팀을 향해 달려가는 현대캐피탈에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누가 현대캐피탈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이미 정규리그 1위는 기정사실화됐다.
이제 남은 건 역대 최고 승률과 역대 최다연승 기록 경신을 하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삼성화재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18 25-12) 완승을 거뒀다.
V리그 출범 전부터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던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맞대결은 2016~2017시즌부터 ‘V-클래식 매치’라는 이름으로 명명돼 치러지고 있다.
이날까지 올 시즌 다섯 번 V-클래식 매치에서 현대캐피탈이 5전 전승을 거뒀다.
3라운드만 풀 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였을 뿐, 1,2,4,5라운드는 모두 3-0 셧아웃 승리였다.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무색할 정도의 현대캐피탈의 일방적 압살이다.

이날 승리로 16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은 김호철 감독(現 IBK기업은행) 시절인 2005~2006시즌에 세웠던 15연승을 넘어 단일 시즌 남자부 최다연승 기록에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2승만 더 거두면 2015~2016시즌 최태웅 감독(現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초임 시절에 세운 남녀부 통틀어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인 18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최 감독의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8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18연승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만큼 지금의 현대캐피탈은 역대를 통틀어도 쉽게 나오지 않는 ‘초강팀’이다.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뿐만 아니라 단일 시즌 최고 승률에도 도전한다.
프로배구 출범 후 정규리그 최고 승률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원년인 2005년 나란히 작성한 0.900(18승 2패)이었다.
이를 넘기 위해선 현대캐피탈은 33승3패 이상을 거둬야 한다.
남은 11경기에서 10승1패를 거둬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의 기세라면 남은 11경기를 모두 이겨도 이상하지 않지만, 당시는 한 시즌이 20경기 체제였던 시절이고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의 창단으로 7구단 체제로 36경기 체제로 진행된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의 최고 승률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3~2014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린 팀은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의 28승8패가 가장 승률이 높았다.
2020~2021시즌부터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도 최고 승률은 2020~2021시즌과 2022~2023시즌의 26승10패가 최고 승률이었다.
30승만 거둬도 역대 최초고, 33승3패 이상을 거두면 모든 역사를 통틀어 최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현대캐피탈이다.

승점 3을 보태 승점 67(23승2패)이 된 현대캐피탈은 2위 대한항공(승점 47, 15승9패)와의 승점 차를 무려 20으로 벌렸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 확보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세트별 득점을 보면 알 수 있듯, 현대캐피탈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4라운드 남자부 MVP에 오른 레오가 팀 공격의 31.43%를 책임지면 15점, 성공률 63.64%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팀을 이끌었다.
레오와 함께 V리그 최고의 ‘쌍포’를 이루는 허수봉도 60%의 공격 성공률로 13점을 터뜨리며 화력을 보조했다.
아시아쿼터 아포짓 신펑(중국)은 블로킹 5개 포함 58.33%의 공격 성공률로 12점을 올리며 모처럼 제몫을 다 했다.
‘삼각편대’가 이처럼 순도 높은 공격력을 보였으니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였던 셈이다.
반면 삼성화재는 막심과 파즐리가 각각 9점에 그치는 등 아무도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없었다.
블로킹 득점 1-12 절대 열세에 범실도 18-17로 1개가 많았다.
리시브 효율마저 27.87%-38.1%로 밀렸다.
삼성화재가 이길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실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은 수비 수치는 평균 이하다.
팀 리시브 효율 31.80%는 전체 5위에 불과하고, 디그는 6위(세트당 9.611개), 팀 수비는 최하위(15.144개)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이 역사에 남을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타 팀과 비교불가한 공격력과 서브, 블로킹 능력 덕분이다.
현대캐피탈의 팀 공격 성공률은 54.43%로 2위 대한항공(51.21%)보다 3% 이상 높다.
이는 굉장한 차이다.
여기에 오픈 공격 성공률 44.13%는 남자부 유일의 40% 이상 성공률이다.
2위 한국전력(39.23%)보다 5% 가량 높다.

이는 곧 리시브가 흔들려도 확률 높은 오픈 공격을 통해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시브 정확으로 집계되기 위해선 세터 머리 위 혹은 세터가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올려야 한다.
그러나 강서브가 일상화된 현대 남자배구에서 리시브를 정확하게 올리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어택라인 정도에만 리시브를 띄워놓으면 오픈 공격 1위 레오(49.83%)를 비롯해 허수봉(40.29%)으로 이를 득점으로 치환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세터 황승빈의 경기운영도 물이 올라 어택라인 근처에 올라온 리시브 정확으로 집계되지 않은 리시브도 B-속공으로 밀어주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리시브 효율이 높으면 좋겠지만, 높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대캐피탈이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성공률 못지 않고 효율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팀 공격 범실도 137개로 가장 적고, 블로킹 차단 횟수도 156개로 리그 유일의 200개 이하다.
공격에서 거저 주는 점수가 적다는 얘기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공격 효율은 역대급이다.

공격력이 나머지 6개팀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팀 서브 1위(세트당 1.544개)로 상대팀 리시브는 가장 많이 흔들고, 블로킹 1위(세트당 2.778개)로 상대 공격을 가장 많이 차단하는 현대캐피탈이다.
비득점 부문에서의 약점을 득점 부분의 초강세로 확실히 메워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이제 현대캐피탈에게 남은 정규리그 경기는 11경기. 과연 현대캐피탈을 이길 팀은 나올 것인가. 남은 V리그 남자부를 보는 가장 큰 관전포인트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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