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1R 6전 전승을 지켜보며 인정하기로 했다, 아직 ‘배알못’임을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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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동안 흥국생명 선수들의 훈련 과정과 연습 경기를 지켜봤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천천히 나름대로 흥국생명의 전력에 대해 정리해봤다.
그 결과는? ‘다가올 2024~2025시즌에서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쉽지 않겠다’였다.
여전히 굳건하게 팀을 지탱해줄 ‘배구여제’ 김연경의 존재 덕분에 어찌저찌 봄 배구 진출은 하겠지만, 과연 우승까지 할 수 있을 팀인가? 라는 의문을 지우긴 어려웠다.
그런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의 경쟁력이었다.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을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는 잘 세팅된 퀵오픈 등에는 강점을 보였지만, 외국인 선수의 제1 덕목이라 할 수 있는 하이볼 처리가 전지훈련에서 지켜본 결과, 그리 능숙하지 않았다.
트라이아웃 마지막 순위로 불린 선수다보니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신장은 1m97로 컸지만, 그게 다였다.
코트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루이레이는 통영KOVO컵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V리그 시작 전에 루이레이를 내보내고 아닐리스 피치(뉴질랜드)로 교체했다.
(이 발빠른 대처는 매우 적절했다.
피치는 세트당 0.65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이 부문 5위에 올라있고, 이동공격 7위, 속공 8위 등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김연경과 김수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5명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어 변수가 너무 컸다.
외국인 아포짓이 투트쿠로 바뀌었고, 야구로 치면 센터라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세터-리베로 라인이 이고은-신연경으로 바뀌었다.
김연경의 아웃사이드 파트너 자리도 파워넘치는 공격은 일품이지만, 리시브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1m76 단신의 정윤주로 바뀌었다.
김수지의 미들 블로커 파트너 자리도 시즌 개막 직전에 피치로 바뀌었다.
2011~2012시즌부터 프로배구를 취재해왔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배알못’임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인천 정관장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1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거뒀다.
남녀부 통틀어 유일한 1라운드 전승팀이 흥국생명이다.
승점 17로 2위 현대건설(승점 14, 5승1패)에 승점 3 앞선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오픈 공격 성공률도 34.09%로 10위에 머물러있고, 공격득점은 102점으로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를 퇴출시킨 페퍼저축은행(자비치→테일러)를 빼면 나머지 6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다.
다만 1m91의 큰 신장을 앞세운 사이드 블로킹 능력은 동급 최강이다.
세트당 1개(총 2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블로킹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르며 득점 부문은 4위(130점)에 올라있다.
이 정도면 트라이아웃 마지막 순번에 뽑은 선수라고 생각하면 ‘대박급’ 활약이다.
투트쿠의 다소 아쉬운 공격력은 역대 V리그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이 훌륭히 보완해주고 있다.
1988년 2월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일곱(동기인 김수지는 1987년생으로 서른 여덟)인 김연경이지만, 나이는 김연경에겐 숫자에 불과한 모양이다.
118점으로 득점 8위, 공격 성공률은 45.68%로 전체 1위다.
오픈 공격도 42.71%로 전체 1위. 투트쿠의 약점인 오픈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을 김연경이 든든히 메워주면서 흥국생명은 리시브가 흔들려도 사이드아웃을 잘 해내고, 상대 공격을 수비로 걷어내면 잘 반격해낼 수 있었다.
(이는 김연경이 백어택을 구사할 수 없어서가 아닌, 세터가 김연경의 백어택 옵션을 잘 활용하지 못한 탓이 컸다) 아본단자 감독의 주문과 훈련 과정에서 세터 이고은과의 연습을 통해 올 시즌에는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 비중을 늘렸다.
그간 흥국생명의 약점은 김연경이 후위로 갔을 때 득점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김연경이 ‘배구여제’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록은 리시브 효율이다.
42.86%로 전체 2위다.
12일 정관장전에서도 52.63%의 리시브 효율에 팀 내 최다인 24개의 디그까지 건져냈다.
여기에 팀 내 최다인 27점을 몰아치기까지. 승부가 결정된 5세트에만 66.7%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6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하드캐리’했다.
리베로급의 수비에 역대 최강의 공격력을 보유한 김연경은 흥국생명 공격과 수비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흥국생명에 오기까지 무려 이적만 7차례를 했던 V리그 대표 ‘저니우먼’인 프로 11년차 세터 이고은은 김연경의 파이프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지난 시즌 주전 세터였던 이원정(現 페퍼저축은행)보다는 훨씬 원숙한 경기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리베로 신연경은 리시브 효율은 33.05%로 다소 아쉽지만, 디그 3위(세트당 5.130개)에 오르며 코트 후방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도 이고은과 신연경의 활약에 대해 “두 선수는 팀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팀이 한층 성장하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 역시 정관장전을 마치고 방송 인터뷰에서 “이고은과 신연경의 활약 덕에 팀이 안정적일 수 있다”고 칭찬했다.
이제야 V리그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찾은 듯 하다.
흥국생명은 각 항목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표가 거의 없다.
딱 하나가 있다면 블로킹이다.
12일 정관장전에서도 블로킹 득점 14-9로 앞선 흥국생명은 올 시즌 세트당 2.739개를 잡아내 1위에 올라있다.
블로킹 개인 순위 1위에 투트쿠가 올라있는 것도 그 비결이긴 하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사이드 블로킹을 담당하는 투트쿠가 블로킹을 많이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본단자 감독이 미들 블로커들의 블로킹 위치나 리딩 등을 분석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지도했기에 가능한 수치다.
블로킹만큼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으면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 1/6을 치렀을 뿐이다.
확실한 건,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맛은 없지만 강하다.
쉽게 지지 않는 팀이자 이길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춘 팀이 됐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챔프전에 올랐지만, 모두 드라마틱한 패배를 겪었다.
2022~2023시즌엔 도로공사를 상대로 먼저 2승을 선취하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해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고, 2023~2024시즌엔 3전 전패, 그것도 3경기 모두 풀 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현대건설의 우승을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했다.
과연 흥국생명이 1라운드 전승의 기세를 타고 올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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