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고희진 감독의 ‘김세인 카드’ 적중…9점에 64.71%의 ‘미친’ 리시브 효율까지, 이소영 공백 확실히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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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3~2024 V리그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2차전이 열린 24일 대전 충무체육관. 1차전을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해 이날 경기까지 패하면 2016~2017시즌 이후 7시즌 만에 맞이한 봄배구를 단 두 경기 만에 끝낼 위기에 몰린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지아(미국)의 대각에서 뛸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김세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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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정관장은 이번 봄배구에서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인 ‘소영 언니’ 이소영이 뛰지 못한다.
이소영은 지난 7일 정관장이 GS칼텍스를 3-0으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 가능성을 지워버리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날, 블로킹 착지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렀고, 발목인대 파열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관장이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5라운드부터 급상승세를 탄 데에는 수술 후유증을 떨처내고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소영의 존재감이 컸기에 정관장으로선 풀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소영의 대체자로 낙점받은 선수는 박혜민이었다.
1m81의 좋은 신장을 갖춘 박혜민은 공격력은 다소 약해도 리시브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였고, 이소영이 시즌 초반 자리를 비울 때도 주전으로 활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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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 김세인
그러나 1차전에서 박혜민의 공격 성공률은 18.18%(2/11)에 그쳤다.
박혜민이 전위 세자리를 소화할 땐 정관장의 공격 작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정관장 세터 염혜선도 박혜민이 전위일 때 그를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공격수를 활용하다 범실이 나오는 장면도 왕왕 나왔다.
게다가 장점인 리시브도 크게 흔들려 수비에서도 제 몫을 못했다.
26개의 리시브를 받아 세터에게 정확하게 연결한 리시브는 단 7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3개는 아예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면서 리시브 효율이 15.38%에 그쳤다.
공수에 걸쳐 이소영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이에 고희진 감독이 내놓은 승부수가 1m72 단신인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이었다.
김세인은 단신임에도 신장 대비 뛰어난 펀치력을 앞세운 공격력이 일품인 아웃사이드 히터다.
펀치력 덕에 서브도 좋다.
다만 리시브가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전위에 올라오면 블로킹 약점이 있어 그간 V리그에선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선수다.
대신 국내 선수들끼리 뛰는 KOVO컵 대회에선 군계일학의 공격력을 뽐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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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
고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흥국생명에선 (박)혜민이가 나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겠지만, 지아의 대각 아웃사이드 히터에 김세인을 선발로 쓸 생각이다.
오늘 연습 때도 그렇고 최근 (김)세인이가 리시브가 괜찮다.
원 블로킹 상황에서 이원정과 맞물려 돌아간다면 충분히 뚫어낼 수 있는 선수다”라면서 “흥국생명에서 세인이가 선발로 나오는 것을 보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보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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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고 감독의 승부수는 제대로 적중했다.
김세인은 1세트 2-3에서 첫 공격을 성공시키며 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세인이 1세트에 올린 득점은 딱 3점. 성공률은 42.86%였다.
언뜻 보면 그리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김세인이 이정도만 해줘도 충분했다.
적어도 김세인이 전위로 올라왔을 때 흥국생명 블로커들을 신경쓰게 해줘도 성공이었다.
그렇게 되면 염혜선이 후위인 지아의 파이프(중앙 후위공격)이나 메가를 활용하기에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세인은 약점으로 꼽히던 리시브에서 1세트에 무려 83.33%의 효율(6/7)을 기록하며 팀 리시브 안정에도 힘을 보탰다.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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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1세트 초반 흥국생명의 세터 이원정이 속공을 적극 활용하면서 7-11로 앞서나갔지만, 정관장이 곧바로 추격했고, 10-12에서 윌로우의 서브 범실과 지아의 파이프가 코트에 꽂히며 12-1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접전으로 치러지던 경기는 17-17에서 지아의 오픈과 메가의 오픈이 연속으로 성공하고 윌로우의 범실, 메가의 시간차가 꽂히며 21-17로 정관장이 달아나며 1세트 승기를 굳혔고, 그대로 1세트를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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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왼쪽), 메가
2세트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접전으로 치러지다 정관장이 잡아냈다.
16-15에서 메가의 연속 백어택이 터져나왔고, 21-19에서 메가의 오픈 공격과 지아의 파이프가 연달아 성공되며 24-19로 앞서나갔다.
이후 흥국생명이 맹추격해 24-23까지 따라붙었지만, 지아의 파이프가 다시 한 번 흥국생명 코트에 내리꽂히며 2세트를 잡아냈다.

흥국생명도 이대로 물어서지 않았다.
3세트 초반 0-4로 뒤지며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으나 이대로 물러날 ‘배구여제’ 김연경이 아니었다.
2세트까지 9점을 올리고 있던 김연경은 3세트에만 혼자 10점을 몰아치며 흥국생명이 25-20으로 한 세트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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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여제의 일격에 한 방을 맞은 정관장은 4세트에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위기엔 결국 에이스들이 해줘야 하는 법. 정관장이 자랑하는 ‘외국인 듀오’ 메가와 지아가 최전선에 나섰다.
염혜선은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메가와 지아에게 적절한 토스를 올려줬고, 메가와 지아는 때로는 강타로, 수비가 뒤로 물러나 있으면 그 사이에 연타를 넣으며 흥국생명 블로커들과 수비를 유린했다.
세트 중반 16-9로 크게 앞서며 승기를 잡은 정관장은 랠리 상황에서 지아의 파이프가 김연경의 수비 옆에 떨어졌다.
그 순간 대전 충무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화답하며 오랜만의 대전에서 펼쳐지는 봄 배구를 만끽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리드를 이어간 정관장은 24-15에서 이선우의 공격이 흥국생명 코트에 꽂히며 세트 스코어 3-1(25-19 25-23 20-25 25-15) 승리를 완성했다.
정관장은 이날 승리로 지난 2017년 3월20일에 펼쳐진 IBK기업은행과의 PO 2차전(3-2 승리) 이후 2561일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가릴 두 팀의 PO 3차전은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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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지아
정관장이 자랑하는 ‘외국인 듀오’ 지아와 메가가 각각 30점(공격 성공률 47.46%), 25점(48.00%)을 폭발시키며 정관장 공격을 주도했다.
고 감독의 승부수 김세인도 서브에이스 1개 포함 9점(33.33%)을 올리며 이소영의 공백을 최소화시켜줬다.
김세인은 리시브에서도 64.71%(11/17)의 미친 효율로 제 몫을 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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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흥국생명은 주포 김연경이 22점(50.00%)으로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1차전에선 윌로우가 김연경보다 더 많은 25점을 몰아치며 활약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지만, 이날 윌로우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부족한 기본기 등이 드러나며 경기력에 보탬이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윌로우의 이날 성적은 11점,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김연경의 대각에서 뛰는 레이나도 10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도 29.03%로 낮았고, 정관장 서버들의 목적타 표적이 되어 코트에 오래 세워두기 힘든 수준이었다.
윌로우와 레이나의 대체 자원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코트를 드나든 김미연이 그나마 9점, 공격 성공률 45.00%로 활약한 게 위안이었다.
대전=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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