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를 향해] 과감했던 코치 수혈, 잘 채워진 마운드 공백… 착착 맞아든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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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재훈 투수코치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잘 풀리는 집, 뭘 해도 된다.

올 시즌을 앞둔 ‘호랑이 군단’ KIA가 자랑하던 최고의 무기는 단연 방망이다.
하지만 ‘대권 후보’의 마운드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준수한 자원은 많지만, 압도적이지 않았다.
만약 덜미를 잡는 게 있다면, 그건 마운드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심재학 단장이 변화를 택한 배경이다.
가을야구가 불발된 지난해 10월, 투수파트 코치진의 개편을 알렸다.
심 단장의 선택은 정재훈, 이동걸 코치였다.
두 코치는 선수 커리어에서 단 한 줄도 KIA와의 연결고리가 없었다.
그만큼 변화가 절실했다.
변화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것이 두려웠다.
새 얼굴 수혈은 과감한 결단이었다.

꿈꿨던 분위기 쇄신,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여러 난관을 버텨낸 끝에 좋은 성적표가 보인다.
타고투저 경향을 견디며 팀 평균자책점 4.41(11일 기준), 전체 1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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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재훈 투수코치(왼쪽)와 이동걸 불펜코치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격동의 중심에 선 정재훈 코치는 “솔직히 제가 한 건 없다.
저나 이동걸 코치 합류로 선수들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친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간 선수들을 우리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다 선수들이 잘해준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정 코치는 “선수들이 한 시즌 내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악재가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는 게 핵심”이라고 흐름을 되돌아봤다.

특히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이 연달아 부상 이탈한 선발진에 엄지를 세운다.
크게 뚫린 구멍을 황동하, 김도현 등의 6∼7선발들이 곧잘 메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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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황동하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예비 선발을 준비해둔 게 도움이 됐다”는 정 코치는 “(황)동하는 마무리캠프부터 눈여겨 봤다.
미국 연수로 구속도 오르고, 릴리스 포인트도 안정되면서 공 궤적이 일정해졌다.
터무니 없이 빠지는 공들이 줄면서 자신감도 붙었다”고 설명했다.
김도현의 경우도 “원래 올해는 스윙맨, 내년에 선발로 보고 있었다.
기복은 있지만,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작품은 불펜에도 있다.
올해 16홀드와 함께 필승조로 거듭난 좌완 곽도규다.
정 코치는 “미국 연수, 호주리그를 거치며 확실히 가능성을 봤다.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시즌 초부터 기용했다.
경기를 거듭하며 자신감도 쌓였다.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거듭 칭찬을 늘어놨다.

현역 시절 포크볼 아티스트로 불리던 정 코치의 합류로 눈에 띄게 올라간 투수진의 포크, 스플리터 활용도 승인으로 꼽힌다.

정 코치는 “꾸준히 구사율을 높이자고 말했던 건 맞다.
(장)현식이, (전)상현이, (정)해영이 그리고 (황)동하가 대표적으로 잘 해내고 있는데, 원래 이걸 안 던지던 투수들은 아니다”며 “그립이나 회전수, 궤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푸쉬 아닌 푸쉬를 했는데, 너무 잘 따라와줬다.
무기가 하나 늘어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갈 길은 멀다.
정규시즌 우승은 확정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가 남았다.
“KIA행은 제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그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가 온 건 맞지만, 결과는 아직이다.
평가는 미뤄둘 때”라며 다가올 본 무대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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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재훈 투수코치(오른쪽)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양현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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