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존경’ 속에서도 냉철했던 승부… ‘디펜딩 챔피언’ LG가 괴물과 싸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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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민재가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완벽한 판정승이었다.

2024시즌 KBO리그의 출발을 알린 23일. 축제가 벌어진 전국 5개 구장 중에서 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모인 곳은 바로 LG와 한화가 격돌한 서울 잠실야구장이었다.
한화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류현진이 12년 만에 펼치는 KBO리그 복귀전이었기 때문.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일군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코리안 몬스터가 보여줄 퍼포먼스에 관심이 집중됐다.

승부가 기대되기는 LG도 매한가지였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투수를 빠르게 상대하는 것이 선수단의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승리 시 얻을 메리트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었다.
LG 염경엽 감독도 “‘류현진’이지만 충분히 우리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시작된 맞대결, LG는 돌아온 레전드를 향한 예우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했다.
1회말 리드오프 박해민이 승부에 앞서 헬멧을 벗고 인사를 건넨 것. 류현진도 모자를 벗고 후배의 인사를 받아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박해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수들끼리 고민을 많이 해서 결론을 내렸다.
한국을 빛내고 돌아온 선수이시지 않나. 존경의 의미로 인사를 드리자고 다 같이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고생하셨다, 우리나라를 빛내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선두타자인 제가 인사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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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LG 박해민이 건넨 인사에 모자를 벗고 화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리스펙트’만큼 승부에도 진심이었다.
안방 스포트라이트를 넘겨줄 수 없다는 듯, 더욱 활발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류현진 상대 볼넷을 3개나 골라냈으며 안타도 6개를 뽑아내 5실점을 안겼다.
3⅔이닝 만의 조기강판에 패전의 멍에까지 쓴 류현진이다.
한화 야수진의 실책이 가장 치명적이었지만, 뜨겁게 불탄 LG의 방망이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염경엽 감독의 플랜이 통했다.
사령탑은 “타자와 좌우로 싸울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
양쪽 다 노리는 건 쉽지 않다.
한쪽을 얼마나 잘 공략하는지가 포인트”라는 분석 아래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우선이다.
초반에는 번트 없이 싸워볼 것”이라며 적극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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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염경엽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선수들이 이를 잘 이행했다.
2회말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신민재는 “빠른 카운트 안에서 치려 했다.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이 2% 정도밖에 없다고 해서 패스트볼과 커브를 노렸다.
그중에서도 패스트볼을 먼저 생각하고 타격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공략 후기를 남겼다.

3번째 타석에서 적시타를 뽑아냈던 박해민도 “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하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분석 그리고 이를 결과로 도출해내는 선수들의 실행력이 어우러진 결실이었던 셈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이유이자, 왕조 건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근거이기도 하다.
다시, LG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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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단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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