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도 못 주는 클린스만 ‘경질 불가피’…원칙 무시하고 뽑은 정몽규 책임론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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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당장 해야 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 분석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것.”
책임과 거취 물음에 동문서답. 다수 논란에도 믿고 기다려준 이들을 향한 사죄는 없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황금 세대를 이끌고도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87위 요르단(한국 23위)에 완패한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뻔뻔할 정도로 ‘넥스트’를 외쳤다.
또 한 번 한국 축구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끝난 요르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 충격패했다.
할말 없는 패배다.
한국은 유효 슛이 하나도 없었다.
요르단은 7개의 유효 슛을 만들어냈다.
골키퍼 조현우가 손과 얼굴 등 온몸으로 결정적인 슛을 여러 번 저지했지만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수비진은 실수를 반복했고, 상대 개인 전술에 농락당했다.
후반 8분 야잔 알 나이마트, 후반 21분 무사 알 타마리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2-2로 비긴 적이 있다.
4강전을 보면 한 번 만난 팀을 상대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맞춤 전략이 전혀 없었다.
요르단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강점인 측면 공격을 제어하고 허술한 뒷문을 두드렸다.
클린스만의 ‘감독 역량 한계’를 명확하게 노출한 경기다.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으로 한국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외유와 근태 논란에 휘말렸다.
성적도 신통찮았다.
방어 수단으로 삼은 건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해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낙제점도 못 줄 수준이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사상 가장 많은 빅리거를 보유하고도 ‘무색무취’ 전술로 일관했다.
중요한 건 대회를 앞두고 우려한 리스크가 거짓말처럼 그대로 드러난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변화무쌍한 전술보다 손흥민, 이강인 등 핵심 공격수의 개인 전술을 극대화하는 데만 몰입했다.
이들을 대체할 K리거 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차두리 코치에게만 맡겼다.
자연스럽게 베스트11은 고정화됐다.
빅리거를 향한 집중 견제나 부상 변수 발생 시 대처할 플랜B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막히면 해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대표 자격 잠정 박탈을 당한 최전방 자원 황의조의 대체자를 뽑지 않은 것도 컸다.
이번 대회는 최종 명단이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중용할 계획이 없는 일부 미래 자원으로 남은 자리를 채웠다.
황의조가 빠진 스트라이커진은 조규성, 오현규만 뒀는데 부진을 거듭하며 최전방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윙포워드에 특화한 손흥민과 황희찬을 전방으로 돌려 썼지만 오히려 측면 힘이 떨어져 고립하는 장면이 잦았다.
로테이션 없이 플랜A를 고집하며 대회를 치른 클린스만호는 16강과 8강에서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승부차기 승)와 호주(2-1 승)를 상대로 모두 연장 승부를 벌여 기적 같은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단기간 ‘240분 사투’는 누구라도 방전될 만하다.
요르단전도 플랜A에만 기대다가 아무것도 못 했다.
원칙과 시스템을 무시하고 클린스만 감독을 뽑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 회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을 이끈 벤투 감독이 떠난 뒤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를 배제한 채 클린스만 감독은 데려왔다.
전력강화위원을 통해 지도자를 추천하고 검증하도록 한 자체 시스템을 독단적으로 거른 희대의 감독 선발이다.
전력강화위원은 선임 과정을 전혀 모른 채 통보만 받았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클린스만 선임 관련 기자회견 때 명확한 프로세스를 언급하지 못하면서 ‘허수아비 인증’을 한 건 여전히 회자한다.
이런 상황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하며 축구 문화를 익히겠다”고 부임 당시 말한 것을 뒤집고 자택이 있는 미국에 주로 머무는 등 근태 논란에 시달렸을 때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국내에 머문 기간을 따지는 보도가 나왔을 때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 그리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래 자원 관찰 대신 유럽 구단 방문, 방송해설위원 활동 등에 시간을 더 할애해왔다.
대표팀 감독을 부업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시안컵까지 인내하고 응원한 이들이 다수다.
그러나 쓰라린 패배는 물론이요, 모두가 울 때 미소 짓거나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다”는 등 제3자 혹은 해설위원처럼 말하는 그의 태도에 충격파는 더 컸다.
벤투 감독도 부임 초기 아시안컵 8강에서 물러났지만 당시엔 지향하는 축구 색채를 표현했고, 선수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월드컵까지 바라볼 동력이 있었다.
클린스만의 실패와 180도 다르다.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의 동행, 이제 다시 원점에서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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