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군단 첫 ‘100억대 사나이’… “부담도 있지만 그만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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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에이스 투수 고영표
3연속 10승 이상 ‘특A급’ 선발
구단 사상 첫 비FA 다년계약
5년 107억… 규모도 역대 최대
“2024년 목표는 하던 대로 하는 것
전 시즌 K/BB 1위 이어가고파
선발진 잘 이끌어 우승 최선”


“부담감에 압박감도 느끼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29일부터 프로야구 KT가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 중인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 KT의 토종에이스 고영표(33)의 첫 불펜 피칭에는 힘이 바짝 실려 있었다.
그의 공을 받은 불펜 포수는 연신 “좋아”, “나이스 볼”을 외쳤다.
고영표는 스프링캠프에 앞서 몸 관리를 착실히 한 뒤에 선수단에 합류했다.
‘107억원의 사나이’다운 준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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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
고영표는 지난달 25일 KT와 5년 총액 107억원(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에 비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KT 구단 역사상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이자 100억원대 이상 규모의 계약이다.
고영표 이전 KT의 최고 규모 계약은 2017년 황재균이 FA 이적할 때 받은 4년 88억원이었다.

불펜 투구를 마친 뒤 만난 고영표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는 “몸 상태는 너무 좋아요. 기장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피칭이라고 할 만한 공을 던졌는데, 마음에 듭니다.
부족함도 느꼈기에 잘 채워 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고영표는 KT와 일찌감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에게는 사실상 KT 종신계약이나 마찬가지다.

군 제대 후 KBO리그로 다시 돌아온 2021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 20회 이상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특A급 선발투수인 그가 FA 시장에 나온다면 이번 계약 규모 이상의 금액도 가능했다.
고영표는 “다른 구단들이 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긴 했죠. 그래도 KT에서 제게 이번에 해준 대우가 아무나 해주는 게 아니니까요. 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이적보다는 KT에서 후배들과 오래오래 야구하려고요”라고 답했다.

고영표 인터뷰에는 같은 사이드암 선발 요원이자 5년 후배인 엄상백(28)도 함께했다.
엄상백은 고영표의 다년 계약 소식에 “어릴 때 같이 운동을 해온 좋아하는 형이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고영표는 엄상백을 바라보며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온 선후배로서 제가 이렇게 먼저 큰 계약을 했으니 이제 여유를 가지고 (엄)상백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백이뿐만 아니라 좌우를 둘러볼 수 있는 입장이 됐으니 투수 후배들을 챙기면서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해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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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사이드암 듀오’ 고영표(오른쪽)와 엄상백이 6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장=남정훈 기자
선배의 진심에 엄상백도 “(고)영표형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워요. 제가 좀 나태해진다 싶으면 회초리 같은 조언도 해주고요. 제구가 좋고, 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나가는 영표형의 투구에 저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영표형처럼 볼넷을 줄이고, 스트라이크를 더 던지려 노력했더니 볼넷도 점점 줄더라고요”라고 화답했다.
고영표의 올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이어져 온 한 시즌 퀄리티스타트 20회 이상과 160~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이닝이터 되기. 고영표는 “평균자책점도 지난 시즌처럼 2점대를 유지하고 싶고, 승리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더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 K/BB(탈삼진 대비 볼넷 비율)가 제가 1위였는데, 이 기록도 챙겨보긴 해요. 제가 어떤 투수인가를 보기 위해서요. 제가 어떤 걸 잘하고, 어떤 부분이 안 좋은지를 보면서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죠”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소형준이 돌아오기 전까지 KT 선발진에선 고영표와 엄상백의 ‘사이드암 듀오’가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어 토종 원투펀치가 돼 선발진을 끌어줘야 한다.
둘은 마주 보며 “우리 둘이서 350이닝 이상 던지면 우리 팀 선발진이 잘 돌아간다는 증거 아닐까요. 그렇게 해서 한국시리즈 우승 한 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기장=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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