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최초 사령탑 이범호 “왕조? 쉽게 담을 단어 아냐”[SS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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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우승이) 끝이 아니라, 내년을 위한 시작입니다.
”
지휘봉을 잡는 순간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사실확인 자체를 못하게 타격코치임에도 외야를 배회하며 피해다녔다.
감독 선임 직후 “지켜봐달라”는 말만 했다.
“선수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선수단을 ‘무한 신뢰’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KIA 타이거즈 최초로 감독 데뷔시즌에 통합우승을 견인했고, 통산 12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전통을 이었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에도 “그런 게 어디있느냐”며 손사래를 치던 KIA 이범호 감독은 “임기 중에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첫해 지킬 수 있어 기쁘다.
타이거즈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선수로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한 이범호는 타격코치, 2군 총괄 등을 걸쳐 올해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이 선임된 직후 선수들은 “선수, 코치 때 선수들을 위해 생활하던 분들이 감독이 되면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범호 형은 그럴 분이 아니다.
(선수와 코치 때) 하던대로만 하시면, 가만히 앉아계셔도 명장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이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8개월 만에 이 감독은 ‘명장’ 반열에 올랐다.
역대 두 번째 최연소(43세 11개월3일)이자, 타이거즈 사령탑 최초의 데뷔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첫 우승이던 1983년 이래 올해까지 12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트로피를 놓치지 않은 전통도 지켜냈다.
“신구 조화가 잘 됐다.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랐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초보 사령탑’ 답지 않게 담대하고도 냉철한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마운드에는 양현종을 필두로 윤영찬 곽도규 정해영 등 20대 초반 투수들이 맹위를 떨쳤고, ‘30홈런 30도루’에 3할 100타점 100득점을 쓸어담은 김도영을 위시한 젊은 야수들과 최형우-나성범-한국시리즈 MVP 김선빈으로 이어지는 베테랑들의 폭발도 ‘타이거즈 왕조’를 기대케 한다.
이 감독은 “왕조는 쉽게 담을 단어가 아니”라며 “우리 선수들이 능력은 있지만, 세밀한 부분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차근차근 도전하고 올라가는 팀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할 때는 특유의 진심어린 표정을 잊지 않았다.
그는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14년간 KIA에 몸담으면서 좋은 팀을 만드는 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매년 우승을 위해 달리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승 직후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이미 내년 시즌 구상을 시작한 셈이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찬사는, 그래서 이 감독에게 꼭맞다.
타이거즈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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