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말바꾸는 축구협회'…"홍명보·클린스만 선임과정 절차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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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1차 회의서 권한 위임"→"11차는 정식 회의 아냐. 정해성이 축구협회에 요청."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모두 위반했다.
특히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장을 번복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그간 축구협회는 6월 30일 열렸던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 온라임 임시회의, 이른바 11차 회의에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체부 감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자, 축구협회는 입장을 번복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이사는 최종 감독 후보자 3명과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감독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고하는 등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앞서 축구협회는 7월 22일 보도설명자료 등을 통해 이 이사가 6월 30일 진행됐던 11차 회의에서 전강위 위원 5명으로부터 감독 추천 최종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관련 영상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이 이사는 11차 회의에서 최종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한 면접 집행 권한만 위임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이사는 당시 위원들에게 면접 결과를 보고하는 등 위원들과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11차 온라인 회의 영상 분석 결과 (위원들은) 면접권은 위임했으나, 추천권은 위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이사는 7월 7일에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에게 전화해 “지금 시간이 촉박하니,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최종결정을 제가 할 수 있게 해주면 안되겠냐”라고 말했고, 위원들이 이에 모두 동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이 발표된 후 이사회 서면결의가 이뤄지는 등 서면결의는 단순 요식행위 그쳤다.
이사회 이사 중 일부는 ‘이사회 서면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이 드러나자, 축구협회는 9월 29일 문체부에 답변서를 보내며 입장을 바꿨다.
11차 임시회의를 정식적인 회의로 인정할 근거가 없을뿐더러, 감독 추천 전권을 위임받은 정해성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2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하면서, 최종 후보자들에 대한 대면 협상 진행 및 이사회 추천 등을 축구협회가 대신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해당 역할을 이 이사에게 맡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축구협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감사관은 “정해성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후속 조치를 요청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축구협회는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답변서를 보내면서도 타당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정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을 축구협회에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정 위원장에게 축구협회에 재위임할 권한까지 위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에 대한 대면 면접의 경우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참관인도 없었던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최 감사관은 “사전 인터뷰 질문지도 참관인도 없이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을 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면접 행위 자체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감독 선임과정 문제를 비롯해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감사 결과를 종합해 10월 말에 축구협회에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 선임 무효와 관련해 최 감사관은 “축구협회의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며 “축구협회가 국민 여론과 상식의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9월 24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드러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골프 접대 의혹은 이번 감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최 감사관은 “감사 당시에는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며 “필요 시 검토를 통해서 (감사 결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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