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골퍼들 땀과 눈물 서린 이곳…세계서 가장 오래된 올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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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골프의 본고장'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오른쪽·한국명 고보경)와 남편 정준씨. [사진=R&A]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의 본고장(The Home of Golf)'으로 불린다.이 지역에 있는 올드코스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가장 오래된 코스로 등재돼 있다.
1457년 제임스 2세 스코틀랜드 왕은 젊은이들이 골프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금지령을 내렸다.
골프가 허락된 것은 1552년이다.
존 해밀턴 대주교가 골프를 허락했다.
그렇게 시작된 곳이 올해로 472주년을 맞았다.
긴 역사만큼 골프 사랑이 잔뜩 묻어 있다.
푸른 잔디, 맑은 공기, 작은 공, 긴 채를 좋아하는 골퍼라면 세인트앤드루스로 떠나보자.
세인트앤드루스는 두 스코틀랜드(글래스고·에든버러) 공항에서 2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
에든버러가 30분 정도 가깝다.
이들 공항에서 세인트앤드루스까지는 서울에서 천안 정도 거리(약 130㎞)다.
도시라 불리지만 우리나라 읍보다 적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세인트앤드루스 인구는 1만8410명(2022년 기준)이다.
이는 충북 진천읍 인구(2만9755명) 대비 약 62%에 불과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순교자 기념비에서 내려다본 올드코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올드코스가 가장 아름답다.
[사진=이동훈 기자]
◆올드 등 7개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코스[사진=이동훈 기자]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에는 7개 코스가 있다.
가장 오래된 올드코스는 전형적인 링크스다.
언덕이 많고 러프, 페어웨이, 그린을 구분하기 어렵다.
한 그린에 깃대가 두 개 있는 곳도 있다.
선수들 역시 옆 홀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가 많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남녀 메이저 대회가 총 33번 개최됐다.
남자 대회는 1860년 시작된 디 오픈, 여자 대회는 1976년 시작된 AIG 위민스 오픈이다.
디 오픈은 1873년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30회 열렸다.
AIG 위민스 오픈은 2007년, 2013년에 이어 올해 개최됐다.
코스 내에 있는 112개의 벙커, 언덕, 골짜기 등은 고유한 이름과 전설을 품고 있다.
올드코스의 상징은 스월컨 브리지다.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 카트리나 매슈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이곳에서 은퇴를 고했다.
2022년 타이거 우즈는 이 다리를 건너며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로 개장한 뉴코스는 1895년 올드 톰 모리스가 설계했다.
코스를 알리는 팻말에도 그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어 주빌리코스(1897년), 에덴코스(1914년), 스트라티럼코스와 발고브코스(1993년), 캐슬코스(2008년) 순으로 개장했다.
모든 코스가 퍼블릭이다.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누리집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올드코스에서 플레이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날 밤부터 기다린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전자 신청이 도입됐다.
방문해서 신청하면 늦은 오후 티타임 배정 여부를 알 수 있다.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이 운영하는 세계 골프 박물관. 벽에는 유명 골퍼들 얼굴 조각이 붙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과 세계 골프 박물관[사진=이동훈 기자]
올드코스 1번 홀 티잉 구역 뒤에는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 클럽하우스가 있다.
1754년 설립돼 올해로 270년 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다.
이들은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골프 규칙 등을 관장한다.
남녀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AIG 위민스 오픈을 주최·주관한다.
R&A는 회원제 클럽이다.
일반인은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수 없다.
단, 길 건너에 있는 R&A 세계 골프 박물관은 입장권을 사서 구경할 수 있다.
올드 톰 모리스, 보비 존스, 세베 바예스테로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 모습을 볼 수 있다.
골프장 설계의 시작, 골프용품의 변천, 디 오픈과 AIG 위민스 오픈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지난 400년 골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8번 홀 그린에서 100야드(91m) 떨어져 있는 던베건 호텔. 이 호텔 1층에는 골퍼스 코너라는 바가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골퍼들의 오아시스, 던베건 호텔[사진=이동훈 기자]
"던베건에서 우승자들 사진을 봤어요. 역사와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요일 밤에 던베건으로 향했어요. 우승컵에 술을 담아 마셨지요. 역사적인 장소예요."
지난 20일 AIG 위민스 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이 남긴 말이다.
던베건 호텔은 1994년 설립됐다.
이 호텔 1층에는 골퍼스 코너라는 바가 있다.
이 호텔은 올드코스 18번 홀 그린과 100야드(약 91m) 거리다.
한 매체는 '9번 아이언 거리'라는 별명을 붙였고, 호텔은 홍보를 위해 한 프로골퍼에게 9번 아이언 샷을 부탁했다.
이 호텔과 바에는 수많은 골퍼가 방문했다.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톰 카이트, 프레드 커플스, 타이거 우즈, 존 댈리 등이다.
파머는 팀 핀첨(전 PGA 투어 커미셔너)과 햄버거를 먹었다.
골퍼뿐만이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클 더글러스, 닐 암스트롱, 숀 코너리 등 유명인들도 이곳을 방문했다.
던베건 호텔 1층 골퍼스 코너에서 주문한 피시 앤드 칩스. 이 음식은 영국 사람들 주식 중 하나다.
[사진=이동훈 기자]
이곳에서는 피시 앤드 칩스, 홈 메이드 스테이크 앤드 던베건 에일 파이, 굿 올레 텍사스 칠리, 마카로니 앤드 치즈 등을 주문할 수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햄버거, 샌드위치, 나초 등도 판다.
주류로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다양한 맥주 등이 준비돼 있다.
바에 앉아 있으면 프로골퍼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러 온다.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액자들 속에서 아는 얼굴을 찾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던베건 호텔 벽에는 골퍼들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킹' 아널드 파머가 방문했을 때 사진이 눈에 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전설적인 선수들 발자취를 따라서'킹' 아널드 파머가 방문했을 때 사진이 눈에 띈다.
[사진=이동훈 기자]
코스와 R&A 관련 장소 말고도 이곳에는 가볼 곳이 많다.
올드코스 주변에는 순교자 기념비, 해밀턴 그랜드, 모직물 공장(현 올드코스 숍), 톰 모리스 골프(디 오픈 스토어), 세인트 룰 클럽과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클럽, 루삭스 호텔, 지거 인, 올드 코스 호텔 등이 있다.
코스를 벗어나면 대성당, 성, 샌즈 비치, 대학교 등이 있다.
대성당과 성은 폐허다.
대성당 안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쪽 벽에 골프채를 쥔 골퍼가 있다.
그곳에 올드 톰 모리스와 영 톰 모리스가 묻혀 있다.
골퍼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묘지다.
이 묘지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인물들 묘도 있다.
진정한 프로골퍼인 앨런 로버트슨, 제이미 앤더슨 등이다.
물론 골퍼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도 있다.
코스에서 벗어나 걷다 보면 한적한 골목에 크라이테리언이라는 바가 있다.
이 바는 1874년 설립됐다.
안전한 야외좌석, 전통적인 인테리어, 맛있는 지역 음식이 특징이다.
스코틀랜드 파이프 연주를 들으면 성적이 좋지 않았던 골프를 잠시 잊을 수 있다.
미국 보비 존스는 골프 성인이라 불리는 존재다.
미국을 대표하는 골퍼도 세인트앤드루스를 동경했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의 경험 외에는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을 없앤다 해도 여전히 매우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
세인트앤드루스 대성당 안에 위치한 올드 톰 모리스와 영 톰 모리스 무덤. [사진=이동훈 기자]
아주경제=파이프(영국)=이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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