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력’ 프랑스 남자 선수들, 여성용 활로 출전해 첫 메달까지…‘명장’ 오선택 감독의 지도력 빛났다[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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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36년간 이어진 단체전에서의 첫 메달. 프랑스 양궁이 이룩한 첫 역사다.
프랑스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한국과의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세트 점수 1-5(57-57 58-59 56-59)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패하기는 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경기력이었다.
프랑스는 1~3세트에 각각 57점, 58점, 56점을 쐈다.
1세트에 비겼고, 2~3세트엔 한국이 무려 59점을 쏘는 바람에 프랑스는 승리하지 못했다.
한국이 너무 잘했을 뿐, 프랑스는 만만치 않은 경기력으로 양궁 최강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랑스가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전에서는 1992년 세바스티안 플룻, 2016년 장 샤를 바동이 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3명 모두가 잘해야 하는 단체전에서는 포디움에 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프랑스가 이번 올림픽에서 나름대로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는 뜻이다.
프랑스 양궁의 도약 뒤에는 ‘명장’ 오선택 감독의 지도력이 있다.
오 감독은 1999년부터 대표팀 지도자로 일하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을 거쳐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총감독을 맡은 베테랑이다.
오 감독은 지난 2022년 2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양궁협회에서는 양궁 최강국인 한국에서 지도자를 물색하다 오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오 감독은 먼 유럽의 프랑스 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일종의 총감독 역할을 하고 있다.
양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선진 지도 방식을 도입해 최근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냈고, 마침내 프랑스의 메달을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오 감독은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실 프랑스 선수들의 기량은 한국과 비교하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 눈높이도 있지 않나”라면서 “우리 선수들도 너무 잘했다.
결승전에서 이길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에 재미있게 하자고 했다.
금메달 같은 은메달을 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우리 목표는 결승에서 한국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이룬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잘 아는 오 감독은 “한국은 아예 색깔이 다르다.
오늘도 보면 너무 잘하지 않나. 아예 차원이 다르다”라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오늘 안정적으로 쐈다.
경기력 차이가 너무 크면 재미없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환경이나 선수들의 수준을 보면 사실상 프랑스와 한국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남자 선수들이 여성용 활을 이용해 대회에 나설 정도다.
일반적으로 남자 선수들은 46파운드 이상의 활을 쓰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40파운드 이하의 여성용 활을 사용해 은메달을 따냈다.
오 감독은 “프랑스 선수들은 남성 활을 쓸 수가 없다.
근력이 받쳐주지를 않는다.
훈련 시간도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 선수들이 다 따로 직업이 있다.
학생도 있어 공부를 병행하면서 훈련한다.
당연히 기량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엔 실업팀 개념이 없다.
대다수의 선수가 학생이고, 양궁협회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선수도 일부 있다.
홈 그라운드에서 얻은 값진 메달. 오 감독 체제에서 프랑스는 양궁의 역사를 쓰고 있다.
오 감독은 “내가 왔는데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많이 아쉽지 않았겠나. 체면을 차렸다”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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