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떠난 플럿코, PO 5차전 선발 아니라는 페디…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KT ‘쿠동원’ 쿠에바스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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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공감(이승환·오태호)의 노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속 가사 한 구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이 생각나는 NC의 5차전 선발 예고다.

지난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3승제) 4차전에서 KT에 2-11로 대패하며 2연승 뒤 2연패를 당한 NC의 강인권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1차전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잡아내며 1실점 호투하며 팀 승리를 안긴 에릭 페디가 5차전 선발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페디의 컨디션이 100% 회복되지 않아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2차전 선발이었던 신민현도 나쁘지 않기에 고민해서 내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공식적으로 4차전 뒤 휴식일이 있어 선발투수 예고가 의무가 아니었기에 ‘연막’이 아니겠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5차전 선발이 페디가 아닌 신민혁으로 공식 예고되면서 강 감독의 실제 고민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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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승 뒤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를 KT에 넘겨준 NC의 유일한 믿을 구석은 페디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까지 모두 집어삼킨 페디는 NC를 넘어 KBO리그 최강의 선발 투수기 때문. 1차전이 지난달 30일 열렸으니 5일 열리는 5차전까지는 휴식 시간도 충분했지만, 페디는 컨디션을 100% 회복하지 못했다는 아리송한 강 감독의 답변만 남긴 채 선발 등판을 또 거르게 됐다.

외국인 선수가 프로 스포츠에 처음 도입됐을 때 ‘용병’이란 단어를 많이 쓰곤 했다.
물론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용병이란 단어에 ‘돈을 위해서 데려온 선수’ 등의 부정적인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어 공식적으로는 외국인 선수라는 말로 대체해서 쓰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에게 부상을 감수하고 팀에 헌신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신분인 이들에겐 더더욱 헌신해달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간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 스포츠에선 팀과 계약에 대한 의견이 갈리거나 상위리그 진출 기회가 생긴 외국인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태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여전히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는 ‘식구’라기보다는 ‘용병’의 개념에 가깝다면서 용병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은 팬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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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는 괜찮다는 데 강 감독이 올리지 않은 것이든, 페디가 등판을 거부한 것이든 어쨌든 NC는 최고의 선발투수를 지면 올 시즌이 끝나는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쓸 수 없게 됐다.
(혹시 불펜으로라도 짧은 이닝을 소화하러 올라올 수는 있겠지만)

한국시리즈에서 KT와 NC의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LG 역시 ‘용병’ 개념에 가까운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올 시즌 21경기에서 11승3패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하며 전반기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애덤 플럿코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 정규리그 종료 직전 복귀할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팀을 떠났다.
한국 의료기관에서는 플럿코의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플럿코는 고국인 미국 의료진의 소견을 더 신뢰하며 자신의 몸상태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도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플레이오프로 복귀전을 치렀다가 경기를 망쳤던 적이 있었기에 염경엽 감독은 플럿코를 정규리그 막판 2~3경기를 던져보게 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쓰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플럿코가 등판을 주저하는 과정이 길어졌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LG는 플럿코를 과감하게 내쳤고, 염 감독도 플럿코 없이 한국시리즈 판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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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와 플럿코를 보고 있노라면 새삼 KT의 윌리엄 쿠에바스의 투혼과 헌신이 대단하고도 값지게 느껴진다.
국내 야구팬들은 쿠에바스를 ‘쿠동원’이라고 부르곤 한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에이스로서 혼자 4승을 모두 책임진 故 최동원 코치의 이름을 딴 별명이다.
쿠에바스는 지난 2021년 삼성과의 정규리그 1위를 가리는 ‘타이 브레이크’에 등판했다.
직전 경기에서 108구를 던진 뒤 이틀만 쉬고 나와서 7이닝 99구를 던지면서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로 KT에게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안겼다.
그리고 KT는 한국시리즈도 거머쥐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4차전도 2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1차전 선발 등판해 75구를 던지며 3이닝 7실점(4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던 쿠에바스는 경기 직후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해달라는 이강철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흘 쉬고 나온 4차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1차전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팀에게 5차전 ‘리버스 스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겼다.
쿠에바스야말로 ‘용병’이 아닌 ‘식구’의 개념에 완벽히 부합하는 외국인 선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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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불사르는 헌신을 보여준 쿠에바스는 4차전을 마치고 가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수줍게 웃었다.
그는 “1차전과 다르게 오늘 경기는 너무나 재밌었다.
야수들의 수비도, 득점 지원도 훌륭했다”라면서 “1차전을 마치고 4차전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듣고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 게 오늘 호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쉬는 사흘 동안 전력분석팀과 함께 NC 타자들이 내 공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분석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타이 브레이크 때도 그렇고 이번 4차전까지 짧은 휴식 후에 잘 던지는 비결에 대해 묻자 쿠에바스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은 뒤 “오늘 밤 자기 전에 신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다음 경기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던지고 싶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남겼다.
창원=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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