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패배 위기… SSG에는 ‘역대급 거포’ 최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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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이 통산 467호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믿을 수 없는 한방이었다.
프로야구 SSG의 ‘홈런공장장’ 최정이 KBO리그 통산 홈런 공동 1위에 자리했다.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즌 첫 맞대결에서 시즌 9호포를 터뜨리면서 두산 이승엽 감독과 통산 홈런 부문 어깨를 나란히 하는 467호포를 쏘아올렸다.
흡사 영화 같았다.
9회말 2아웃, SSG가 3-4로 끌려가며 패배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하지만 타석에 선 최정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침착하게 카운트 싸움을 펼친 3B1S, 상대 마무리 정해영의 147㎞ 패스트볼이 존 상단에 제구된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맞자마자 홈런을 직감할 수 있었던 이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인천을 찾은 홈팬들의 환호성이 그라운드를 휩싼 순간이었다.
영양가 넘치는 이 홈런의 파장은 대단했다.
동점을 허용하며 크게 흔들린 정해영이 후속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타석에 선 한유섬이 장작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끝내기 투런포를 얹어놓았다.
SSG 팬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6-4 역전승은 그렇게 빚어졌다.
통산 467호포를 때려낸 SSG 최정이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통산 467호포의 최정은 한걸음만 더 내디디면 한국 야구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설 수 있다.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흠뻑 젖은 그는 “너무 영광스럽다.
제가 뭐라고 이게 엄청 큰 이슈가 됐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짜릿했던 타석을 떠올린 그는“(3B에서) 사실 볼넷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가 과감히 들어오길래 ‘마무리 투수는 이정도구나’ 싶었다.
무조건 승부할 것 같았다.
구종과 코스만 노리고 ‘에이 몰라’라는 생각으로 스윙을 돌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찬스가 왔으면 더 부담스러웠겠지만, 오히려 2아웃이라 마음이 더 편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경기 내내 자신을 감싼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주 수원과 달리 홈에 오니까 많이 부담이 됐다.
타석 들어올 때마다 볼을 바꾸시는데 처음에는 뭐지 했다.
알고 보니 홈런볼 때문이더라”며 웃은 그는 “포수 (김)태군이도 ‘온 국민이 홈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면서 말을 걸었다.
또 팀에서는 기록 달성하면 어떻게 세리머니한다고 브리핑 해주시니까 확실히 신경이 쓰였다”고 돌아봤다.
최정이 통산 467호포를 때려낸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앞선 타석들에서 마땅한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였다.
더그아웃에 머무를 때 동료들에게 ‘나 좀 살려달라, 못하겠다’는 투정까지 부렸다는 그는 “제 존을 지키면서 냉철한 타격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행히 4번째 타석에서 안타가 나오면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되짚었다.
그 숱한 스토리가 엮인 끝에 역사적인 타석이 만들어졌다.
그는 “이럴 때마다 제 자신에게 신기해 하는 성향이다.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만 든다”며 “항상 한결 같기 위해 자기 최면을 많이 걸었다.
제 나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냥 한 시즌만 바라보려 했다”는 비결 아닌 비결을 전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이승엽 감독님은 해외리그를 다녀오시지 않았나. 제가 기록을 넘어섰다 해도 정말 넘어선 게 아니라 생각한다”는 겸손과 함께 “은퇴할 때까지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만 생각하고 야구 하겠다”는 ‘최정다운’ 각오를 다지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인천=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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