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만남] 한국인 최초 LPGA 대회 여는 박세리…"받은 사랑만큼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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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전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이 노래를 들으면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골프의 전설’ 박세리 전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박 전 감독은 1998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물했다.
연장전 18번홀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새하얀 맨발로 연못(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어려운 샷을 극적으로 성공시켰다.
‘박세리’라는 이름 석자를 전 세계에 알린 경기였다.
그의 우승은 당시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줬다.
그는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은퇴 후에도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대한민국 골프의 미래를 밝혔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박 전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이름을 내건 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한다.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은 21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팔로스 베르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다.
김효주, 전인지, 최혜진, 신지애, 넬리 코다(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브룩 헨더슨(캐나다), 아타야 티띠꾼(태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18일 박 전 감독에게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대회 소개와 준비 과정,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세리 전 감독이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우선 이번 대회를 개최한 소감을 묻자, 박 전 감독은 “LPGA 투어 대회 개최는 내가 골프 선수를 은퇴한 순간부터 계속 꿈꿔왔던 목표 중 하나였다.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되어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대회명에 선수 이름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 선수 이름이 대회 명칭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뿌듯하고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크다”고 답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꿈이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선배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와 도전이 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바람이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박 전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편안한 환경과 분위기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그는 “선수 시절을 떠올리면 코스에서 숙소가 조금이라도 더 가깝기를 원했고,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면서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또 그 다음에는 조금씩 더 발전하면서 지속적인 대회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바랐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며 “나 역시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LPGA 투어 생활을 하며 골프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꿈을 이뤘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시야가 넓어졌다.
이 대회가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번 대회에 박 전 감독이 신지애를 직접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맞다.
후배 신지애와는 계속 연락을 나눴고, 이번 대회 개최 소식을 듣고 먼저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랭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데, 신지애의 올림픽 출전 의지가 강했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회에 임할 수 있는 다짐을 보여줘 초청하게 됐다”면서 “신지애가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남은 대회까지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후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가 국민들 기억 속에 어떻게 남길 원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제가 그동안 해왔고, 지금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국민 여러분들께서 주시는 기대와 응원이 너무나도 크다는걸 잘 알고 있다”면서 “보내주시는 마음에 보답이 될 수 있도록 제 이름이 들어간 이번 대회를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포스터. 사진=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박 전 감독에게 1998년 US여자오픈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한국의 IMF 시절 보여준 ‘맨발투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내 골프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연장전이었고,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경기였다”면서 “공이 해저드 쪽으로 빠졌을 때 ‘아…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다.
가까이 가서 공을 보니 ‘이 공을 살리기 어렵겠구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확률적으로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샷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메이저 대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내가 여기서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그만큼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고, 한 번의 실수를 두 번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샷을 하고 공을 맞추는 순간 내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고 그게 내 인생 최고의 샷이었다.
그 순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기회는 내가 만들어 가는 거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고, 우승까지 이뤄냈다.
그 때 배운 경험이 지금의 내 삶의 태도가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박 전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엄마 리더십’, ‘맏언니 리더십’ 등으로 여자 골프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들 모두가 베테랑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 보다, 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동, 음식, 안전 등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사진=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박 전 감독은 누구보다도 골프에 ‘진심’이다.
그는 삶의 원칙에 대해 “도전하고 꿈꾸는 삶이다”고 말한 뒤 “내가 미국 진출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꿈꾸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은퇴 후에도 골프 선수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기업을 운영하는 CEO부터 방송인, 골프 해설위원, 작가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듯 바쁘게 활동 중이다.
젊은 층에게는 ‘리치(rich) 언니’로도 통한다.
시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골프 여왕에서 단숨에 ‘국민 언니’로 등극했다.
그는 “감사하게도 찾아주시는 곳이 많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지금은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LPGA 대회를 잘 치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일반분들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 회사 운영을 해보는거라 부족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고 있는 직원들,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용인에 건설 중인 ‘박세리 R&D센터’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 역시 선수시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에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경기도 용인시와 합작한 ‘박세리 R&D 센터(가칭)’가 오픈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시작될 것 같다”면서 “골프의 대중화나 생활체육으로써의 골프 저변 확대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공간은 골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복합 문화시설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반복은 천재를 낳고 믿음은 기적을 낳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후배들이 겁내지 말고 도전하고 자기 자신을 믿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어느 순간 모두에게 응원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쳐났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박 전 감독은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다기 보다는 은퇴 후 사업가 박세리로서 내가 시작한 여러 일들을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시키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단지 ‘박세리’ 한 사람의 꿈이자 헛된 도전들일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꿈과 노력이 모여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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