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지원책임자의 기행…논란 연속 정몽규 리더십 치명상, 집안단속이 먼저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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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 등 홍역을 거듭하는 대한축구협회(KFA)가 이번엔 내부 책임자의 ‘기행’으로 쑥대밭이 됐다.
KFA,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는 14일 “국가대표 지원 업무를 맡은 팀장급 A가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전지훈련 기간 카지노 등에서 쓰이는 칩을 들고 가 일부 선수와 새벽까지 카드게임을 했다”고 밝혔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전지훈련 기간 중 일부 스태프와 선수 사이 불편한 일이 있었는데, A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휴게실로 가 카드게임을 했다더라”고 말했다.
KFA는 아시안컵처럼 메이저대회에서는 선수단이 장기간 합숙할 때 숙소에 쉴 공간을 마련해 둔다.
그리고 카드나 보드게임, 비디오게임기 등을 비치한다.
카드게임도 연장선이다.
일각에서는 돈을 걸고 카드게임한 정황을 두고 도박으로 여기지만, 선수끼리 평소 훈련 외 여러 게임으로 커피값 내기를 하는 정도로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KFA도 카드게임을 하게 된 경위와 판돈 액수 등 내부 전수 조사를 거쳐 “도박성 행위와 엄연히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문제는 A가 국내에서 미리 칩을 준비해 현지로 이동한 행위와 선수가 생활하는 공간을 불필요하게 자주 오가며 늦은 시간까지 머문 점이다.
A뿐 아니라 같은 팀 직원도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KFA 관계자는 “지원팀 관계자가 업무 목적으로 선수 휴게실 등 생활 공간에 갈 순 있는데, 지나쳤던 거 같다.
새벽 3~4까지 (카드게임을) 했다”며 “내부 다른 (KFA) 직원도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A에게 선수 공간 출입과 관련해 주의를 줬다”고 귀띔했다.
KFA는 의견문을 통해 ‘아시안컵 소집 당시 감독이 전 스태프에게 명시적으로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선수와 접촉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대회에 집중하게 하라는 내부 지침을 전달했다’며 ‘A는 선수와 필요 이상으로 교류하는 등 지침을 어기고 업무한 게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를 직위 해제했다.
단순히 카드 사건에 휘말려서가 아니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A는 아시안컵 기간 홈 유니폼 뒷돈 거래 의혹으로도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주요 행정 시스템 붕괴로 지탄받는 KFA의 근무 기강마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그것도 KFA 핵심 상품인 A대표팀 지원 업무 책임자가 본분을 망각하고 벌인 일이다.
한 시민단체는 14일 축구회관 앞에서 “미리 도박 용품을 챙긴 건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정몽규 회장 및 임원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비위 축구인을 무리하게 사면하려다가 고개숙인 정 회장은 최근 근무 태만, 아시안컵 부진 등으로 경질당한 클린스만 감독 선임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런데 내부 책임자의 비상적인 행동까지 밝혀지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난파선 같은 KFA 상황에도 오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태국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는 전석 매진됐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재건을 바라는 팬의 열망이 크다.
그럼에도 KFA의 끊이지 않는 논란의 연속은 언젠가 ‘텅 빈 A매치 관중석’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KFA는 축구회관 곳곳엔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미션이 담긴 가치체계 포스터를 붙어 있다.
‘KFA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으로,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지향점’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하지만 일련의 행보는 ‘축구로 괴로운 불행한 대한민국’이 더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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