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 나라분다구장에 울려퍼진 KIA 이범호 코치의 역설 “홈런 못치면 내일 타격훈련 없다!”[SS 호주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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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못 넘기면 내일 타격훈련 없다.


뜨거운 태양아래 시즌 담금질에 한창인 KIA는 비록 감독 부재중이지만,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검증된 베테랑이 즐비한 팀이어서 1군에 포함될 확률이 높지 않은 게 사실. 내야만해도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에 베테랑 서건창이 합류했고, 유틸리티 백업자원인 김규성과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고명성 등이 버티고 있다.
1루수를 제외하고도 이미 내야 엔트리 대부분을 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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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도 마찬가지다.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에 수비가 좋은 김호령과 공수 밸런스를 갖춘 최원준, 공력력이 돋보이는 이창진 고종욱 등이 1군에서 뛸 전력이다.
1군 엔트리는 투포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내외야 6명씩 포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외야수였던 이우성이 1루수 전향을 위해 미트를 꼈고, 2군에서 황대인이 칼을 갈고 있다.
주전 포수인 김태군을 백업하기 위해 한승택 주효상 한준수가 경합 중이다.
포수는 많아야 세 명이어서, 경쟁률이 무려 3대 1이다.
외부에서 KIA를 우승후보로 꼽는 이유도 예상을 뛰어넘는 선수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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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혁 김석환 오선우 등이 백업으로라도 1군에 포함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2군 도루왕 박정우도 생애 첫 1군 캠프에 참가해 경쟁력을 검증 중이다.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낙타보다 어려운 게 올해 KIA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9일 호주 캔버라에 있는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치른 스프링캠프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보였다.
젊은 선수들이 타격과 수비 훈련을 로테이션 형태로 소화했는데, 롱티(토스한 공을 외야로 멀리 치는 훈련) 훈련 때 이범호 타격코치의 ‘주문’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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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파괴력이 있는 김석환이 롱티를 준비하면 “다섯 개 중 세 개를 펜스 밖으로 보내지 못하면, 내일 타격훈련 없다”고 목표를 설정한다.
길지 않은 시간 로테이션해야하고, 롱티는 단 다섯 번만 스윙하면 다음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김석환은 첫 턴에서 이미 두 개를 ‘밀어서’ 넘겼고, 두 번째 순번에서 목표치를 달성했다.

흘려보내면 일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코치의 말에 방점이 찍힌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훈련을 시키지 않겠다는 건 낯선 풍경이다.
일반적으로 코치진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선수는 특별타격훈련 등으로 훨씬 고강도 훈련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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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코치는 홈런을 치지 못하면, 다음날 엑스트라 타격훈련을 못하게한다.
선수가 많아서 드러내는 자신감일까. 선수들에게 소리치는 이 코치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코치는 “(실전에서) 방망이 칠 때는 10개 중 자기 스윙을 두 개도 못한다.
공이 빠르기도 하지만, 구종이 다양해서 맞히는 데 급급할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라며 “롱티 때는 입맛에 맞게 공을 토스한다.
자세를 충분히 만들어서 자기 스윙할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다섯 개를 받아치면, 다섯 번 모두 제 스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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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때조차 제 스윙을 못하면, 엑스트라 훈련을 해봐야 노동일 뿐이다.
재미있는 점은 “담장을 넘기라”고 주문했지만, 완벽한 밸런스로 스윙하면 라인드라이브 타구여도 흔쾌히 합격점을 준다는 점이다.

이 코치는 “세게 치려고 억지힘을 쓰면 타구 질은 나빠진다.
밸런스,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 (기본적으로 가진 힘이 있어) 양질의 타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맞히는 데 급급한 것도 문제이지만, 멀리 치려고 밸런스나 타이밍 고려없이 무조건 세게 (배트를) 돌리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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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는 코치와 선수간 대화의 시간이 많다.
시즌 준비 과정이므로 코치들이 세세하게 지도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농담도 주고 받지만, 모든 대화주제는 결국 ‘야구’로 통한다.

더 나은 시즌을 만들기 위한 선수단의 노력. KIA의 테마는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KIA를 우승후보로 꼽는 이유에는 완성형 프로세스를 선수들에게 주입하는 코치진의 ‘디테일’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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