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만남] ‘성장과 도약의 갑진년’… 조용학 서울마주협회장이 꿈꾸는 ‘선진 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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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학 서울마주협회 협회장. 사진=서울마주협회 제공

“힘든 시기를 견뎌온 한국 경마, 따뜻한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한국 경마계에 2023년은 회복과 성장의 한 해였다.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온전한 1년을 보내며 경마 정상화에 전력을 쏟았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성장을 조준한다.
경마계의 혁신이 될 온라인 마권 발매가 12월부터 시범운영 되고 있으며 오는 6월 정식운영을 앞뒀다.
100년을 넘긴 한국 경마 역사의 첫 대격변이었던 ‘개인마주(馬主)제’ 시행과 함께 핵심 주체로 떠오른 마주들도 변혁의 중심에 서려 한다.
480명의 마주를 아우르는 서울마주협회 조용학 회장의 시선도 갑진년 새해의 도약에 맞춰져 있다.

◆‘경마 덕후’의 마주 입성기

1975년 뚝섬 경마장, 조 회장과 경마의 첫 만남이 이뤄진 장소였다.
스무 살의 서울대 1학년생이었던 그는 친형의 손에 이끌려 그곳으로 향했다.
배당판도 볼 줄 모르는 문외한이었지만, 전무했던 지식을 하나씩 쌓고 알아가는 재미가 그를 경마의 세계로 인도했다.

조 회장은 “그때만 해도 오락이라고 할 게 많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경마를 레저이자 오락으로 접근했다”며 “결국 누가 1,2등 하는지 맞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방대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니었다.
그 자료를 직접 모으고, 분석한 후에 최종적으로 추리하는 그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거기에 푹 빠진 셈”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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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마주협회 제공

매주 경마장을 찾는 일이 루틴이 됐고, 자연스레 그의 취미 칸에는 경마가 적혔다.
그렇게 ‘경마 덕후’ 경지에 오른 그에게 큰 변곡점이 생겼다.
미국 회사에 고용돼 볼티모어 생활을 하게 된 1980년대 초, 회사 동료들의 추천으로 주말에 찾은 메릴랜드주 2대 경마장 중 하나인 핌리코 경마장에서 미국의 선진 경마를 눈에 담게 된 일이었다.

그곳에서 ‘마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조 회장은 “경주가 끝나면 마주들이 나와서 함께 사진도 찍고, 소감도 밝히고 상도 함께 받는 걸 봤다.
우리나라에는 아예 없던 개념”이라며 당시 느꼈던 놀라움을 전했다.
한국은 경마 시행체인 마사회가 모든 말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책자를 살펴보니 마주는 물론 말의 혈통까지 전부 적혀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도 당연한 일이 됐지만, 그때의 내겐 완전히 생소한 일이었다”며 “생각해 보면 경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응당 수반돼야 할 일이었다.
그만큼 우리 경마가 후진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돌아봤다.

한국 경마가 선진 경마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마주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1993년 8월 14일, 한국도 정식적으로 개인마주제의 출발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경마덕후’가 한 명의 마주로 거듭난 계기다.
그는 “당시 내가 30대였지만, 경마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는 편이었다.
마사회가 당시 400명 정도 마주를 모집했는데 내가 빠질 수 없었다.
순수한 팬으로서 내 말을 가지고 경주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엄격한 조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원년 마주, 그중에서도 최연소 마주 타이틀을 얻고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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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학 회장(오른쪽 5번째)이 과거 자신의 소유마와 우승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마주협회 제공

◆위기를 기회로

조 회장은 마주를 “프로 스포츠의 구단주”라고 설명한다.
그는 “선수를 사와 감독, 코치들에게 맡기는 역할과 흡사하다.
좋은 경주마를 찾아내고 구매해 말을 훈련시키는 조교사, 생활 전반을 돕는 관리사, 실제 경주를 함께하는 기수에게 맡기는 셈”이라 덧붙였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마주’ 조용학으로 살아왔다.
서울마주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역대 마주 출전 횟수 2위(1811회)에 달한다.
그렇게 원년 마주로서 숱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은 2021년 3월, 제12대 서울마주협회장에 올라 마주 대표로 우뚝 섰다.
마주들의 이익과 권리를 증진시키면서도 원활하고 건강한 경마를 위해 지켜야 할 의무의 사이에 서서 조율해야 하는 중책을 안았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영향으로 경마도 전면 중단, 무관중 경기 시기를 거쳤다.
2019년 1270만명을 넘던 연간 경마장 입장 인원이 2020년 172만명까지 감소했다.
7조원을 넘기던 마사회 매출도 1조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마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조 회장은 “매년 들어가는 말 유지, 관리비는 물론이고, 그간 투자해 둔 돈까지 모두 잠겨서 순환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가 아예 열리지 않으니 모든 피해가 마주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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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학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마주협회 제공

경마계의 숙원사업인 ‘온라인 마권’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였다.
조 회장은 “한국 경마가 특히 피해가 컸다.
외국은 이미 스마트폰, PC를 통해 마권을 살 수 있기에 무관중 경기를 해도 팬들이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온라인 마권이 도입됐었다면 피해가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 설명했다.

정계, 재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계자들을 만나며 법안 통과를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다녔다.
간절했던 투쟁이 결실을 맺었다.
온라인 마권은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 되고 있는 중이다.
6개월의 테스트를 거쳐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또 다른 팬데믹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마 팬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미소 지었다.

숱한 제약이 붙어있는 점은 아쉽다.
그는 “시범운영은 현재 1만명에 한정돼 진행되고 있다.
그마저도 팬들이 최초에 대면 등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여기에 1인 1기기 제한 규정이 있고, 구매상한액도 현장 구매(10만원)의 절반으로 설정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팬들의 열기도 뜨겁다.
조 회장은 “여러 제한 속에서도 1만명 모집이 순식간에 끝났다.
미처 신청하지 못한 팬들의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고 전했다.
마사회는 다가올 2월에 추가 1만명을 모집하고, 정식 운영 전에 인원 제한을 풀 계획이다.

조 회장은 “시범 운영 과정에서 나온 개선점들을 보완하고, 추후 규제가 더 풀림으로써 온라인 마권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건전한 경마, 젊은 팬들의 유입 등이 기대된다.
장기적인 매출 증가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끝나지 않는 채찍질

‘온라인 마권’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결코 끝이 아니다.
신년을 맞은 조 회장의 머릿 속에는 큼지막한 2가지 과제가 설정돼 있다.

첫째는 바로 세제개혁이다.
한국의 경마세율은 16%로 경마 강국인 홍콩(12%), 일본(10%)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팬들에게 돌아가는 환급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마 종주국 영국의 환급률은 93%, 호주는 90%, 일본은 75% 수준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낮은 73%다.

조 회장은 “경마세율 16% 중 4%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세를 개편함으로써 2%는 환급률 인상으로, 남은 2%는 마사회 인프라 투자로 돌리는 방안을 밀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홍콩에서는 이미 유사한 세제개혁으로 불법 경마 베팅을 없애고 매출 증진을 이뤄, 궁극적으로는 세율을 줄였음에도 더 많은 세수액을 확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한국 경마도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다.
세제 개혁이 없다면 경마의 미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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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조용학 회장(왼쪽 4번째)이 독거노인 봉사 행사에 나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마주협회 제공

두 번째 과제는 바로 경마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
여전히 레저 스포츠보다는 도박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그는 “경마계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이다.
경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보여주기식,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보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이유다.
조 회장은 “최상의 홍보는 바로 사회 공헌이다.
마사회도 그렇고, 우리 마주협회도 그렇고 이미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이마저도 주춤했지만, 다시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주협회는 장학사업, 저소득층 어린이 및 보육원 지원, 장애인 및 독거노인 후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 중이다.
경주마 복지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 숙제들이 조 회장의 2024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그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승천하는 청룡처럼, 한국 경마가 더욱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며 “경마가 산업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는 걸 국민들께서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더 나은 경마를 만들어갈 테니 조금 더 따뜻한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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