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큐잡고 10년만 父만나고, 챔피언까지…유도선수 출신 최혜미 반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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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아빠를 보면 항상 눈물이 난다.


운명처럼 당구 큐를 잡은 뒤 헤어졌던 아버지를 만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챔피언 트로피를 품었다.
인생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다.

그는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여자 프로당구 LPBA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팀 동료인 김예은을 세트스코어 4-2(4-11 11-4 11-5 11-5 6-11 11-8)로 제압하고 커리어 첫 챔피언에 올랐다.

관중석을 찾은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을 바라본 최혜미는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간의 마음 고생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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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때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큐를 잡은 최혜미는 동호인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하며 재능을 보였다.
그러다가 LPBA 원년 오픈챌린지에 참가, 6위 안에 들면서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21~2022시즌 4강 1회, 8강 2회를 기록하면서 LPBA 대세로 거듭난 그였으나 이후 긴 부진에 빠졌다.
2022~2023시즌 16강에 한 차례 진출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지난 5차 투어까지 이렇다 할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가 웰컴저축은행이 깜짝 영입했는데,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반전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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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미는 “그 경험(방출과 재입단)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
사실 올 시즌에는 팀리그에서 뛰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지난 시즌 팀리그에 입단한 이후부터 성적을 한 번도 낸 적이 없어 어디서도 나를 뽑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포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활동(당구장)으로 생계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시즌 드래프트에 웰컴저축은행에서 나를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고, 믿어지지 않았다.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우승이 그에 대한 보답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반전한 또다른 동력에 대해 “기본공서부터 시작했다.
더 탄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조건휘(SK렌터카) 프로가 3개월 정도 같은 구장에 상주하면서 도와줬다.
아침 9시에 당구장에 나가서 똑같은 공을 놓고 2시간 동안 치는 훈련을 지속했다.
이후의 포지션 등을 연구했다.
그렇게 3개월을 했다.
지금은 임윤수 당구해설위원께 레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구 선수로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 자기를 붙잡아주고 지지해준 이들에게 우승 영광을 돌렸다.

최혜미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체육대회에서 씨름하다가 유도부 감독 눈에 들어 도복을 입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할 정도로 운동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도자의 구타 등에 상처를 입고 운동을 그만뒀다.
이후 진로를 두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스무살 성인이 돼서 화장품 영업을 하는 등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오래 이어가지 못했고 우연히 친구 권유로 1년 뒤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해 여기까지 온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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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같은 당구와 만남은 아버지와 재회로도 이어졌다.
최혜미는 초등학생 시절 부모가 이혼했다.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이후 10년여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최혜미의 어머니와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건넸다.
그러다가 프로 당구 선수가 된 딸의 활약을 TV 등을 통해 접했다.
지난 2021년 10월 최혜미의 친오빠 결혼식 때 아버지와 10년 만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버지와 꾸준히 교류하며 지냈는데, 이날 결승전에 부모가 관중에서 딸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는 그가 4강을 넘어 우승까지 성공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최혜미는 경기 중 아버지의 큰 응원 소리와 관련해 “솔직히 말하면, 1세트 때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 이유가 아빠의 응원 소리를 들으니까 거기에 온 신경이 쓰이더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1세트 끝나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소리 지르지 말고, 개인전 경기이기에 큰 목소리의 응원보다 박수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2세트때부터 자제하시더라. 그래서 집중력을 다시 찾았다.
어찌됐든 우승은 아빠 덕”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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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승 상금 3000만 원과 관련한 얘기에도 “우선 아빠 가방부터 하나 사 드려야겠다.
오늘 무슨 배드민턴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오셨더라”며 애정을 보였다.

롤러코스터 같은 프로 생활을 보내다가 마침내 챔피언에 오른 최혜미의 도전은 이제부터 진짜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며 진정한 톱 랭커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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