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는 명승부를 부른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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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1951년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는 정규시즌 동률을 이뤄 3경기 플레이오프에 들어갔다.

3전2선승제 승부에서 1승1패로 최종전이 10월 3일 자이언츠의 홈 맨하튼 폴로 그라운드에서 벌어졌다.
자이언츠는 9회 말 1-4로 다저스에 뒤지고 있었다.
1사 후 1점을 만회하고 주자 2,3루가 됐다.
다저스 척 드리센 감독은 선발 돈 뉴컴이 2루타로 실점하자 투수를 랄프 브랑카로 교체했다.

6번 타자 3루수 보비 톰슨은 앞의 3타석에서 2개의 안타를 뽑아 타격감이 좋았다.
볼카운트 0-1에서 브랑카의 2구째를 통타해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자이언츠 캐스터 러스 호지스(명예의 전당 회원)는 지금도 등장하는 그 유명한 “The Giants win the pennant! The Giants win the pennant!” 문장을 반복하며 감격의 순간을 전했다.

신문들은 다음 날 제 1차세계대전의 원인이 된 사라예보 총성에 빗댄 ‘세계를 울린 샷(Shot Heard ’Round the World)’으로 제목을 뽑았다.
현재도 미국 스포츠에서는 보비 톰슨의 끝내기 3점 홈런을 세계를 울린 샷으로 통한다.

한국시리즈 2차전 8회 말에 터진 박동원의 투런 홈런을 보비 톰슨의 끝내기 포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29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LG 팬들에게는 ‘세계를 울린 샷’과 다름없을 터다.
아울러 지옥 문 앞에 선 염경엽 감독을 살린 한 방이 됐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KS에서 1,2차전을 패하면 분위기가 넘어가 매우 불리해진다.
그런데 KS 역사상 1,2차전을 패하고 시리즈를 뒤집은 경우는 딱 두 차례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41차례 KS 승부에서 2007년과 2013년 1,2차전을 패한 절대적으로 불리한 팀이 모두 우승에 성공했다.
2007년 SK 와이번스(상대 두산)와 2013년 삼성 라이온즈(두산)이다.
KS 기록상으로는 2패에 몰려도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확률 100% 게임인 셈이다.

2차전에서 드러났듯 불펜 투수가 경기 종반에 블론세이브를 범하면 명승부가 된다는 법칙은 이번에도 적용된다.
KT 박영현에게 기록이 패로 구분돼 있는데 원래는 BS(블론세이브)와 함께 L이 들어간다.
KBO는 기록을 제대로 표기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기록지를 보면 박영현은 단순히 패전투수로 알 수 있다.

사실 1차전은 스코어상으로는 3-2, 1점 차로 명승부처럼 보였지만 KBO리그 최고의 무대 KS 경기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졸전이었다.
양 팀 실책이 5개나 나왔고 주자가 홈에서만 3명이나 아웃됐다.
트리플 플레이로 주자의 판단 미스였지 LG 수비가 매끄럽게 끌어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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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차전은 KS 역대급 명승부로 손색이 없다.
양 팀 나란히 실책이 없었다.
누상에서 아웃된 주자는 1명 뿐이다.
선발 최원태는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4실점 했다.
그러나 LG 불펜은 8.2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2볼넷에 삼진도 무려 10개를 낚았다.
KS 사상 불펜진의 8.2이닝 무실점은 최상의 피칭이다.

올해도 최강의 불펜진을 자랑한 LG 마운드의 저력이 위기의 상황에서 돋보였다.
LG는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3.43으로 1위였다.
KT는 4.07로 4위다.
1차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으로 1점 차 승리를 지켰으나 2차전에서는 2이닝 3실점으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023년 KS 1,2차전 승부는 결국 불펜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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