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의 역설’에 이번엔 한국 태권도가 당했다… 세계랭킹 4위 서건우, 세계랭킹 27위에 패해 동메달 획득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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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의 역설’에 이번엔 한국 태권도가 당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는 세계랭킹 24위에 불과했던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16강부터 결승까지 세계랭킹 5위,4위,1위,2위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이 낮아도 높은 선수들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9일엔 역으로 당했다.
태권도 남자 중량급 80kg급의 서건우(21·한국체대)는 랭킹 포인트 407.26을 쌓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1위·510.68),CJ 니콜라스(미국·2위·473.24), 세이프 에이사(이집트·3위·458.78) 다음으로 4위에 올라있었다.
한국 태권도는 종주국임에도 남자 80kg급에서 2000 시드니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메달리스트는커녕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건우가 이 체급에 출전한 첫 선수다.
서건우가 처음인 이유는 있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초창기엔 국가별로 출전 선수에 제한이 있었다.
한국은 남자부의 경우 전략적으로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58㎏급 또는 68㎏급, 그리고 최중량급인 80㎏초과 급을 선택했다.
실제로 남자 80㎏초과급의 경우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08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경훈-문대성-차동민으로 이어지는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의 계보가 있었다.
반면 그보다 한 체급 낮은 남자 80㎏급은 상대적으로 빈곤했다.
국가별 출전 선수 수 제한이 풀렸을 때는 세계 태권도의 실력이 평준화된 이후였다.
우리나라 밖에서 이 체급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따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태권도계에서는 ‘중량급에 인물이 없다’는 쓰라린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평가를 잘 알고 있는, 서건우를 태권도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서상혁 씨도 아들에게 최중량급에서 경쟁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80㎏급에서 길을 개척하길 원했던 서건우는 이를 거절했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금메달 후보로도 꼽혔다.
‘개척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던 서건우는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이 체급에서 메달을 얻기 직전까지 갔다.
4강까지 올랐으나 서건우는 4강전에서 세계랭킹 9위인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게 라운드 점수 1-2(4-2 9-13 8-12)로 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세계랭킹 27위의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으로 패하며 동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이 체급 최초의 메달 문턱에서 패한 서건우는 터덜터덜 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왔다.
취재진 앞으로 온 서건우는 뒤를 가리키며 “잠시 기다려 달라. 다시 돌아오겠다”며 떠났다.
그러고는 김시상 의무 트레이너의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다른 나라 대표팀의 관계자까지 오열하는 서건우?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할 정도였다.
이후 서건우는 믹스트존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그의 슬픔의 크기를 짐작했기에 취재진 중 누구도 서건우에게 재차 인터뷰를 요청하지 못했다.
서건우는 흐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안정을 취한 뒤 서건우는 다시 믹스트존에서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스스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와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전화통화를 했다.
‘네가 고생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걸 다 안다’고 위로해 주셨다.
노력은 인정받았으니까 다음에는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2003년생으로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 둘인 서건우에겐 아직 창창한 미래가 있다.
파리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이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의 성장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파리=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는 세계랭킹 24위에 불과했던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16강부터 결승까지 세계랭킹 5위,4위,1위,2위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 선수가 세계랭킹이 낮아도 높은 선수들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쾌거였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태권도 남자 중량급 80kg급의 서건우(21·한국체대)는 랭킹 포인트 407.26을 쌓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1위·510.68),CJ 니콜라스(미국·2위·473.24), 세이프 에이사(이집트·3위·458.78) 다음으로 4위에 올라있었다.
한국 태권도는 종주국임에도 남자 80kg급에서 2000 시드니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메달리스트는커녕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건우가 이 체급에 출전한 첫 선수다.
서건우가 처음인 이유는 있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초창기엔 국가별로 출전 선수에 제한이 있었다.
한국은 남자부의 경우 전략적으로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58㎏급 또는 68㎏급, 그리고 최중량급인 80㎏초과 급을 선택했다.
실제로 남자 80㎏초과급의 경우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08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경훈-문대성-차동민으로 이어지는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의 계보가 있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 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별 출전 선수 수 제한이 풀렸을 때는 세계 태권도의 실력이 평준화된 이후였다.
우리나라 밖에서 이 체급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따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태권도계에서는 ‘중량급에 인물이 없다’는 쓰라린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평가를 잘 알고 있는, 서건우를 태권도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서상혁 씨도 아들에게 최중량급에서 경쟁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80㎏급에서 길을 개척하길 원했던 서건우는 이를 거절했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금메달 후보로도 꼽혔다.
‘개척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던 서건우는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이 체급에서 메달을 얻기 직전까지 갔다.
4강까지 올랐으나 서건우는 4강전에서 세계랭킹 9위인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게 라운드 점수 1-2(4-2 9-13 8-12)로 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세계랭킹 27위의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으로 패하며 동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 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취재진 앞으로 온 서건우는 뒤를 가리키며 “잠시 기다려 달라. 다시 돌아오겠다”며 떠났다.
그러고는 김시상 의무 트레이너의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다른 나라 대표팀의 관계자까지 오열하는 서건우?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할 정도였다.
이후 서건우는 믹스트존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선수 대기실로 향했다.
그의 슬픔의 크기를 짐작했기에 취재진 중 누구도 서건우에게 재차 인터뷰를 요청하지 못했다.
서건우는 흐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서건우가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스스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와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 전화통화를 했다.
‘네가 고생하면서 열심히 준비한 걸 다 안다’고 위로해 주셨다.
노력은 인정받았으니까 다음에는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2003년생으로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물 둘인 서건우에겐 아직 창창한 미래가 있다.
파리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이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의 성장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파리=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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