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왕’ KIA 정해영, 주자 3루·풀카운트시 피안타율 0.00 [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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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데뷔 2년차인 20세부터 맡은 KIA ‘마무리’ 역할. 4연속시즌 20세이브 이상 따내며 향후 10년 간 타이거즈 ‘뒷문’ 걱정을 없애준 투수 정해영(24)의 집중력은 남다르다.

정해영이 등판할 때면 어김없이 큰 환호성이 쏟아지는데, 정작 자신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정해영은 “집중하느라 잘 듣지 못한다.
함성소리가 큰지 몰랐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지난 1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에서 3-1로 앞선채 9회말이 되자 큰 함성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마운드를 올라온 정해영은 삼진 2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호투하고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세이브로 정해영은 4연속시즌 20세이브를 기록한 KBO리그 역대 8번째 선수가 됐다.
또한 통산 110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18번째 기록을 세웠다.

위기에 몰릴수록 강한 정해영이다.
올시즌 등판한 30경기를 보면 유독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강했다.
정해영은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안타를 허용한 확률은 0이다.
주자 3루 상황을 15번 만났는데, 단 한번도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볼넷만 2차례만 허용했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인 셈이다.

풀카운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3볼-2스트라이크 상황을 18번 마주했는데, 단 한번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볼넷을 4개 내줬지만, 삼진은 무려 11개나 솎아냈다.
극한의 상황에서 특히 매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점수를 어떻게든 내주지 않겠다는 ‘책임감’이다.
정해영은 “야수들이 점수를 내주고 앞에 투수들이 경기를 잘 이끌어줬는데, 마지막에 내가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집중하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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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대 강속구를 바탕으로 우타자 기준 몸쪽 슬라이더, 바깥쪽 포크볼을 던지는 정해영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그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배트를 안 내고는 못 배길 정도다.
2스트라이크 이후 정해영이 던지는 슬라이더에 상대 타자가 스윙을 하는 비율은 무려 70.5%나 된다.
스윙 대비 헛스윙률도 24.1%다.
올시즌 정해영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51에 불과하다.

재밌는건 정해영의 시즌 유일한 패배(4월16일 SSG전)를 자초한 공이 슬라이더였다는 점이다.
4-4 동점 상황에서 정해영은 SSG 한유섬에게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한유섬이 이를 받아쳐 끝내기 홈런을 완성했다.
결정구가 때로는 독이 되는 건 마무리투수의 숙명이다.

이런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삼진 잡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지난시즌 9이닝 당 삼진 개수가 5.47개였던 정해영은 올시즌 10.09개로 2배가량 높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배짱이 늘었다.
그럼에도 본인은 여전히 야구가 ‘어렵다’고 한다.
“요즘 느끼는 건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야구고, 더 부담스러운 게 야구인 것 같다”고 했다.


개인 최고 기록인 시즌 34세이브를 넘어 시즌 40세이브를 따낼 수 있는 페이스지만, 방심은 없다.
정해영은 “욕심은 나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부상을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영예로운 징표도 받았다.
정해영은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 KBO리그 올스타전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특히 팬투표에서 139만6077표를 받아 전체 팬투표 수인 322만7578표의 43.2% 몰표를 받았다.
올스타 팬투표 1위는 마무리투수로선 최초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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