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염기훈 감독의 실패는 예고된 참사, 안일한 선임이 수원 삼성의 승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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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팬도, 축구계 관계자도, 언론도 이미 지금의 결론을 예감하고 경고했다.
수원 삼성의 염기훈 감독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2 15라운드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후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수원은 후반 막판 세 골을 내주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5연패를 당한 수원은 승점 19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며 하위권 추락을 걱정하게 됐다.
연패에 빠지며 선두권과 더 멀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손에 넣은 후 염 감독은 서포터의 강한 항의를 받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직접 팬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동시에 사퇴도 발표했다.
예고된 참사다.
염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강등 위기에 놓인 수원 지휘봉을 잡았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염 감독 체제에서 수원은 반등하지 못한 채 최하위에 머물며 다이렉트 강등당했다.
플레잉코치로 아직 현역에서 은퇴도 안 한 선수를 휘청이는 배의 선장으로 앉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인물에게 1부 리그 감독을 맡기는 것 자체가 실책이었다.
K리그의 명문이 2부 리그로 떨어졌는데, 정작 수원 수뇌부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등을 막지 못한 염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한 게 그 방증이다.
수원은 박경훈 단장이 부임한 후인 1월에 선임을 발표했지만 이미 12월 과거 수뇌부가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창단 각오’를 천명했던 구단의 구호가 무색한 선임이었다.
승격 경험 있는 지도자를 선임하려 했던 박 단장마저 이 사실을 확인한 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팀을 강등으로 내몬 핵심 인사들의 잔재가 결국 2부 리그 강등 후까지 팀을 수렁으로 빠뜨린 모양새다.
심지어 염 감독은 P급 라이선스 교육을 받느라 동계 훈련 중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을 시작한 수원은 초반 4연승도 달성하며 순풍을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바퀴를 돈 시점부터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뻔한 전술, 선수 운용의 한계에 직면했다.
단순한 공격 패턴, 빈약한 투지, 낮은 집중력 등으로는 지옥 같은 2부 리그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염 감독은 15라운드 만에 짐을 싸게 됐다.
승강제 출범 12년 차에 접어든 K리그2는 갈수록 수준이 평준화되고 있다.
대충해서는 승격이 어려운 무대가 됐다.
모든 것을 쏟아야 1부 리그 복귀가 가능한데 수원은 염 감독을 신임하는 오판을 내렸다.
오직 지난 수뇌부만 몰랐던 결말이다.
수원 팬은 염 감독 선임에 반대했고, 언론에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축구계 관계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구단만 이를 무시한 채 염 감독 선임을 강행했고, 예고된 참사가 일어났다.
안일한 선임으로 인해 수원은 팀을 대표하고 상징하던 레전드마저 상실했다.
염 감독은 21세기에 수원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2010년 입단 후 14년간 선수로 활약한 염 감독은 수원 서포터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전설이었다.
지난해 강등 후에도 서포터는 염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위로, 격려했다.
하지만 사령탑으로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했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 ‘안티콜’을 피해 가지 못했다.
염 감독은 착실하게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 언젠가 수원 지휘봉을 잡을 인물이었다.
구단의 몰상식한 인사와 염 감독의 무리한 욕심이 겹쳐, 결국 가장 비참하고 우울한 결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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