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로 그릇 작나 봐요”…이미래의 자책+독기 눈빛, 농익은 프로 기운 물씬 [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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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제주=김용일기자] 이미래(28·하이원리토즈)의 눈빛과 어조에서 ‘농익은 프로’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미래는 지난 1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끝난 2023~2024시즌 ‘SK렌터카 LPBA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김보미(NH농협카드)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4로 아쉽게 패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을 고르더니 “별 할 말은 없다.
다음 시즌에 잘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평소 결과와 관계없이 마음을 다잡고 또박또박 견해를 내놓은 것과 달랐다.
결과에 대한 억울한 마음보다 자책이다.
잠시 후 속내를 가감 없이 꺼내 들었다.
“이번 경기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상대) 응원이 눈에 잘 보였고 감정 조절이 안 돼 집중력을 잃었다”고 말한 이미래는 “수비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 해서 스스로 화가 많이 나 있다.
프로로 그릇이 작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격정적으로 취재진 앞에서 말한 건 이례적이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성장통과 궤를 같이한다.
프로당구 원년시즌인 2019~2020시즌 5차 투어(메디힐 챔피언십)에서 LPBA 통산 첫 승리를 거둔 그는 2020~2021시즌에만 세 차례 우승을 차지, 투어 간판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우승 시계는 장기간 멈췄다.
2021~2022시즌 한 차례 16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1차 투어 준우승 외에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심리 치료를 받는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이미래는 유망주 시절 ‘애어른’ 애칭이 따랐다.
고교 시절 뜻하지 않게 폐쇄성 뇌수두증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는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재기했다.
국내 1호 여자 당구 체육특기생으로 한국체대에 진학했다.
세계캐롬연맹(UMB) 대회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최고 유망주의 길을 걸었다.
LPBA 투어에 입성, 프로로 전업한 뒤에도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그러나 갈수록 LPBA에 경쟁자가 늘고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그에게 두 번째 과도기가 따랐다.
정글과 같은 프로의 세계에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기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느꼈다.
이미래는 “나를 두고 우승 아니면 (좋은) 성적이 아니라는 주위 시선이 따랐다.
기대치가 높아 스트레스를 받더라. 프로답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구 선배 강동궁과 차명종이 운영하는 ‘강차연구소’ 등을 오가며 여러 조언은 물론, 레슨받으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유망주 시절 남 탓 없이 진심을 다하면 올라가리라는 믿음을 되새겼다.
그렇게 주위 시선을 떠나 자기만의 샷을 완성하고자 애썼다.
그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4강까지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뽐냈다.
이미래는 “성적은 만족 못 하지만 시원한 플레이로 변화가 있었다.
만족한다.
이제 마음의 중심도 잡아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기 확신이었다.
프로 초창기 수줍은 미소로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선 다음 시즌을 향한 결의에 찬 눈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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