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첫 영구결번 고요한 "헌신 인정받아 영광…다시 강팀으로 우뚝 서기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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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계에선 은퇴하는 선수의 공적을 치켜세우기 위해 ‘영구결번’을 부여하곤 한다.
구단에 헌신한 스타 선수의 등번호를 후배들이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 무대에서 가장 영예로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축구 K리그에선 지난 시즌까지 오직 3명의 선수만 영구결번의 영광을 안았다.
1999년 은퇴까지 12시즌 동안 부산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 투신한 ‘야생마‘ 김주성(16번)이 최초의 영구결번을 받았고, 수원 삼성의 창단 초기 멤버로 활약하며 돌풍을 주도한 윤성효(38번)의 번호도 더는 수원 선수들이 사용할 수 없다.
가장 최근 영구결번을 받은 레전드는 2020년 은퇴한 전북 현대의 ‘라이언 킹’ 이동국(20번)이다.
이번 2024시즌 앞두고 K리그에 영구결번을 받은 레전드가 또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최고 인기 구단인 FC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한 고요한(36)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고요한을 위해 서울은 그의 등 번호 13번을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으로 고요한은 기념비적인 유산을 남기게 됐다.
고요한은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첫 영구결번을 받아 너무 큰 영광이다”며 “이 팀에서 헌신한 걸 인정받아 기쁘다.
서울의 선수였다는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요한은 축구화를 신고 단 한 번도 서울을 떠난 적이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16살의 나이인 2004년 서울에 입단한 뒤 2006년 1군에 데뷔한 그는 K리그1 366경기, 코리아컵(전 FA컵) 25경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55경기)까지 총 446경기에 출전해 40골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리그 우승 3회(2010년, 2012년, 2016년), FA컵 우승 1회(2015년), 리그컵 우승 2회(2006년, 2010년) 등 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며 서울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모두 함께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년간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다.
모든 우승이 특별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건 2012년 리그 우승이다.
고요한은 “2012시즌에 들어 올린 트로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해에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거의 모든 경기를 뛰고 우승을 이뤘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3년 ACL에서 준우승하며 우승컵을 들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고요한은 현역 시절 궂은일도 마다치 않은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였다.
좌우 측면에서 미드필더와 윙백을 소화했고, 중앙 미드필더도 뛴 경험이 있다.
한때는 투톱에 나선 적도 있다.
170㎝로 체격은 작지만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활동량이 좋고 투지도 갖춰 ‘작은 거인’이라 불렸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같은 등 번호를 달고 뛴 박지성을 롤모델로 꼽은 선수다웠다.
그만큼 스타 플레이어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해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고요한은 “20년간 서울에서 뛰며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조연으로서 팀이 강해지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편한 위치는 어디였을까. 고요한은 “아무래도 사이드에서 뛸 때가 편했다”며 “중앙에서 플레이하면 여러 상황을 마주하는데, 사이드에선 시야가 트여 비교적 수월하다”고 돌아봤다.
긴 선수생활 동안 여러 감독을 거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역시 많은 시간을 함께한 최용수 전 감독이다.
최 전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부터 2016년까지 서울을 지휘하고 중국으로 떠난 뒤 2018년 다시 서울에 복귀해 2020년까지 사령탑을 맡았다.
고요한은 “최 감독님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도 있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다”며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밀당’을 잘하신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벗은 고요한은 서울 유스팀인 오산고등학교 코치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서울과의 동행은 이어지는 셈이다.
오산고는 지난달 열린 제59회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요한의 지도자 첫 데뷔 무대였다.
고요한은 “선수 말년에 부상 탓에 힘들기도 했으나,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서울과 함께할 수 있어서 은퇴를 결심했다”며 “재밌고 공격적인 서울의 축구색깔을 더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 막 지도자의 길을 걸어 많이 배우고 있지만, 칼을 빼 든 이상 언젠가 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서울은 명가 재건을 위해 김기동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했다.
고요한은 “린가드가 온다는 소식에 1년만 더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면서 “반등을 위해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을 영입한 만큼 이번 시즌 하나가 되어 팬들이 원하는 강팀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중 고요한을 위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열기로 했다.
‘선수’ 고요한으로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그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축구화를 신고 서지는 못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팬 여러분도 고요한이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계속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단에 헌신한 스타 선수의 등번호를 후배들이 영구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 무대에서 가장 영예로운 것 중 하나로 꼽힌다.
고요한. |
1999년 은퇴까지 12시즌 동안 부산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 투신한 ‘야생마‘ 김주성(16번)이 최초의 영구결번을 받았고, 수원 삼성의 창단 초기 멤버로 활약하며 돌풍을 주도한 윤성효(38번)의 번호도 더는 수원 선수들이 사용할 수 없다.
가장 최근 영구결번을 받은 레전드는 2020년 은퇴한 전북 현대의 ‘라이언 킹’ 이동국(20번)이다.
이번 2024시즌 앞두고 K리그에 영구결번을 받은 레전드가 또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최고 인기 구단인 FC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한 고요한(36)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고요한을 위해 서울은 그의 등 번호 13번을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으로 고요한은 기념비적인 유산을 남기게 됐다.
고요한은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첫 영구결번을 받아 너무 큰 영광이다”며 “이 팀에서 헌신한 걸 인정받아 기쁘다.
서울의 선수였다는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16살의 나이인 2004년 서울에 입단한 뒤 2006년 1군에 데뷔한 그는 K리그1 366경기, 코리아컵(전 FA컵) 25경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55경기)까지 총 446경기에 출전해 40골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리그 우승 3회(2010년, 2012년, 2016년), FA컵 우승 1회(2015년), 리그컵 우승 2회(2006년, 2010년) 등 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며 서울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모두 함께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년간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다.
모든 우승이 특별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건 2012년 리그 우승이다.
고요한은 “2012시즌에 들어 올린 트로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해에 주전으로 도약하면서 거의 모든 경기를 뛰고 우승을 이뤘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3년 ACL에서 준우승하며 우승컵을 들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고요한은 현역 시절 궂은일도 마다치 않은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였다.
좌우 측면에서 미드필더와 윙백을 소화했고, 중앙 미드필더도 뛴 경험이 있다.
한때는 투톱에 나선 적도 있다.
170㎝로 체격은 작지만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활동량이 좋고 투지도 갖춰 ‘작은 거인’이라 불렸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같은 등 번호를 달고 뛴 박지성을 롤모델로 꼽은 선수다웠다.
그만큼 스타 플레이어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해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에게 가장 편한 위치는 어디였을까. 고요한은 “아무래도 사이드에서 뛸 때가 편했다”며 “중앙에서 플레이하면 여러 상황을 마주하는데, 사이드에선 시야가 트여 비교적 수월하다”고 돌아봤다.
긴 선수생활 동안 여러 감독을 거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역시 많은 시간을 함께한 최용수 전 감독이다.
최 전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부터 2016년까지 서울을 지휘하고 중국으로 떠난 뒤 2018년 다시 서울에 복귀해 2020년까지 사령탑을 맡았다.
고요한은 “최 감독님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도 있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다”며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밀당’을 잘하신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서울과의 동행은 이어지는 셈이다.
오산고는 지난달 열린 제59회 백운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요한의 지도자 첫 데뷔 무대였다.
고요한은 “선수 말년에 부상 탓에 힘들기도 했으나,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서울과 함께할 수 있어서 은퇴를 결심했다”며 “재밌고 공격적인 서울의 축구색깔을 더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제 막 지도자의 길을 걸어 많이 배우고 있지만, 칼을 빼 든 이상 언젠가 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서울은 명가 재건을 위해 김기동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했다.
고요한은 “린가드가 온다는 소식에 1년만 더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면서 “반등을 위해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을 영입한 만큼 이번 시즌 하나가 되어 팬들이 원하는 강팀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중 고요한을 위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열기로 했다.
‘선수’ 고요한으로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그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축구화를 신고 서지는 못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팬 여러분도 고요한이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계속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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