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라는 좋은 팀에서 뛰었고 우승도 했다” 박동원이 은퇴 후 그린 그림, 그만큼 간절한 KS 우승[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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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천=윤세호기자]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임을 정말 잘 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LG 주전 포수 박동원(33)이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향한 절실함을 전했다.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2014년과 2019년 이후 LG에서 세 번째 KS가 다가오고 있다.
삼성과 맞붙은 2014년에는 6차전으로 KS가 끝났고, 두산과 마주한 2019년에는 4차전에서 허무하게 마지막을 마주했다.

4년 만에 다시 정상 무대에 서는데 올해는 과정이 다르다.
지난 두 번과 달리 정규시즌 우승으로 상대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박동원이 지난 26일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을 마친 후 주전 포수로서 KS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다음은 취재진과 박동원의 일문일답.

-10월 7일자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천에서 훈련하기 전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엔트리에서는 제외됐지만 잠실 구장은 꾸준히 나왔다.
계속 러닝하고 운동하면서 준비했다.

-왼쪽 손목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엔트리 제외라고 들었다.
손목 상태는 어떤가?


시즌 중반에 상대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때 태그하다가 손목이 밀려서 다쳤다.
이후 자주 아팠는데 엔트리에서 빠진 후 집중적으로 치료했다.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서 포수 훈련도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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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S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 같다.
좀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나?


그냥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
상대 팀이 누가 될지 궁금해서 경기도 다 챙겨본다.
우리도 조금 있으면 저런 무대에 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본다.
예전에는 시즌이 끝나고 어느 팀이 우승할까 궁금해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봤다면 지금은 우리가 가장 위에 있으니까 누가 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경기를 본다.

-두 번 KS를 해봤다.
2014년과 2019년이었는데 당시를 돌아보면 KS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전 KS를 돌아보면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잡지 못한 게 몇 번 나왔다.
변수에 대처하지 못한 적도 있다.
11월이 되면 날씨가 추워서 잔디에 이슬이 많이 생긴다.
많이 미끄러운데 그러면서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고 기본적인 플레이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단기전은 투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LG의 경우 투수들이 잘 쉬고 준비도 많이 하는 게 장점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구위가 좋은 투수도 많다.
주전 포수로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또한 변수가 있다고 본다.
내가 투수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잘 쉬고 준비하는 게 도움은 될 것 같다.
하지만 투수가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일단 좋은 구위에 대한 기대는 나 또한 갖고 있다.
그래도 KS 가서 공을 받아보고 상대 타자의 모습도 체크해야 한다.

-그러면 2014년과 2019년 1위팀을 상대했을 때. 상대 팀 투수들의 공이 좋다는 생각은 했었나?

좋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리 투수와 상대 투수의 차이가 많이 났다.
우리 투수들의 경우 밑에서부터 체력 소모가 큰 경기들을 치르면서 올라왔다.
공을 받는데 공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청백전 모습을 보니 타격감도 좋은 것 같다.
이천 합숙 훈련에서 타자들이 빠른 공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계속 공을 치고 있다.
야간 훈련할 때도 타격 감각을 유지하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
빠른 공에 적응하기 위해 기계볼도 치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 겨울 LG에 오면서 했던 다짐이 거의 실현됐다.
20홈런과 정규시즌 우승은 했고 이제 하나만 남았다.


20홈런을 약속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400타석 정도 들어서면 20홈런은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20홈런이 됐다.
홈런보다는 우승을 꼭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정규시즌 우승을 한 게 제일 뿌듯한 것 같다.
인터뷰할 때 순위표 제일 위에 LG 트윈스가 있게 하고 싶다고 하곤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좋다.

-이제 마지막 무대인 KS만 남았다.
상대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잠실구장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잠실에서 열릴 KS를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일단 우리 팬들이 정말 많이 찾아와 주실 것이다.
2만5000석 정도 되는 잠실구장 절반 이상을 우리 팬들이 찾아와주시고 우리를 응원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잘했을 때 함께 박수 쳐주시고 함성도 내주시고 하지 않나. 그럴 때마다 우리 팬들과 함께 야구하고 함께 상대 팀과 싸운다는 생각이 든다.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인데 분위기에서 팬들이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을 가져다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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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포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야구에서 포수가 중요해서 나온 단어라고 생각한다.
우승 포수에 대한 욕심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야구 선수를 은퇴했을 때 내가 우승 팀 포수였다는 기억과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이번에 우승한다면 나중에 야구를 그만두게 됐을 때 ‘내가 LG라는 좋은 팀에서 뛰었고 즐겁게 야구하면서 우승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승 한 번도 못하고, KS도 못 나가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지 않나. 올해 우승하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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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간 후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나?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려봤는데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단은 편하게 큰 점수차로 이겨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끝까지 접전이면 그런 것을 생각도 못한다.
마지막 아웃 잡고 어떻게 달려가야겠다 같은 정도의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편하게 이겨야 한다.

-지난 두 번의 KS에서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그때 아쉬움이 커서 이번에 더 우승하고 싶을 것 같다.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2019년보다는 2014년 기억이 나는데 그때 장소가 잠실이었다.
6차전에서 지고 야구장을 나가는데 홈플레이트 쪽에 하얀 꽃가루 같은 게 엄청 날리더라.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다가 그 모습을 봤는데 정말 멋져 보였다.
나중에 나도 꼭 우승해서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꼭 그 자리에 있고 싶다.

-포수로서 기대되는, 혹은 꼭 활약해주기를 바라는 투수 한 명을 꼽을 수 있나?

1차전 선발인 켈리다.
켈리 선수가 스타트를 잘 끊어주기를 바라고 잘 끊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켈리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시즌 초반에 켈리 선수에 대해 잘 몰랐다.
나중에 알았는데 켈리 선수도 포수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하고 메모를 많이 하곤 하더라. 처음부터 이를 알고 경기 전 대화를 많이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이 부분을 놓쳤다.

워낙 커리어가 있는 선수니까 미리 물어보지 않고 경기하면서 맞추는 것을 선호할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 켈리 선수가 많이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경기 플랜을 내게 알려주고 함께 공유하자고 했고 그때부터 정말 잘 맞고 있다.
처음에는 켈리 선수가 원하는 공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경기 전에 공부한 것을 공유하면서 켈리 선수가 어떤 공을 던지기를 원하는지 금방 알게 됐다.

-KS MVP가 되면 받는 롤렉스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우승부터 해야 한다.
우승하면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님들, 프런트 직원들까지 LG 구단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아닌가. 팬들도 정말 많이 좋아해 주실 것이다.
그게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우승하면 누군가 롤렉스를 받겠지만 롤렉스에 대한 욕심은 없고 그냥 우승하고 우승 반지를 받고 싶다.
우승 후에 우승 반지를 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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