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입은 고향팀 유니폼 KIA 서건창 “가족 곁에서 야구하는 상상, 원없이 뛰어야죠”[SS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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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내려놓았달까요.”
말 그대로다.
표정, 몸짓, 움직임 등에 군더더기가 없다.
동료의 움직임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특유의 습관도 그대로다.
힘을 쓰려면 힘을 빼야한다는 역설을 실천하는 듯한 느낌. 17년 만에 고향팀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35) 얘기다.
서건창은 지난달 연봉 5000만원 옵션 7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에 KIA와 손잡았다.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된 뒤 절치부심했는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스스로 방출을 요청했다.
친정팀인 키움이 적극적으로 구애했지만, 서건창은 고향을 택했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그는 “정겨운 억양에 또래들과 어울리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며 웃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가 이내 방출됐고, 군복무 후 육성선수로 히어로즈와 계약해 기회를 잡았다.
2012년 주전 2루수도 도약했고, 2014년 201안타를 뽑아내며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안타 역사를 새로 썼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서건창은 등락을 반복하다 크게 부상한 뒤 이전만큼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2019년 113경기에서 타율 3할, 2020년 135경기에서 134안타, 2021년(LG) 전경기 출장 등으로 희망을 던졌지만,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 사나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활약은 하지 못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프리에이전트(FA) 권리도 행사하지 않는 등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프로는 성적이 곧 실력. 우승에 도전하던 LG는 2루수 부재 속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잠실이 아닌 곳에서 지켜본 서건창은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교 졸업 후 처음 광주에 둥지를 튼 그는 “팀을 결정하기까지 마음이 복잡했다.
개인적으로도 고려할 게 많아 시간이 걸렸다”며 “성적에 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KIA를 선택했다.
지금까지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며 웃었다.
김선빈 나성범 등 동갑내기 친구도 많고, 가족도 광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가족 곁에서 야구하고 싶은 마음도 KIA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며 “그래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전에는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오버페이스한 측면도 있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200안타를 달성한 뒤 기술적인 해답을 찾는데만 골몰했다.
결국은 심리게임인데,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다보니 스스로 쫓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밝은 표정으로 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심리적으로, (성적 등 성과에 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죽기살기로했던 과거와 작별하고,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딱 알맞은 훈련량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지금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건창이 예년의 기량을 회복하면, KIA 우승 도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주전 2루수인 김선빈과 경쟁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여차하면 2루수 김선빈, 1루수 서건창을 볼 수도 있다.
그 역시 “(1루수 미트는) 준비해서 왔다.
아직 감독님이 부임하지 않은 때여서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준비는 하려한다.
(1루수) 경험은 없지만, 같은 내야이고, 팀이 필요로하면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타 제조기’ 명성을 회복하면 KIA의 득점 생산력은 배가한다.
서건창은 “좋은 동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어서 기대감을 갖고 시즌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나는 서건창의 모습, 오랜만이어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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