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행으로 완성된 이정효 매직, 가난한 팀 광주를 아시아 무대로…‘부자’ 전북은 겨우 체면치레

[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가난한 팀’ 광주FC가 기적을 썼다.

광주는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1 추가로 59점을 확보해 3위를 지켰다.
같은 시간 4위 전북 현대(57점)는 울산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5위 인천 유나이티드(56점)는 대구FC전에서 1-2로 졌다.
두 팀 모두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광주는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을 획득했다.
올해 K리그1, FA컵 우승팀은 ACLE 본선으로 향하고 2위는 플레이오프에 나서는데 FA컵 우승팀 포항이 2위를 확정해 티켓은 3위에게 이양된다.
행운의 티켓을 손에 넣은 주인공이 바로 광주다.

광주는 지난해 K리그2 우승을 차지해 승격했다.
이정효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팀을 1부 리그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시즌 내내 좋은 성적으로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약팀이 흔히 쓰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적인 축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K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조차 “광주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축구를 한다.
덕분에 ACLE까지 나가게 됐다.
이 감독과 가끔 소통한다.
광주 같은 축구를 하는 팀이 더 생겨야 한다.
앞에서 수비하고 공격하는 팀이 더 있어야 흥행한다.
이런 축구를 고민하는 후배 감독을 보며 배울 게 많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광주의 성취는 K리그 역사에 남을 결과다.
광주는 K리그 대표 ‘가난한’ 구단이다.
올해 선수단 예산으로 60억원 정도를 썼다.
K리그1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공룡’ 같은 빅클럽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등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다.
그리고 결과까지 냈다.
2023년의 광주는 기적의 팀이다.

이 감독은 ACLE 진출 기쁨을 뒤로 하고 이미 2024년 고민에 들어갔다.
아시아 대회를 병행하려면 탄탄한 스쿼드가 필요한데 광주 여건을 보면 아직은 확실한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역시 “이 정도면 시, 구단에서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솔직히 내년은 위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에서 우리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문의를 할 것이다.
지키냐 못 지키느냐에 관한 문제가 이미 시작됐다.
기회이자 위기다.
3위보다 더 잘하고 싶지만 아직 목표를 정할 수는 없다”라고 털어놨다.

광주와 달리 K리그 대표 ‘부자’ 구단인 전북은 2024~2025시즌 신설되는 ACL2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인천이 대구에 패하면서 4위를 지킨 덕이다.
인천이 한 골만 더 넣어 무승부했다면 전북은 아예 아시아 무대를 밟지 못할 뻔했다.

전북은 올해 내내 부침을 겪었다.
팀 레전드 출신인 김상식 전 감독이 시즌 도중 물러난 가운데 6월 부임한 단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도 확실한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가까스로 파이널A에 진출하고 ACL2에 나가게 됐지만, ‘역대급’으로 선수 영입에 돈을 쏟아부은 것을 고려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페트레스쿠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만들기에 시간이 부족했겠지만, 감독 스스로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 점은 2024년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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