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스마일 점퍼’ 우상혁의 시선은 파리로...“금메달 목표로 달려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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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창간 18주년 축하 메시지를 들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높이뛰기가 정말 좋습니다.


자신보다 큰 바를 앞에 두고도 두려움은 없다.
늘 새로운 도전에 자신있게 임한다.
대한민국 육상의 얼굴인 우상혁은 밝은 미래를 바라본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빛 점프를 겨냥한다.
창간 18주년을 맞아 우상혁과 즐겁게 마주했다.

◆ “뛰어넘는 게 재밌어요”

시작은 달리기였다.
뛰는 게 좋았던 소년이 육상에 발을 들인 계기였다.
이후 윤종형 코치의 권유로 높이뛰기로 전향했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높이뛰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뛰어넘는 게 재밌었다.
높이뛰기에 재미를 느꼈다”고 돌아봤다.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양발의 길이가 다른 ‘짝발’이다.
작은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상 종목이기에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제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게 너무 많다”고 웃은 후 “짝발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어렸을 때부터 균형감을 잡는 훈련을 많이 했다.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상혁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10위를 기록했다.
멋모르고 나선 대회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는 “세계 주니어 무대에서 상위권에 있었다.
성인 무대도 똑같을 줄 알았다.
하지만 확실히 다르더라. 메이저 무대에서 뛰기 위해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그때 느낀 부분을 토대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지금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라이벌’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의 실력을 몸으로 느낀 대회이기도 했다.
당시 바르심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바르심 선수는 그때 이미 전성기였다.
다이아몬드리그를 뛰었고 세계 랭킹 1위도 올랐다.
못 넘는 산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2년 뒤 2016년 리우 올림픽에는 극적으로 나섰다.
참가 조건인 2m29를 올림픽 직전 대회인 일본 오사카 국제 육상 대회에서 넘어 기회가 주어졌다.
첫 올림픽에선 22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부상이 있어서 못 간다고 생각했다.
올림픽 앞두고 2m25를 일찌감치 넘었다.
이후 2m29에 계속 도전했고 넘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자리를 즐기지 못해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가 기뻤다.
한편으로는 잘 뛰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안 좋은 행동, 루틴이 많았다”면서 “첫 올림픽에 대한 기억이 없다.
무엇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세계인의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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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매 순간 즐기고 싶어요”

리우 올림픽을 계기로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를 즐겼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왔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은메달, 도쿄올림픽에선 4위를 기록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의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우상혁은 “높이뛰기는 분위기와 기분이 중요하다.
한 번 넘고 분위기가 좋으면 기세가 오른다.
리우 때는 올림픽 무대를 밟았음에도 자랑거리가 없더라. 올림픽 분위기 자체를 즐기려고 마인드를 바꿨다.
그래야 내 기록도 좋아진다.
도쿄 올림픽 때는 (김도균) 코치님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
그 에너지가 결선 때도 발휘됐다”고 기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2m35를 넘어 1996년 이진택(2m34)을 넘어 25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목이 쏠리는 최고의 무대를 즐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우상혁은 이를 해냈다.
그는 “결선에 올라가는 것 자체만으로 저희의 목표는 달성했다.
코치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씀하셨다.
다음 올림픽이 남아 있으니 꼴찌를 해도 상관없다고 하시더라”면서 “정말 편하게 경기를 뛰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상혁은 “평생 세 손가락 안에 남는 기억일 것 같다.
정말 재밌었다.
성적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했으나 높이뛰기 자체의 재미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승승장구였다.
지난해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선수권 대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다이아몬드리그에도 출전했다.
우상혁은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한 번의 요행으로 올랐던 선수라고 기억할 거라 생각했다.
2m30 초중반의 기록을 꾸준히 내면서 선수들도 놀랐다.
저한테 다가오기 시작했고 경쟁자로 봤다.
베오그라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경계 대상 1호가 됐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부비동염 수술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 8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6위에 그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9월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참가해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세를 이어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올해는 좋지 않았다.
내려놓고 꾸준히 준비했다.
경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보냈다”면서 “세계선수권은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사실 이제는 금메달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몸이 많이 굳었다.
또 하나를 배웠다.
금메달을 딸 준비가 됐을 때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려놨더니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도 우승했다.
현역 선수 중에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트로피를 가진 선수가 5명도 안 된다.
저한테는 올림픽과 매한가지”라면서 “아시안게임에서도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점프를 잘했다.
바르심도 저도 서로 점프를 다 잘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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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김도균 한국 육상수직도약 대표팀 코치와의 인연도 화제다.
우상혁은 김 코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모든 것을 맡긴다.
그는 “제 컨디션부터 높이 설정까지 모든 것을 판단해주신다”면서 “저에게 ‘(우)상혁아 높이에만 집중하면 돼’라고 말씀해주신다.
저는 뛰는 것 자체만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또 우상혁은 “최대한 가깝게 지내면서 소통하고 신뢰를 쌓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서로 신뢰를 하다 보니 경기력이 올라가는 데 가장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말부터 새 시즌이 시작된다.
3월에는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이 열린다.
김 코치는 “이 대회가 파리 올림픽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상혁은 “지금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이다.
그리고 또 열심히 달려가야 한다.
기분 좋게 경기를 뛰면서 올림픽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최강’ 바르심을 넘어야 한다.
우상혁은 “저처럼 높이 뛰기에 모든 것을 건 선수다.
배울 점이 아직도 있다.
아시아에 이런 선수가 있어서 저도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은 아시아 선수로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왔다”면서 “그 선수는 이미 다 가졌기 때문에 저를 존중해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신사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쟁자에게 그런 조언을 받으면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의 목표는 오로지 금메달이다.
우상혁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후회 없이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딸 수 있게 준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높이뛰기는 우상혁을 대표하는 또 다른 단어가 됐다.
우상혁은 “높이뛰기를 할 때 기분 좋은 성취감이 있다.
제가 좋아하는 종목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은 후 “저는 제 직업의 만족도가 매우 좋다.
10번 만점에 10점 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의 도약은 이제 시작이다.

최정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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