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경기 만에 드러난 OK저축은행 ‘오기노 매직’의 민낯… 레오를 포기한 대가는 앞으로 더 혹독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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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사령탑인 김세진 감독과 창단 때부터 수석코치로 6년간 팀에 있었던 석진욱 감독을 2019년 제 2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던 OK저축은행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을 제 3대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오기노 감독의 기조는 이전 감독들과는 달랐다.
서브 범실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탄탄한 배구를 추구했다.
아울러 팀원 전체가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하는 전형적인 일본 배구의 강점을 OK저축은행에 이식하려 했다.
과거 삼성화재 시절엔 한 경기에 팀 공격의 77%를 점유하면서도 전혀 위력이 떨어지지 않는 강력함을 자랑하기도 했던 레오는 하이볼 처리 능력이 탁월한 스타일이다.
2012~2013시즌, 레오의 오픈 공격 성공률은 55.43%로 리그 유일의 50% 이상의 성공률이었다.
오픈 공격 성공률은 2013~2014시즌엔 57.36%, 2014~2015시즌에도 56.24%에 달했다.
이후 V리그를 떠나 다른 리그에서 뛰던 레오는 2021~2022시즌에 다시 V리그로 돌아왔고, 20대 초반에 비해 강력함은 다소 떨어졌지만, 노련함을 가미해 여전히 최강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다.
서브 능력은 과거 삼성화재 시절엔 약점이었지만, OK저축은행에서 뛴 3년 동안은 V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팀 공격의 절반 정도를 책임지다 보니 레오는 범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었다.
오기노 감독은 그런 레오를 길들이려 공격 점유율을 줄이기도 했고, 서브 범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서브를 때리는 것을 막아세우기도 했다.
2023~2024시즌 3라운드에 레오의 점유율을 줄인 배구를 추구한 결과, 3라운드 6전 전패를 당한 OK저축은행은 4라운드에 레오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자마자 6전 전승을 거두며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렸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며 봄배구에 복귀했다.
레오를 앞세워 현대캐피탈과의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둔 OK저축은행은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도 2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시몬과 경기대 3인방(이민규-송명근-송희채) 시대에 챔피언결정전 2연패(2014~2015, 2015~2016)를 달성한 이후 8시즌 만의 챔프전 진출이었다.
3전 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OK저축은행의 준우승을 두고 ‘오기노 매직’이라는 칭송이 잇따랐다.
오기노 감독은 2024~2025시즌을 준비하면서 큰 결정을 내렸다.
팀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레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레오를 보유한 상태로 나머지 포지션을 보강하며 대한항공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게 아닌, 팀 시스템을 아예 처음부터 손을 보기로 한 것이다.
2023~2024시즌 챔프전 준우승으로 인해 전체 140개의 구슬 중 단 10개만을 넣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을 확률이 7.14%에 불과함에도 오기노 감독은 레오를 내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뽑기로 한 것이다.
레오를 잡기 위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고민하던 팀들도 달려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레오는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서 뽑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인데, 오기노 감독은 자신의 배구철학을 관철시키려고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결국 두 번째로 낮은 확률을 가졌던 OK저축은행은 트라이아웃에서 꼴찌인 7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됐고, 이탈리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마누엘 루코니(등록명 루코니)를 지명했다.
오기노 감독의 레오 포기는 틀렸다.
레오 대신 뽑은 루코니와 함께 하며 자신의 배구철학을 녹여서는 지난 시즌 누렸던 챔프전 진출은커녕 최하위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걱정을 해야할 판국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2024~2024시즌 홈 개막전을 가졌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오기노 감독이 트라이아웃 시장에 내놓은 레오를 2순위로 지명한 현대캐피탈. 지난 세 시즌간 안산의 ‘King’으로 군림하며 안산 팬들에게 수많은 승리를 선물했던 레오가 이제는 다른 유니폼을 입고 안산의 홈 코트를 폭격하러 온 것이다.
결과는? 현대캐피탈의 세트 스코어 3-0(25-21 25-19 25-19) 셧아웃이었다.
OK저축은행의 배구는 무색무취였다.
공격이 강력하지도, 블로킹벽이 견고하지도, 서브로 상대를 흔드는 것도 아니었다.
이날 팀 공격 성공률은 38.27%에 불과했고, 리시브 효율도 28.81%에 그쳤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팀 공격 성공률은 50.57%, 리시브 효율은 46.3%. 블로킹 득점 11-5로 현대캐피탈의 압도적 우위, 서브 득점도 3-2로 현대캐피탈 우위. 오기노가 강조하는 범실없는 내실있는 배구도 그리 보이지 않았다.
팀 범실이 17개로 현대캐피탈(20개)보다 단 3개 적을 뿐이었다.
이길래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배구의 전형이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레오는 15점, 공격 성공률 42.42%로 평소의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레오는 존재만으로 상대 블로킹의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다.
명실상부 토종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허수봉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17점에 공격성공률 68.18%로 OK저축은행 코트를 맹폭했고, 최민호도 블로킹 4개 포함 11점(공격 성공률 77.78%)을 올리며 코트 가운데를 접수했다.
아무리 서전트 점프가 98cm라도 195cm의 단신으로는 V리그의 블로킹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이날 세 차례나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에게 셧아웃 당했다.
안 그래도 토종 공격수들의 세기가 약한 OK저축은행으로선 루코니마저 30%대의 공격 성공률을 보여줘서는 한 세트조차 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팀 공격의 전체적인 템포를 올려줄 수 있는 세터 이민규는 컨디션을 이유로 지난 시즌부터 코트보다는 웜업존이나 관중석을 지키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이제 시즌을 2경기 치렀을 뿐이다.
그 상대가 ‘양강’으로 꼽히는 대한항공(1-3 패), 현대캐피탈(0-3 패)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분명해 보인다.
‘오기노 매직’의 민낯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은 오기노의 배구철학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레오라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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