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에르난데스의 이유 있는 불펜 변신… LG 가을 등반 키플레이어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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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무실점으로 피칭을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갈아입길 참 잘했다.
프로야구 LG는 찬란했던 2023년의 ‘V3’를 뒤로 하고 올해 일찍 가을잔치의 문을 열었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부터 포스트시즌(PS) 등반을 시작했다.
5위 KT를 만나 1승1패를 기록하며 치열한 싸움을 펼치는 중이다.
약점을 극복해야 해피엔딩이 다가온다.
열쇠는 불펜에 달렸다.
2022, 2023시즌 모두 평균자책점 1위(2.89, 3.43)로 빛난 뒷문은 올해 헐거워졌다.
평균자책점은 5.21(6위)로 치솟았고, 승계주자실점률(IRS)도 39.1%로 4번째로 높았다.
염경엽 LG 감독이 단기전을 맞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과감하게 전환시킨 배경이다.
케이시 켈리와 작별하고 야심 차게 영입한 에이스급 투수의 쓰임새를 바꾸는 특단의 대책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이 KT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근거는 있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뛴 에르난데스는 이 5시즌 동안 치른 90경기 중 42경기를 불펜으로 뛰었다.
당장 올해도 빅리그에서 9경기 중 8경기를 불펜으로 소화했다.
물론 마이너리그 통산 142경기 중 107경기를 뛴 선발이 익숙하겠지만, LG는 그가 중간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50㎞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 대비 약점으로 지목된 스태미나를 고려하면 중간에 나와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며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게 더 낫다는 분석이었다.
빠른 투구 템포나 필요에 따라 롱 릴리프도 가능한 높은 활용성도 장점이다.
실제로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됐던 지난 8월29일 잠실 KT전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3위를 확정한 지난달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2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챙기는 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왼쪽)가 피칭을 마치고 동료 오스틴 딘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가을 무대에서도 성공적인 변신을 이어간다.
KT와의 준PO 1차전 2이닝 무실점, 2차전 1⅔이닝 무실점으로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했다.
쏟아지는 호평에도 정작 본인은 차분하다.
그는 “내 등판에 대해 ‘좋았다, 나빴다’ 하는 평가보다 승리를 위해,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미소 짓는다.
큰 무대를 앞두고 진행된 보직 전환에 대해서도 “팀의 수장인 감독님의 결정이다.
모두가 알듯이 나는 ‘선수’다.
당연히 그걸 따라야 한다”며 “그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저 팀에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고 힘줘 말한다.
사상 최초 5위 결정전 승리,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등으로 분위기가 오른 KT 타선은 어떻게 공략했을까. 그는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초구 스트라이크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1차전에는 6타자 상대 초구 스트라이크를 5번 기록하며 2이닝을 깔끔히 지웠다.
2차전은 이 확률이 37.5%(3/8)로 줄면서 볼넷 2개를 내주기도 했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려는 에르난데스다.
다만 염 감독이 2차전을 마치고 공언한 대로 3차전은 건너뛴다.
이틀간 27구, 38구를 던졌다.
3연투는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 에르난데스는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다.
팀에서 관리해주는 대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감독님이 날 투입하려 할 때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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