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은 경기, 시간패로 놓치다… 계시기 못 누른 커제, 농심신라면배 이른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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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기원 제공


진기한 해프닝, 시간패가 나왔다.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명훈 9단이 행운의 시간승을 챙기면서 중국의 강자 커제 9단을 꺾었다.

둘의 맞대결은 7일 중국 지린성 옌지의 농심 백산수 공장에서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10번째로 참가하는 ‘한·중·일’ 바둑 삼국지에서 처음으로 선봉으로 출전한 커제 9단은 개막전에서 설현준 9단(한국), 히로세 유이치 7단(일본)을 꺾으며 2연승을 내달렸다.
그를 막아세우기 위해 김명훈 9단이 출사표를 던졌다.

역부족이었다.
커제 9단의 단단한 행마 아래 김명훈 9단이 힘든 대국을 펼쳤다.
승리의 여신이 대마 사냥에 실패한 김명훈 9단이 아닌 커제 9단의 3연승에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었다.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커제 9단의 168수가 놓아져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착수가 이유 없이 늦어졌다.
이미 초읽기에 들어가 있던 상황. 커제 9단이 마지막 10초 카운트다운에 맞춰 헐레벌떡 수를 놓고 계시기를 누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커제 9단은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이내 커제 9단과 중국 측에서 계시기에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결국 중계 영상까지 돌려본 커제 9단은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백돌을 쓸어담았다.

이로써 김명훈 9단은 행운의 승리를 챙겼다.
2017년 제19회 대회 이후 7년 만에 태극마크를 안은 그는 대회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8일 이어지는 대회 4국에서 일본의 두 번째 주자 이야마 유타 9단을 맞아 연승에 도전한다.

농심신라면배는 바둑 종목 최대 규모의 국가대항전이다.
각국 대표팀은 5명으로 꾸려진다.
승리하는 선수는 계속 경기를 펼치고 지는 선수는 그대로 탈락하는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3개국은 나란히 선수 1명씩을 잃은 상황이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2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3국에서는 중국 선봉 루이나이웨이 9단이 전날(6일) 김종수 9단(한국)에 이어 요다 노리모토 9단(일본)까지 잡아내며 2연승을 내달렸다.
8일 계속될 4국에서는 한국의 서능욱 9단이 출전해 루이 9단의 기세에 도전한다.

옌지=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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