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도 화마도 막을 수 없었다… 보치아 10연패 앞장선 정호원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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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으로 인한 사고도, 화마로 인한 풍파도 그의 마음마저 꺾을 순 없었다.
한국 보치아의 패럴림픽 10연패에 앞장선 ‘간판’ 정호원(38·강원도 장애인체육회)에게 닥친 온갖 고난은 그저 극복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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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김승겸 경기 파트너 겸 대표팀 코치, 임광택 감독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호원은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펼쳐진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3번째 금메달이자, 보치아 종목 10회 연속 우승 대업을 일궜다.


정호원은 돌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뇌성마비 1급 장애를 얻었다.
찰나의 실수였다.
한 지하철역에서 매점 일을 하던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바닥에 떨어져 뇌를 다쳤다.
불행은 끊이지 않았다.
1995년 집에 원인 모를 화마가 덮쳤다.
어머니 홍현주씨는 몸이 아픈 정호원부터 감싸 안으며 몸에 부분 화상을 입었다.
그 사이 친형은 전신 화상을 입어 크게 다쳤다.
막대한 병원비 탓에 집안이 흔들렸다.

이런 정호원에게 보치아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1998년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보치아를 접한 정호원은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입문 4년 만인 2002년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성으로 떠올랐다.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공을 던져 상대보다 표적구에 가깝게 붙이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올림픽엔 없고, 패럴림픽에만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접으려 했던 정호원은 주변의 도움 덕분에 보치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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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승겸 경기 파트너 겸 대표팀 코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성장을 거듭한 정호원은 한국 보치아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2009년엔 세계랭킹 1위에 처음 등극했고, 2016년까지 이 자리를 지켜 보치아 종목 ‘역대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장애인 스포츠 축제 패럴림픽에서도 업적을 쌓았다.
2008년 베이징 대회서 금메달(페어)과 동메달(개인전)을 따냈고,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개인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금메달(개인전)과 은메달(페어), 2020 도쿄 대회 금메달(페어)을 거머쥐었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 개인전 금메달까지 그는 이 대회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이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리우 대회서 메달을 딴 뒤 받은 포상금(9000만원)으로 기초생활 수급권이 박탈돼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강원도에 생긴 보치아 실업팀에 입단한 정호원은 그제야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한국 보치아의 10연패 대업에 정호원의 역할도 결정적이었다.
8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2016 리우 대회서 정호원은 한국 선수 중 홀로 개인전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부담감 때문에 전날 심한 열병을 앓아 해열제를 맞으면서까지 결승에 출전한 투혼이 있었다.
2020 도쿄 대회 때도 한국은 단 2개의 금메달 획득에 그쳤는데, 그중 하나를 정호원이 장식했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정호원은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야 했다.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보치아는 앞서 열린 남녀 개인전서 정소영(35)이 여자 개인 스포츠 등급 BC2 결승전서 석패했고, 정성준(46)도 남자 개인 스포츠 등급 BC1 결승서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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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겸 경기 파트너 겸 대표팀 코치, 정호원, 임광택 감독. 정호원은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전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우승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호원은 이날 새역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결승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자랑하며 금메달을 수확했다.
보치아는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서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을 6개씩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한다.
동계 올림픽 종목인 컬링과 비슷한 득점 방식으로 4엔드(단체전 6엔드)로 승부를 가린다.
손으로 굴리고, 발로 차고, 도구를 이용해도 되는데, 정호원이 출전한 BC3등급은 손으로 투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대다수 선수가 막대를 사용해서 경기보조자가 홈통(램프)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주면 공을 굴린다.
정호원 역시 입에 막대를 문다.


정호원은 결승전 1엔드부터 최강자다운 플레이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네 번째 공을 흰색 표적구에 붙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뒤 다섯 번째 공으로 자신의 공들을 더 가깝게 밀어 넣으며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3엔드에 잠시 샷 감각이 흔들려 점수를 내줬으나, 마지막 4엔드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5-2 승리를 완성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고, 코치진의 헹가래 속에 기쁨을 만끽했다.

정호원은 경기 뒤 “그동안 표현을 안 했지만,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매우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마음이 후련하다”며 “한국 보치아가 10연패 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머니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최근 일부러 연락을 안 하셨다"며 "파리로 떠나기 전에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호원의 패럴림픽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강선희(47·한전KPS)와 호흡을 맞추는 페어 종목에도 나서 내친김에 ‘2관왕’을 벼른다.
정호원은 “2관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다.
통산 5개째 금메달을 채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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