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을 롤모델로 삼았던 박태준, 이대훈이 끝내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성자 정보

  • 토토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1,022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지난 2월1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의 출전권을 두고 경량급 간판스타인 장준(24·한국가스공사)과 떠오르는 ‘신성’ 박태준(20·경희대) 간의 ‘사생결단’의 승부를 펼쳐졌다.
장준이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3위, 박태준이 5위로, 둘 다 올림픽 출전 자격 조건인 5위 이내에 들었지만, 체급별로 국가당 한 선수만 출전 가능했기에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날 두 시간 간격으로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17230954713565.jpg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이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누가 봐도 장준이 유리한 승부였다.
4년 선배인 장준의 국제무대 실적이 더 화려한 데다 상대전적에서 6전 전승으로 장준이 절대 우세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태준이 1,2경기에서 모두 1회전을 내준 뒤 2,3회전을 내리 잡는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승리 직후 박태준은 당시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도록 꼭 금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생애 첫 도전을 앞두고 더 많은 땀을 흘린 박태준은 한층 더 성장했고, 약속대로 금메달을 가져왔다.
사생결단 승부에서의 승리가 금메달을 만든 셈이다.

17230954725011.jpg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가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하자 마고메도프를 살펴보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8강에서 프랑스 기대주 시리앙 라베를 접전 끝에 꺾은 박태준은 4강에서 세계랭킹 1위 모하메디 칼릴 젠두비(튀니지)에게 압승을 거뒀다.
상대 유형을 가리지 않는 승리를 통해 박태준의 훈련량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결승에선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세계랭킹 26위)를 만났고, 2-0(9-0 13-1)으로 앞선 끝에 상대 부상으로 인한 기권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태권도의 값진 금메달이었다.

아울러 남자 58kg급의 올림픽 첫 금메달이었다.
박태준의 롤모델이었던 이대훈(대전시청 코치)이 2012 런던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6 리우의 김태훈, 2020 도쿄의 장준이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해내지 못했던 ‘금빛 발차기’를 스무 살의 신성 박태준이 해낸 것이다.
특히 박태준은 이대훈을 좇아 그의 모교인 한성고에 입학 정도로 ‘이대훈 키즈’였다.
이대훈은 한성고를 찾아와 박태준에게 각종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스승이 끝내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제자가 이뤄준 셈이다.

상대 부상으로 경기가 끝났기에 박태준은 승리 직후 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했고, 시상식에선 그를 부축하며 박태준의 ‘승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마고메도프가 매트에서 완전히 내려가기 전까지 세리머니를 아끼던 박태준은 그가 내려가자 태극기를 두르고 덤블링을 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17230954734132.jpg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시상식에서 결승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아제르바이잔 가심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시상대로 향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박태준이 우승 직후 안겨 흘리던 눈물을 받아준 정을진 남자 대표팀 코치는 “(박)태준이는 인성이 좋고 성실하다.
머리도 좋아 다른 선수들의 좋은 기술이나 장점을 모방해 자신의 것으로 새로 창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며 우승 원동력을 밝혔다.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박태준은 “이거 꿈 아니죠”라며 되물었다.
꿈에서도 간절히 그렸던 올림픽 무대에서 따낸 금메달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소감이었다.
이어 “제가 21년을 살아온 게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지난 2월 올림픽 선발전 때 ‘이번에 지면 그만둔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박했다.
비로소 오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너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막판 박태준은 자신의 발차기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며 등을 돌린 마고메도프에게 연이어 공격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원래 태권도는 ‘갈려’ 전까지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이다.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17230954748027.jpg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딴 뒤 덤블링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태준은 시합 매트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음악을 들었다.
매트에 들어오기 전까지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들어오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떤 음악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경기 들어가기 전에는 외국 팝송의 신나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결승 직전에는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들었다.
오늘 태권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박태준의 세 살 터울 동생 박민규도 태권도 선수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박태준의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해줬다.
이날은 매 경기마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박태준의 금메달에는 동생 박민규의 지분도 있는 셈이다.
박태준은 “1등하면 동생이 자기를 꼭 언급해달라고 했는데, 그럴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형제 간의 우애도 세계 1등감이었다.
파리=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 서명
    토토힐 운영자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6,280 / 224 페이지
  • 홍명보 감독 "팬들의 야유, 내가 견디고 나아가야 할 …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543 추천 0 비추천 0

    한국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서울월드컵…

  • 팔레스타인의 '거친 태클'에 고군분투하는 손흥민 [TF…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3444 추천 0 비추천 0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팔레스타인 선수가 …

  • [SW포토]손흥민,'아쉬운 무승부'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150 추천 0 비추천 0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로 마친 뒤 아쉬워하고 …

  • 황희찬 '황소 드리블' [포토]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331 추천 0 비추천 0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

  • [SW포토]태클 피하는 이재성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3369 추천 0 비추천 0

    한국축구대표팀 이재성(왼쪽)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상대와 볼을 다투고 있…

  • [SW포토]패스할 곳 찾는 이강인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3520 추천 0 비추천 0

    한국축구대표팀 이강인(오른쪽)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상대와 볼을 다투고 …

  • [스포츠 브리핑] MLB 컵스, 52년 만에 안방서 ‘…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3872 추천 0 비추천 0

    MLB 컵스, 52년 만에 안방서 ‘팀 노히터’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52년 만에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노히터를 달성했다. 컵스는…

  • [포토] 측구협회 비판하는 플랜카드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3941 추천 0 비추천 0

    한국응원단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 경기에서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플랜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 김민재의 파트너는 ‘베테랑’ 김영권...황문기는 국가대…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584 추천 0 비추천 0

    축구 대표팀 김민재(왼쪽)가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명보호가 닻을 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5일 서…

  • 김단비 부진, 3연승 우리은행 토요타에 첫 패…토요타 …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426 추천 0 비추천 0

    [스포츠서울 | 아산=이웅희 기자] 우리은행이 박신자컵 2연패를 노리는 토요타에 발목을 잡혔다.우리은행은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

  • 엄재웅 7언더파 ‘버디쇼’…"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275 추천 0 비추천 0

    엄재웅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선수다.2009년 정규투어에 데뷔해 2018년 휴온스 셀리브리티 프로암에서 생애 첫 우승을 …

  • 눈물없이 볼 수 없다···감동 스토리 쏟아지는 패럴림픽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849 추천 0 비추천 0

    주정훈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K44 남자 8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

  • 하나 꺾은 신한 구나단 감독 “박신자컵 시행착오, 시즌…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549 추천 0 비추천 0

    [스포츠서울 | 아산=이웅희 기자] 신한은행이 접전 끝에 하나은행을 꺾었다.신한은행은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 최이샘 더블더블 신한은행, 하나은행 꺾고 유종의 미 […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4133 추천 0 비추천 0

    [스포츠서울 | 아산=이웅희 기자] 신한은행이 더블더블을 기록한 최이샘을 앞세워 하나은행을 꺾고 박신자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신한은행은 4일…

  • 우래기 '푸바오' 주연 영화개봉…첫날 박스오피스 1위
    등록자 토토힐
    등록일 09.05 조회 17111 추천 0 비추천 0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가 영화배우로 데뷔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 화제다.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콘텐츠 제작사 에이컴즈와 공동 제…

  • 보증업체
  • 이벤트
  • 꽁머니교환
  • 로그인
토토힐 이벤트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