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삐약이 만나 ‘안간힘’…히라노가 밝힌 ‘환복’ 이유

옷까지 갈아입으며 악착 같이 따라붙었다.
3세트를 내리지고, 3세트를 내리 이긴 후 듀스까지 가는 명승부 끝, 히라노 미우(일본·24)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환복으로 흐름을 끊은 것에 대해 ‘꼼수다’, ‘치사하다’는 원성이 나온 가운데, 히라노가 “후회하기 싫어 최선을 다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오른쪽)과 일본 히라노가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세계랭킹 8위 신유빈(대한한공·20)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3위 히라노 미우와 맞대결에서 게임스코어 4-3으로 이겼다.
7세트 두 번째 듀스까지 이어지며 전국민 손에 땀을 쥐게 한 접전이었다.

첫 3세트를 신유빈이 내리 땄지만,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은 후 드라마가 시작됐다.
히라노는 상의가 땀에 젖었다며 환복을 신청했고, 약 10분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유빈은 머리에 얼음 찜질을 하고 에너지젤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지만 한 게임만 이기면 되는 상황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결국 히라노는 신유빈의 발목을 잡는 데 성공했다.
경기 흐름을 끊은 것은 물론 신유빈 공략법까지 들고 나온 것. 히라노는 신유빈의 장기인 백드라이브의 위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대한 몸 중앙으로 공을 보냈다.
기회가 왔을 때만 좌,우로 드라이브를 때리며 신유빈을 괴롭혔다.
결국 4,5,6게임을 모두 획득하며 게임스코어 3-3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히라노의 환복은 ‘비매너’라는 지적을 감수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오른쪽)과 일본 히라노가 경기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7세트에서도 히라노가 11-10으로 앞서며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환복을 통한 반전 드라마가 적중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국인 입장에선 찜찜하기 짝이 없는 이 ‘환복 전략’에 대해 대해 히라노는 ‘후회하기 싫었다’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그는 일본 매체 닛칸 스포츠를 통해 “세트 스코어 0-3으로 지고 있을 때 ‘이대로는 후회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 옷을 한번 갈아입었다”고 밝혔다.

6세트 이후 포인트가 들어갈 때마다 소리 지른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질수없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난을 받았을지언정, 신유빈을 끝까지 밀어붙인 것에 대해 히라노는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지금까지의 제 자신이었다면 그쯤에서 마음이 꺾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트 스코어 동점을 만들었다는 점은 만족한다”며 “다만 마지막 1점을 따내지 못했던 것은 분하다.
백핸드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못한 그 부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평소 같았으면 그쯤에서 무너졌을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갔던 점과 전술적으로 지고 있을 때 한 점, 한 점 따라 잡았던 것에서 성장을 느낀다”고 자신의 심기일전을 후하게 평가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한 신유빈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한 치만 밀려나면 벼랑 끝인 7세트 듀스 상황. 누구보다 불안하고 초조했을 신유빈은 흔들리지 않았고, 물러서지 않았다.
혈전 끝에 마지막 2점을 차지하며 드라마 같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 신유빈은 주저 앉으며 안도와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히라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 맞대결에서 신유빈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크게 성장한 신유빈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상대의 심리전을 이겨냈다.
히라노 역시 만만치는 않았지만 ‘강해진 삐약이’를 이길 순 없었다.

히라노는 “끝내 패해 분하다”면서도 “후회 없이 임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메달을 따기까지는 제가 부족했다.
앞으로 단체전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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