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하 골프 칼럼] 세계 최고 파3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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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는 한 번의 티샷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홀이다.
페어웨이가 필요 없는 소위 원 샷 홀(One-shot Hole)이다.
티잉 구역과 그린만 있으면 된다.
골프 코스 설계가들은 자신의 개성을 그린과 그린 주변 조성으로 각인할 수 있기 때문에 파3를 선호한다.
파3는 전장이 200야드를 넘기면 어려워진다.
모던 골프 스윙 창시자인 벤 호건은 가장 어려운 파3로 리비에라 4번 홀을 꼽았다.
이 홀의 전장은 236야드다.
제152회 디 오픈이 진행 중인 영국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는 200야드가 넘는 파3가 3홀 있다.
예선 두 라운드 홀별 난도 1위는 220야드 길이의 5번 홀(평균 3.430타)이다.
물론, 길어서 어렵다는 이유로는 최고의 파3로 인정받지 못한다.
로열 트룬의 시그니처 홀 중 하나는 123야드로 설정된 파3인 8번 홀이다.
디 오픈 개최지 파3 중 전장이 가장 짧다.
유명 파3인 페블비치 7번 홀(110야드 내외)과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홀(155야드)에 이어 이 홀을 직관하기 위해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표 홀은 맞바람에 내리막이다.
그린 앞만 안전하고, 뒤는 위험하다.
그린을 놓치면 보기를 피할 수 없다.
그린 왼쪽 벙커는 관(Coffin)처럼 좁다.
탈출을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골프 성인이자, 최초의 그랜드 슬램 달성자인 보비 존스는 벙커에 빠진 공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물에 빠지는 공(비행기 추락 사고에 비유)에 비하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관 벙커는 그 이상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1997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이 홀이 아쉬운 점은 물이 없다는 거다.
대서양을 향해 공을 날린다는 느낌은 없다.
맞바람만 불어올 뿐이다.
이에 비하면 페블비치 7번 홀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우표가 대서양을 향해 공을 날렸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세계 최고의 파3였을 거다.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홀은 아멘 코너의 중간이다.
물(래의 크릭)과 벙커, 나무 위 바람까지 그린 주변 조성이 완벽하다.
마스터스의 주인공이 이 홀에서 결정되는 드라마를 연출하곤 했다.
단언컨대 내륙 최고의 파3다.
세 홀 중 세계 최고의 파3는 어디인가? 모두 짧다.
요새처럼 견고하게 좁은 그린을 방어한다.
골프 코스 설계로는 벌칙형에 해당한다.
안전지대는 그린이 유일하다.
그린을 벗어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맞바람이 불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두려움은 골퍼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쥔 골프채도 믿지 못한다.
게다가 메이저 타이틀이 걸렸다.
메이저 우승자는 휼륭한(Good)이 아닌, 위대한(Great) 선수로 평가된다.
세 홀은 풍부한 역사를 지녔다.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태평양을 홀로 끌어들인 페블비치 7번 홀이 최고의 파3라 생각한다.
선택은 취향 문제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파3는 어디인가?
최진하 박사는 「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저자이자,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이다.
현재는 코스 탐방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의 목표는 '코스 읽어주는 남자'다.

 
17215016385416.jpg영국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 8번 홀 관중석에 서 있는 최진하 박사. [사진=최진하]

아주경제=트룬(영국)=최진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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