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구→2023년 창원...위기의 순간, KT에는 ‘쿠동원’이 있었다 [PO4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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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창원=김동영기자] ‘쿠동원’이 제대로 찢었다.
그야말로 강렬한 피칭을 선보였다.
사흘 휴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 KT ‘무패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33)가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약 2년전 있었던 타이 브레이크 경기를 소환한 피칭이다.
쿠에바스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뽐냈다.
전날 3차전에서 KT가 3-0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2패 후 반격 1승. 여전히 한 번 더 지면 탈락인 상황이었고,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 카드를 꺼냈다.
3차전 종료 후 “우리가 1차전을 패했지만, 2차전에서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1차전을 마친 후 쿠에바스에게 투구수가 적당하니 4차전에 등판하라고 주문했다.
쿠에바스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1차전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3이닝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정규시즌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으면서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찍었다.
막강했다.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두 번 부진은 없었다.
고작 사흘을 쉬었을 뿐이지만, 전혀 문제는 없었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렸고,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6회말 2사 후 첫 피안타가 나왔을 정도다.
NC 타선을 압도한 피칭을 뽐냈다.
지난 2021년 10월31일이 떠올랐다.
정규시즌 우승을 가리기 위해 삼성과 145번째 경기를 치렀다.
타이브레이크 경기다.
선발로 쿠에바스가 나섰다.
이강철 감독의 깜짝 선택이었다.
10월28일 NC전에 선발 등판해 108구를 던지며 7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이틀을 쉬고 다시 선발로 나서게 됐다.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쿠에바스가 실력으로 모든 우려를 날렸다.
99개를 뿌리면서 7이닝 무실점을 쐈다.
KT의 1-0 승리. 정규시즌 우승을 품었다.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우승도 달성했다.
쿠에바스의 ‘이틀 휴식 후 등판’이 만든 결과물이다.
2년이 흘러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이번에는 쿠에바스가 사흘을 쉬고 등판했다.
2년 전보다 하루 더 쉬기는 했다.
그래도 불리한 여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쿠에바스가 실력으로 증명했다.
1차전에서 75개를 던졌다.
아주 많은 투구수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힘이 남은 상태에서 내려온 셈이다.
그리고 이날 4차전에서 제대로 쏟아부었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특별히 투구수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이야기도 딱히 안 했다”며 “알아서 던진다.
내려오라고 해도 안 내려올 정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달리 보면 감독의 믿음이다.
쿠에바스가 믿음에 확실히 부응했다.
1회말 첫 타자 손아섭의 3루 땅볼 때 황재균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손아섭이 1루에 갔다.
박민우-박건우-마틴을 범타 처리하며 1회를 마쳤다.
2회부터 5회까지 전부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6회말에는 2사 후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하나 맞았다.
노히트가 깨지는 순간. 흔들림은 없었다.
박민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6회까지 투구수도 단 73개에 불과했다.
1차전보다 덜 던지면서 이닝은 두 배 먹었다.
타선까지 시원하게 터졌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2점씩 냈다.
1회초 박병호의 적시타, 장성우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2회초 상대 폭투로 1점을 냈고, 황재균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했다.
3회초에는 배정대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와 6-0이 됐다.
4회초 들어서는 황재균과 장성우가 나란히 좌월 솔로포를 날려 8-0까지 달아났다.
7회초 조용호의 희생플라이, 김상수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 기어이 두 자릿수 득점까지 채웠다.
타자들이 이렇게 쳐주는데 쿠에바스가 못 던질 이유가 없었다.
2019년 KT에 입단한 뒤 2021년까지 3년간 뛰었다.
2022년도 재계약했지만, 부상으로 2경기만 던지고 팀을 떠나야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KT 유니폼을 입었다.
‘돌아온 에이스’가 됐다.
역대 3번째 ‘무패 승률왕’ 타이틀까지 따냈다.
포스트시즌 1선발도 쿠에바스의 몫이었다.
시작은 삐끗했다.
21일을 쉬고 나섰는데 오히려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3일을 쉬고 나갔더니 더 잘 던졌다.
극한 상황에서 더 잘 던지는 남자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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