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투수 자격 코앞에 두고 교체한 에이스를 백허그로 위로하는 ‘꽃감독’ 있기에...KIA의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은 더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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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의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레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김종국 전 감독이 금품수수로 배임수재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KIA는 김 전 감독을 경질했다.
시즌을 앞두고 감독직이 공석이 된 KIA는 타격 코치를 맡고 있던 이범호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지내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KIA에서 선수와 코치로 오래 생활해 ‘형님’으로 불리는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조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고 있다.

다만 마냥 푸근한 형님 스타일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진 않다.
승부처에서는 간판선수라도 가차 없이 교체하는 냉혹한 승부사의 면모도 드러내고 있다.
17일 광주 삼성전도 이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된 경기였다.

KIA는 3-3으로 맞선 4회 밀어내기 볼넷 2개와 나성범의 만루홈런으로 9-3으로 크게 달아났다.
그러나 선발 양현종이 5회 들어 3루타와 2루타 등 3안타를 맞고 2실점하면서 9-5까지 쫓겼다.
2사 1루에서 양현종은 이성규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김영웅이 섰다.
김영웅이 3회에 양현종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긴 했지만, 김영웅이 좌타자이기도 하고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아내면 양현종이 승리투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대로 갈 것으로 보였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교체였다.
양현종은 정재훈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교체를 알리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통산 174승으로 현역 1위이자 통산 2위에 올라있는 베테랑 양현종이기에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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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5회초 2사 1, 2루 삼성 6번 김영웅 타석 때 교체돼 물러난 양현종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 대신 마운드에 오른 좌완 김대유는 김영웅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을 막아냈다.
2위인 삼성과의 일전에서 당시 상황을 승부처라고 보고 에이스인 양현종도 가차없이 마운드에서 내린 이 감독의 냉정한 판단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결국 KIA는 삼성을 10-5로 이기며 2위팀만 만나면 모조리 때려잡는 ‘2위 킬러’다운 면모를 또 한 번 드러냈다.

냉혹한 승부사의 뒤에는 따듯한 형님이 있었다.
이 감독은 이닝 교체 때 잔뜩 화가 나있던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하며 그를 위로했다.
덕아웃에서 다른 선수들이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었지만, 이 감독은 사령탑의 권위를 내려놓고 에이스를 직접 안으며 달랬다.

이 감독은 실책성 플레이에는 단호하게 감독의 유일한 권한인 인사권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일 삼성전에서 김도영이 런다운 과정에서 본헤드 플레이로 실점을 허용하자 곧바로 이어진 타석에서 솔로포를 터뜨렸음에도 문책성 교체를 하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나 중심타자 나성범도 실수를 저지르고 교체되기도 했다.
선수의 팀내 비중, 역할에 상관없이 책임을 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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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사령탑이지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에 힘입어 KIA는 17일까지 53승2무35패로 2위 삼성(48승2무41패), 3위 LG(49승2무42패)에 5.5경기 차로 앞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과연 이 감독의 ‘냉온 리더십’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지금까지만 보면 이 감독의 점수는 100점이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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