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경기장 폭력에 ‘자정 능력’ 보인 팬들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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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물병 투척’ 사태 그 후
대다수 선량한 인천팬들까지 ‘낙인’
원정경기에 “또 불상사 날라” 우려
물병 안 던졌어도 대신 사과한 팬들
“아무리 분노해도 폭력 정당화 안돼”
“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응원합시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지난 18일 대전하나시티즌(대전)과 인천유나이티드(인천)의 프로축구 ‘2024시즌 K리그1’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공이 그라운드를 오가는 중에도 쉽게 입을 떼는 이가 없자, 인천 팬들이 모인 원정 응원석에서 이러한 외침이 들렸다.
침묵은 응원가로 바뀌어 목소리가 커졌고,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응원은 점점 하나가 됐다.
◆‘물병 투척’에 낙인… 선량한 팬까지 고통
이들의 침묵은 이달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을 얼룩지게 한 ‘물병 투척’ 사태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
경기 종료 후, FC서울 선수의 도발성 행동 등에 분노한 물병 100여개가 홈 응원석(S구역)에서 그라운드로 날아들어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팬과 선수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물병 투척을 막지 못한 인천에는 홈 5경기 응원석 폐쇄와 제재금 2000만원을, FC서울 골키퍼 백종범에게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이유로 제재금 7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물병을 던지지 않은 대다수 선량한 인천 팬들까지 한데 묶여 경기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으로 낙인찍혔고,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물병을 던지지 않은 이들까지 싸잡아 맹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출근했더니 내게도 물병을 던졌냐며 동료들이 묻더라’는 글도 인천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라운드에 내던져진 물병이 ‘이러지 맙시다!’라던 다급한 호소를 허무한 메아리로 그치게 한 탓에 축구팬들에게 즐거운 나들이 문화인 원정 경기를 앞두고도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인천 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전에 가지 않고 이른바 ‘집관’(TV로 경기 관람)을 택하겠다는 조심스러운 글도 눈에 띄었다.
한 해설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낭만과는 거리가 먼 ‘야만’에 가까웠던 그날의 일은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겠다’는 반응을 낳았고, 경기장에서 ‘내 팀’을 안전하게 응원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깨졌다는 토로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한 항의’라는 등 소수의 물병 투척을 옹호하는 듯한 글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신도 물병을 던지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있나’라는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비논리적이라면서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범죄자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 등이 쏟아졌다.
인천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물병 투척은 순간에 불과했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는 글에도 ‘아무리 경기에 분노해도 물병 던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박 댓글이 달려 수많은 공감을 얻었다.
◆안 던졌어도 사과하는 그들… “미안합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물병 던지는 행위는 항의가 아닌 엄연한 폭력이자 질서 문란 행위”라고 정의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확고한 선 긋기다.
인천 구단의 대응을 주목해 온 그는 ‘관중이 없으면 구단은 없다’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부 주장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관중과 구단의 ‘공생’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면 오히려 경기장에서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대다수 선량한 관중을 위해 경기장 질서를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태 후 물병을 던지지 않았는데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미안하다’며 대신 사과한 인천 팬들도 주목됐다.
최 평론가는 이를 두고 “서로를 믿고 폭력 행위를 철저히 배척하자는 선진 의식이 많은 사람에게 있다는 증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전에서 ‘선수들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라며 응원을 펼치자던 목소리나 원정 응원석에서 포착된 ‘당신들의 행위는 응원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투척자를 비판하는 피켓도 결국은 자정 능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날아가는 물병에 묻혔지만 FC서울전에서의 ‘던지지 마세요’라던 호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더 열심히 응원하는 것 같고 열정적이라는 잘못된 판단이 물병 투척과 같은 일을 일으킨다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해도 이는 비뚤어진 행동이지 결코 영웅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을 최 평론가는 덧붙였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선량한 인천팬들까지 ‘낙인’
원정경기에 “또 불상사 날라” 우려
물병 안 던졌어도 대신 사과한 팬들
“아무리 분노해도 폭력 정당화 안돼”
“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응원합시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지난 18일 대전하나시티즌(대전)과 인천유나이티드(인천)의 프로축구 ‘2024시즌 K리그1’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공이 그라운드를 오가는 중에도 쉽게 입을 떼는 이가 없자, 인천 팬들이 모인 원정 응원석에서 이러한 외침이 들렸다.
침묵은 응원가로 바뀌어 목소리가 커졌고,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응원은 점점 하나가 됐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지난 18일 대전하나시티즌과 인천유나이티드의 프로축구 ‘2024시즌 K리그1’ 경기가 끝난 후, 원정 응원석 인근의 쓰레기통에 관중들이 버리고 간 물병이 가득 들어 있다. |
이들의 침묵은 이달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을 얼룩지게 한 ‘물병 투척’ 사태 후유증과 무관치 않다.
경기 종료 후, FC서울 선수의 도발성 행동 등에 분노한 물병 100여개가 홈 응원석(S구역)에서 그라운드로 날아들어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팬과 선수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물병 투척을 막지 못한 인천에는 홈 5경기 응원석 폐쇄와 제재금 2000만원을, FC서울 골키퍼 백종범에게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이유로 제재금 7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물병을 던지지 않은 대다수 선량한 인천 팬들까지 한데 묶여 경기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으로 낙인찍혔고,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물병을 던지지 않은 이들까지 싸잡아 맹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출근했더니 내게도 물병을 던졌냐며 동료들이 묻더라’는 글도 인천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라운드에 내던져진 물병이 ‘이러지 맙시다!’라던 다급한 호소를 허무한 메아리로 그치게 한 탓에 축구팬들에게 즐거운 나들이 문화인 원정 경기를 앞두고도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인천 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전에 가지 않고 이른바 ‘집관’(TV로 경기 관람)을 택하겠다는 조심스러운 글도 눈에 띄었다.
한 해설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낭만과는 거리가 먼 ‘야만’에 가까웠던 그날의 일은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겠다’는 반응을 낳았고, 경기장에서 ‘내 팀’을 안전하게 응원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깨졌다는 토로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한 항의’라는 등 소수의 물병 투척을 옹호하는 듯한 글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신도 물병을 던지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있나’라는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비논리적이라면서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범죄자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 등이 쏟아졌다.
인천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물병 투척은 순간에 불과했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는 글에도 ‘아무리 경기에 분노해도 물병 던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박 댓글이 달려 수많은 공감을 얻었다.
◆안 던졌어도 사과하는 그들… “미안합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물병 던지는 행위는 항의가 아닌 엄연한 폭력이자 질서 문란 행위”라고 정의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확고한 선 긋기다.
인천 구단의 대응을 주목해 온 그는 ‘관중이 없으면 구단은 없다’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부 주장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관중과 구단의 ‘공생’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면 오히려 경기장에서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대다수 선량한 관중을 위해 경기장 질서를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태 후 물병을 던지지 않았는데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미안하다’며 대신 사과한 인천 팬들도 주목됐다.
최 평론가는 이를 두고 “서로를 믿고 폭력 행위를 철저히 배척하자는 선진 의식이 많은 사람에게 있다는 증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전에서 ‘선수들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라며 응원을 펼치자던 목소리나 원정 응원석에서 포착된 ‘당신들의 행위는 응원이 아닌 폭력이다’라는 투척자를 비판하는 피켓도 결국은 자정 능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날아가는 물병에 묻혔지만 FC서울전에서의 ‘던지지 마세요’라던 호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더 열심히 응원하는 것 같고 열정적이라는 잘못된 판단이 물병 투척과 같은 일을 일으킨다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해도 이는 비뚤어진 행동이지 결코 영웅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을 최 평론가는 덧붙였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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