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협상력 부재' 드러낸 축구협회…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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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전력강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가 3개월 넘게 공석이다.
이달 내 새 사령탑을 앉히겠다던 대한축구협회의 계획이 물거품 됐다.
결국 6월 A매치도 임시감독 체제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새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협회의 협상력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첫번째 의문이 드는 부분은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협상 능력이다.
대표팀 감독 후보 1순위였던 제시 마쉬(미국) 전 잘츠부르크 감독은 분명 한국 대표팀에 관심이 있었다.
그와 인터뷰까지 했지만 놓쳤다는 건 협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
현재 협회는 정 위원장에게 협상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정 위원장이 만난 후보군 목록을 정리해 협회로 보고하는 구조다.
제시 마쉬, 2순위였던 헤수스 카사스 감독(스페인)까지 비슷한 형식으로 정 위원장이 접촉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3, 4순위 후보였던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세뇰 귀네슈(튀르키예) 감독 등은 정 위원장이 만남조차 갖지 못했다.
협상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았다.
데려오기 애매한 감독만 만나고온 셈이다.
그렇다면 정 위원장의 개인적인 역량만 탓할 문제일까. 아니다.
협회 구조상의 문제도 있다.
정 위원장은 감독 후보군들을 만나 형식적인 인터뷰만 진행할 뿐 연봉이나 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거론할 수 없다.
정 위원장이 후보군들과 접촉해 봤자 알맹이 빠진 이야기만 나누다 헤어지는 것이다.
3개월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결국 감독을 뽑는 협회의 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한다.
정 위원장이 목록을 만들어 보고해도 협회 내부에서 후보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정 위원장은 또다시 후보군을 물색해야 한다.
실제로 귀네슈 감독은 협회 내부에서 탐탁지 않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예 후보군 3, 4위를 만나지 않은 이유일 수 있다.
정 위원장과 협회 조차 손발이 맞지 않으면 앞으로도 감독 선임 과정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다.
대표팀 감독 찾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급해진 협회는 황선홍 감독에 이어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사령탑을 부탁했다.
울산 시절 2020년 ACL 우승을 지휘했던 김 감독은 2021년부터 약 1년간 라이언시티(싱가포르)를 이끌고 우승해 싱가포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6월 A매치는 매우 중요한 경기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이미 확정됐기에 6월 A매치 2연전이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만약 이번 경기에서 자칫 잘못해 2순위로 떨어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
아시아 내 강자로 불리는 일본, 호주, 이란 등 3팀 중 한 팀이 최종예선 조편성 1번 시드에 배정되기 때문이다.
6월 A매치 2연전에서 비기기라도 한다면 0.06점 차이의 호주와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에 대충 때워선 안되는 경기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해외파 감독을 원하는 협회는 유럽리그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6월 말 유럽리그가 대부분 마무리되면 더 많은 후보군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협회는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후보군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시간에 쫓겨 또 최악의 선택을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급하게 감독을 선임하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현재 팬들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을 선임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다수다.
협회는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한다.
이후 답답한 행보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감독을 데려오는 것만이 잃었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주형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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