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발견→과태료 처분만…독립야구단 사태, 왜 여기까지 왔나 [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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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관계 행정기관은 “재정난에 대한 절차나 법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형식적 행정은 소극 행정을 불렀고, 피해자만 양산했다.

스포츠서울이 13일 단독 취재해 보도(본지 1면 사기·횡령 얼룩진 독립구단)한 내용은 독립리그 P구단 S이사가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서 갹출한 비용 약 1억원을 횡령했고, 감독·코치진 임금을 지난 2월부터 체불한 뒤 잠적했다.
피해자만 30명이 넘는다.

S이사는 지난겨울, 프로야구단 취업 알선 사기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언론에 해당 사건이 대서특필되자 관계 행정기관인 경기도청은 독립야구단 실태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전수조사에 나선 경기도청은 P구단의 문제를 발견했음에도, 단순 과태료 처분만 내렸다.
형식적인 행정처리였다.

P구단은 비영리 사단법인 소속 야구단이다.
잠적한 S이사 부인인 L이 대표이사로 등기등록 돼 있다.
2021년 법인을 세운 L 대표이사는 사실상 P구단의 총책임자다.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도 L을 이사장으로 부른다.
등기상 구단 주인으로 볼 수 있다.

해당 법인은 경기도청 체육진흥과 관할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S이사의 프로야구 취업 알선 사기 사건이 터지자 경기도청은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P구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기도청은 L이사장이 재산목록과 사원명부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500만원 이하 과태로 처분(민법 제97조)’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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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체육진흥과 공무원은 14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법인을 관리·감독하는데 있어 재정난을 발견했을 때 명확히 어떤 조치를 하라는 절차나 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P구단은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 법인 통장에 보유해야 하는 기본 재산 5000만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재정난을 발견한 담당 공무원이 L대표이사에게 “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L 대표는 “올해까지는 할 수 있는 한 운영해 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실사를 나간 공무원은 “현장과 대표이사 모두에게 의견을 물었다.
양쪽에서 모두 올해 독립리그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표이사는 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부분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공무원은 “해당 법인에 기본 재산(5000만원)을 보전하라는 보전 계획서 제출 요청을 해놨다.
법인에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모든 시정 요구를 다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기도청은 P 구단 법인의 시정 요구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아직 기한이 남았다는게 경기도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계속된 시정 요구에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도청은 ‘법인 등록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한은 누군가에게 너무나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다.
한 집안의 가장인 P구단 감독, 코치진은 3개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도 훈련에만 집중하기 힘든 환경으로 내몰렸다.

경기도는 이미 해당 법인의 자금난을 알고 있지만 “절차에는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관 중이다.
그사이 피해자가 30명을 넘어섰고, 선수단이 관계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자 “바꿀 연고지를 직접 찾으라” “사태를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22년 6월 당선인 신분으로 내세운 스포츠관련 공약 1번으로 ‘독립리그 지원과 활성화’를 꼽았다.
특정 구단의 일탈과 이를 방관한 체육행정 탓에 ‘표심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전형적인 전시공약’이라고 비판받을 위기에 처했다.
P구단 하나로 독립구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경기도의 땀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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