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뜨고 싶다”…韓우물 뜨는 스타들 [S스토리-한국농구 선수 해외진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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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이어 女 선수도 출사표
‘단골 MVP’ 박지수, 튀르키예 리그 이적
女선수 첫 유럽행… 박지현은 호주 선택
男 이현중 담금질… 日서 뛰며 NBA 노려
왜 도전하나
선진 농구 배우고 개인 기량 강화 기회
성적 추락 한국농구, 반전 계기될 수도
“자신 능력치 점검하고 계획 세워나가야”
추일승 “어릴 때 예방주사 맞아야 경쟁력”
정선민 “학생스포츠 발전 시스템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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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성장해야 한다.
해외리그에 나가고 싶다.


한국 여자농구의 ‘국보급 센터’ 박지수(25·193㎝)는 지난달 4일 열린 2023∼2024시즌 여자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청주 KB의 정규리그 우승에 앞장서며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베스트 5, 우수수비상, 윤덕주상(최고 공헌도상), 득점상, 리바운드상, 블록상, 2점 야투상까지 무려 8관왕을 휩쓴 박지수는 국내에서 더는 이룰 것이 없었다.
2016년 데뷔한 뒤 MVP만 벌써 4번째. 국내에서 ‘여왕’으로 군림하며 안주할 수 있었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그에겐 도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장을 갈망한 박지수는 유럽 튀르키예로 향했다.
KB 구단은 지난 3일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며 박지수의 튀르키예 리그 갈라타사라이 이적을 발표했다.
한국 여자농구 선수가 유럽에 진출한 건 박지수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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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탈출… 해외 두들기는 선수들

여자농구에서 해외 무대를 노크하는 건 박지수뿐이 아니다.
아산 우리은행 소속으로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박지현(23·183㎝)은 9일 호주 2부리그 뱅크스타운 브루인스 이적을 확정했다.
8월까지 단기 계약을 맺어 해외 도전의 첫발을 뗐다.
2018~2019시즌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박지현은 ‘댕댕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할 만큼 간판선수였다.
아직 국내에서 더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박지현은 해외 도전을 선택했다.
박지현은 “주저하다가 도전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해외진출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자농구는 해외 도전에 이미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불씨를 잡아당긴 건 ‘꿈의 무대’ 미국 프로농구(NBA)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이현중(23·오사카·202㎝)이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신체 조건과 탁월한 슛 감각을 지녀 국내 최고 기량으로 평가받는 이현중은 일찌감치 NBA 진출을 선언한 뒤 벌써 3개국을 경험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G리그(NBA의 2부리그), 호주프로농구(NBL)에 이어 현재는 일본 프로농구 B리그 오사카에서 뛰고 있다.
이현중은 시즌이 종료된 뒤 NBA 서머리그에 도전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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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석(22·곤자가대·203㎝)도 NCAA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
용산고 출신의 여준석은 국가대표를 경험한 한국 농구 차세대 간판이다.
이 외에도 2020년 한국 선수 최초로 B리그에 진출한 양재민(24·센다이·200㎝)은 일본 무대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으며, 35살의 ‘베테랑’ 장민국(34·나가사키·199㎝)은 지난해 늦은 나이에도 일본으로 건너가 도전을 택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해 시호스즈 미카와 구단에서 첫 시즌을 보낸 국가대표 출신 가드 이대성(33·193㎝)은 한국 복귀와 일본 무대 잔류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높아지는 인기 속 추락하는 국제 경쟁력

선수들이 이처럼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개인의 성장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 농구는 남녀 모두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성적은 추락 중이다.

한국 남녀 농구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반 우승을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남자농구는 최종 성적 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안았고, 여자농구는 동메달에 그쳤다.
또 올여름 개최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엔 남녀 농구 모두 본선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남자농구의 올림픽 마지막 본선 진출은 약 30년을 거슬러 올라간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이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12년 만에 ‘한 경기 1만 관중’을 달성하고, 여자프로농구도 2년 연속 올스타 페스티벌 매진을 기록하는 등 흥행 열풍 속 대조적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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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시아 최강 중국이 건재한 가운데, 일본의 세계 경쟁력도 나날이 성장했다.
이제 한국과 ‘라이벌’이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일본은 남녀 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동시에 파리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농구는 은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최근 일본농구가 급속도로 발전한 배경엔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자국 내 수준급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경험을 쌓은 덕이다.
김상식 안양 정관장 감독(전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일본의 올림픽 자력 진출은 대단한 성과다.
시스템의 힘”이라면서 “일본은 예전부터 체계적으로 미국 대학으로 선수들이 진출하고, 프로 무대에도 뛰어들며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일본의 성장에 국내 선수들도 자극받고 있다.
박지수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나아져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지현도 “한국 여자농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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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전 고무적… 교류 등 지원 확대해야”

이름값 높은 스타와 유망주들이 앞다퉈 해외 무대를 꿈꾸는 건 고무적인 변화라는 평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마인드 자체가 과거와 달리 해외진출에 열린 모습이다”며 “지도자 생활을 하다 보면 재능이 뛰어난 어린 선수는 일찍 해외에 나가 도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진 농구를 배우고 기량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작정 나가기보다 본인 능력치를 잘 알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선수들은 일부 에이전트의 도움만 받고 있다.
일본처럼 체계적인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해외진출을 도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유럽에 진출한다 하면 그 지역 농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 농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을 위한 다각도의 지원과 함께 국내에서의 국제 교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감독은 “일본 등은 대표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전지훈련도 가고, 각종 대회에 참가한다”며 “해외팀 초청을 통해 국내에서 대표팀 경기도 자주 치러야 한다.
선수들은 국내 팬들 앞에서 해외 선수들과 경쟁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 팬들도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함께 체감할 수 있다.
그래야 발전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추일승 “유소년 해외무대 경험 필요”…정선민 “생활스포츠 저변 확대 우선”

한국 남녀 농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유소년 시기부터 더 넓은 무대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학생 생활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일승 전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들의 해외 도전에 관해 “국내에서 자신을 수비할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으면 성장이 벽에 가로막힌다”며 “해외에 나가 수준 높은 외국 선수들과 경쟁을 펼치면, 기량을 갈고닦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견문도 넓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감독은 이런 경험이 유소년 시기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감독은 “축구의 경우 어린 연령별 대표팀은 여러 국제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다.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유학도 많이 가는데, 그런 부분에서 농구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해외 교류가 제한적”이라면서 “어릴 때 예방 주사를 맞아야 성인이 된 뒤에도 경쟁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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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전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왼쪽), 정선민 전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
이어 “유럽만 해도 14세 정도 되면 흔한 말로 ‘용병 시장’이 열린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클럽팀에서 동유럽의 뛰어난 유망주를 불러 유소년 클럽에 가입시킨다”며 “함께 경쟁하고 성장하면서 성인팀에 데뷔하기도 한다.
한국도 아시아를 넘어 교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농구의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선 학교 스포츠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선민 전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한국농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포츠가 발전해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초중고를 가도 학생들이 스포츠를 하지 않는다.
농구뿐 아니라 배구 같은 다른 스포츠도 선수 수급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 쿼터부터 외국인 선수를 모두 도입한 남자 프로농구와 달리 국내 선수끼리만 경쟁하던 여자 프로농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 쿼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뛰면 국내 선수의 기량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수준 높은 선수들을 이겨내야 본인의 가치가 높아진다.
아시아 쿼터 선수들이 들어오고 리그에 나타나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외국인 선수도 어느 시점에 도입이 필요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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