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축구] 일본 '극장골 우승'...한국에 희망과 좌절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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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AFC U23 아시안컵 결승전 일본, 우즈벡에 1-0 승리
야마다 후키, 90+1분 결승골...2016년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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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블루' 일본이 4일 우즈베키스탄과 2024 AFC U23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두 번째 정상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도하=AP.뉴시스

'세상은 요지경'처럼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많은 곳이 스포츠 세계, 특히 축구계다. 오죽하면 '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어디로 구를지 모르는 공처럼 진행 방향을 전혀 알 수 없고, '각본 없는 드라마'란 수식어가 자주 인용되는 곳이 바로 축구 세상이다. 때로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또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는 축구계의 주요 이슈와 화제들을 오랫동안 축구계와 함께한 기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조명한다.<편집자 주>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결국 '사무라이 블루' 일본이 우승했다. 후반 추가 시간 극장골을 넣고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지난 2016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이겼던 상대가 시상대 위에서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사진을 보니 기분이 참 묘하다. 한국은 '40년 공든 탑'이 무너졌는데, 일본은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은 물론 대회 최다인 2회 우승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10골 2실점한 일본은 우승하고, 14골을 넣고 1골만 내준 우즈베키스탄은 준우승에 그쳤다. 대회 전략과 전술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그야말로 '요지경 축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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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준결승전까지 5경기에서 14골 무실점이라는 경이적 경기력을 보였으나 결승전에서 유일한 실점을 허용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도하=AP.뉴시스

오이와 고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4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90+1분) 교체 멤버 야마다 후키의 결승골과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레오 고쿠보의 선방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 11분이 주어진 가운데 교체 멤버 야마다 후키가 90+1분 유기적 패스워크로 잡은 페널티 박스 밖 득점 기회를 왼발 중거리 슛으로 살려 천금 같은 결승골을 낚았다. 일본의 패스 흐름은 정말 인정해줄 만하다. 이게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준결승까지 단 1실점도 하지 않던 우즈베키스탄이 결국 골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던 일본의 유기적 움직임이 좋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90+10분 세키네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 동점골 찬스를 잡았나 라흐몬알리예프의 킥이 방향을 읽은 일본 골키퍼 레오 고쿠보의 선방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모습을 보인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 가운데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다. 결과는 우승과 준우승을 가르는 실점이 되고 말았다. 티무르 카파제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은 주별리그 D조에서 10골 무실점의 3연승으로 8강에 오른 뒤 사우디 아라비아를 2-0, 4강에서 인도네시아를 2-0으로 각각 제압하며 결승까지 14골 무실점의 경기력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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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시간 우즈베키스탄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는 일본 골키퍼 레오 고쿠보./AFC

이로써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는 일본의 우승으로 3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3장의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 주인은 일본과 함께 준우승을 차지한 우즈베키스탄, 3위 이라크로 결정됐다. 지난 3일 열린 3위 결정전에서 1-2로 역전패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오는 9일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파리 올림픽 진출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오는 7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조 또한 확정됐다. 8년 만에 우승한 일본은 파라과이 말리 이스라엘과 D조에 속하게 됐다, 준우승한 우즈베키스탄은 스페인 이집트 도미니카 공화국과 만나게 된다. 이라크는 아르헨티나 모로코 우크라이나와 격돌한다. 인도네시아-기니 승자는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뉴질랜드와 한 조에 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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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으며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룩해낸 신태용 감독./도하=AP.뉴시스

한국은 파리 올림픽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한국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세계 최초의 기록 달성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신태용 매직'을 앞세운 인도네시아에 발목이 잡혀 8강에서 탈락, 충격을 안겼다. 황선홍호는 대회 직전 합류를 약속했던 유럽파 3명(배준호 양현준 김지수)의 차출이 무산되고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에 한 달간 차출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설마 인도네시아에 발목이 잡힐 줄은 몰랐다.

더구나 한국은 '죽음의 조'인 B조에서 2경기 만에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하고 일본과 최종전에서도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한 끝에 1-0 승리를 거두며 3연승으로 결선 토너먼트에 올라 4강 진출 가능성을 높인 상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 더 충격이 컸다. 더구나 경기력까지 인도네시아에 끌려가며 연장 120분까지 간신히 2-2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지에서 '키커 일순'하는 진풍경을 연출한 끝에 10-11로 패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40년 동안 쌓아온 한국 축구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탑이 무너진 것이다.

'우승 후보' 한국을 이기며 '신태용 매직'의 성가를 드높인 인도네시아 또한 8강 대접전의 후유증은 컸다. 한국의 발목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4강에서 우스베키스탄에 0-2로 패한 뒤 이라크와 3위 결정전에서도 1-2로 역전패하며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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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지난달 26일 2024 파리 올림픽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하고 있다. 한국은 연장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져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도하=KFA

'40년 공든 탑'이 무너진 한국으로선 조별리그에서 무너뜨렸던 일본이 끝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 3.5장이 주어진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충격적 결말이지만 로테이션 멤버로 서로 맞대결을 펼친 일본과 한일전에서 이긴 것은 잘만 준비하면 다음 대회 선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최종예선을 준비하느라 2년마다 U23대표팀을 구성하는 어려움이 있다. 4년마다 올림픽에만 초점을 맞추는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다. 일본은 2년 전 U23 아시안컵에도 이번 대회 선수들이 당시 21세 나이로 출전했으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이번 대표팀이 출전했다. 4년을 준비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표팀을 2년마다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U23 아시안컵에서 조직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특수 상황인 병역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한국 A대표팀이 강해지기 위해선 유망 선수들을 유럽무대로 보내야 하고, 유망 선수들을 보내기 위해선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축구로선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축구가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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