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유승민 회장의 발자취, 또 하나의 이정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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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탁구 레전드’ 유승민에겐 여러 직책을 뒤따른다.
대한탁구협회 회장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2018 평창 기념재단 이사장 등. 심지어 하계와 동계 종목을 넘나든다.
지난해 비행기만 60회 이상 탔을 정도다.
유승민 회장은 “2024년엔 조금 줄었다.
연초부터 국내에서 여러 굵직한 이벤트들이 열린 덕분”이라고 웃으며 “올핸 제33회 파리하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지 않나. 해외출장 대신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쉴 틈 없는 스케줄
실제로 유승민 회장의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특히 올해는 한국 탁구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안방에서 탁구 관련 국제대회들이 쉼 없이 열렸다.
지난해 9월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2월 부산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한국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엔 2024 인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가 개막했다.
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바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참여한 대회마다 큼지막한 성과를 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좌절을 맛본 뒤 재유치에 성공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흥행 대박을 이뤘다.
10일간 누적 관중 3만 명을 동원했다.
입장권 판매 금액만 12억 원에 달한다.
운영 측면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전문 경기장이 아닌 전시컨벤션센터를 활용했음에도 최상의 경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세계 탁구인의 이목이 쏠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제탁구연맹(ITTF) 실무진들을 포함한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이 쏟아졌다.
한국 탁구로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을 총지휘했던 유승민 회장에게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유승민 회장은 “다시 한 번 스포츠의 힘을 확인하게 됐다.
메가 이벤트급 국제대회를 유치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먼저 따라온다.
긍정적 효과를 보여준 듯하다.
국회, 지자체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운명과도 같았던 탁구
유승민 회장에게 탁구는 운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린 시절 주변 환경부터 탁구 친화적이었다.
부모님이 탁구동호회원으로 활약했다.
외삼촌은 탁구클럽을 운영했다.
자연스레 탁구채를 들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각을 드러냈다.
성장 속도가 남달랐다.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부천 내동중학교 시절 이미 국가대표로 뽑혔다.
16살 나이로 출전한 1997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서 단체전 우승을 빚었다.
한국 탁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주목받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유승민 회장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대회였다.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 왕하오의 공을 강력한 드라이브로 꽂아 넣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한국 선수로는 유남규, 양영자, 현정화(이상 199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탄생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유승민 회장은 “돌이켜보면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보다 탁구와 보낸 세월이 훨씬 더 많다.
긴 시간 탁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탁구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서 자신을 필요로하는 곳이면 언제든 달려갔다.
지도자로 변신해 후배양성에 힘쓰는 한편 방송에도 종종 얼굴을 내비쳤다.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한 축이었다.
워낙 언변이 좋은 만큼 러브콜이 많았다.
사실 방송 자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단, 탁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두 팔 벗고 나섰다.
유승민 회장은 “탁구를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새로운 도전, 만들어가는 이정표
새로운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빼놓을 수 없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서 선출됐다.
올해 파리올림픽까지가 임기다.
유승민 회장은 “처음엔 주변에서 우려도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것을 계산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저 생각했던 것을 한 번 밀어붙여 봐야겠다, 바꿔봐야겠다는 바람이었다”면서 “두 가지는 확실하다.
8년간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은 경험을 했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레 시야가 확장됐다.
스포츠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도 파생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하계를 넘어 동계까지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지원했다.
유승민 회장은 “하계와 동계 스포츠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도 또 그렇지 않다”면서 “가령 평창올림픽이 남긴 유산들이 있지 않나.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다 평창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게 됐다.
당시 팬들이 꽤 많이 왔다.
올림픽 이후로 잠잠했던 지역상권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고 끄덕였다.
후배들에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유승민 회장의 발자취를 보며 IOC 선수위원을 꿈꾸는 이들 또한 많아졌다.
지난해 박인비, 김연경, 이대훈, 진종오, 오진혁, 김소영 등 각 종목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도전장을 냈다.
박인비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유승민 회장은 “과거엔 IOC 선수위원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후보가 6명이 나왔다.
이런 값진 경험들을 머릿속 주머니에 넣지 않고 잘 공유했구나 생각이 들더라. 뿌듯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 올림픽, 꿈의 무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앞서 여러 대회를 통해 탁구의 재미를 맛봤다.
좀 더 붐업을 이루기 위해선 새로운 스타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내야 한다.
유승민 회장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던 종목들에서 스타가 등장,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탁구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신유빈이라는 스타가 있지만 새 얼굴이 계속 나와 줘야 한다.
경쟁력은 괜찮다고 본다.
프로리그처럼 이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올해는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탁구 흥행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여전히 중국이 우위에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유승민 회장은 “과거에도 중국을 이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선수 규모에서만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면서 “지독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지 20년이 됐다.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씩 성장하다 보면 결국엔 뚫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비단 성적뿐만은 아니다.
유승민 회장은 “솔직히 아시아선수권 땐 기세에서 졌다.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좀 했다”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끈끈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나.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눈빛과 투지를 느낀다.
그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은 선수들을 위한 무대다.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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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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